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사는담(談)
2023.05.04 11:46

생각과 감정은 잠시 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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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폭력적인 학생을 대처하던 공익 보조원의 옳지 않은 행동으로 인해 학부모의 항의가 들어왔다.

  평소 공익보조원에겐 학생이 때리면 그냥 맞거나 피하라고 했다. 지난 달엔 학생이 때리는 걸 막다가 인대가 늘어나 깁스를 한 적도 있다. 평소 잘 대처했는데 그날은 함께 엉켜서 싸우듯 했나보다. 불행히도 내가 아이들 데리고 쓰레기를 버리러 간 사이... 난 그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

  잘못은 잘못이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공익근무로 들어와 계속 맞거나 피해다녀야 하는 20대 초, 아들같은 공익 보조원의 처지를 생각하면 참 애처롭다. 그와 함께 공익보조원이 자식에게 어떻게 했더라는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학부모의 처지도 너무 죄송하고 안스럽고 애처롭다. 모두가 애처롭기에 마음만 갑갑했다.(지금도..) 다행이 부모님도 공익 보조원이 힘들다는 걸 잘 아셔서 공익보조원을 분리하는 걸로 마무리하자고 하셨고, 그렇게 했다.

 

  상황이 마무리된 것 같지만 난 여전히 버겁다. (특수)교사의 길은 나선 30년 만에 느끼는 이 무력함. 아이의 폭력은 여전히 그칠 줄 모르고, 내게 주어진 그 어떤 무기(방법)도 없다. 게다가 난 신神도 아니고...

 

  지난 달 15일에 봉단이가 하늘 나라로 간 이후 의욕이 없어지는 일들이 겹쳐버렸다. 일종의 심리적 공항상태... 해야 할 일도 있고, 쓰던 글도 있고, 읽을 책도 있는데 도저히 손에 잡히지 않는다. (특수)교사는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

  특수학교에서 평교사 생활을 너무 오래했나보다. 20~30대엔 가르치는 사람(평교사)으로 정년을 나는 게 너무 멋졌는데, 실제 정년을 손에 꼽게 될 나이가 되니 젊을 때의 생각은 현실을 망각한 생각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결정적으로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가르치는 사람의 가르칠 수 있는 모든 무기(방법)이 사라졌다. 마치 전쟁터에 발가벗고 선 기분이랄까.

 

  난 여전히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싶다. 여전히 아이들과 여행도 가고 싶고, 재미있는 건축물도 만들고 싶고, 재미있게 영화도 만들고 싶고, 교과활동도 하고 싶고.... 아이들 속에 섞여서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것은 가르치는 사람의 가장 큰 희망이며 보람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을 '잘 가르친다'는 개념 자체를 알 수 없는 시대. 가르치는 사람의 의지대로 가르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의미도 못 찾을 것 같고.

  예전에도 가르치는 사람 의지대로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더욱 그렇다. 나의 말과 행동이 고소당하지는 않을까를 고민해야 하고, 학생이나 부모와 교사의 관계는 손님과 판매자의 관계로 바뀌었다.

  시대의 흐름을 인정하고 남은 기간 동안 손님을 왕으로 모시는 훌륭한 판매자가 될 지, 고소나 고발의 위험을 감수하고 내가 가르치고 싶은대로 가르치며 '내 상상 속 선생'으로 살 지 결정할 때가 온 것 같다.

 

  봉단이의 죽음과 이런 저런 생각들이 겹쳐 마음이 무겁다. 일단, 잠시 멈춰서 돌아보고 앞을 확인도 해야 하는데, 멈추지 못하고 계속 가라앉으니...

  잠시 멈추자. 감정도 생각도. 노력으로 그럴수 있을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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