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봉단이
2023.05.03 22:30

반려견 사후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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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단이 떠나간 지 이제 3주가 다 되어갑니다.

 약 열흘동안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났는데, 요즘은 좀 덜합니다. 그리울 때면 가끔 울컥하기는 하지만.

  반려견을 키우는 많은 분들이 반려견이 죽은 직후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막막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이제 봉단이가 갔을 때의 경험을 나누려고 합니다.

 

먼저, 든든히 먹어라.

반려견이 하늘나라로 가게 되면 경황이 없습니다. 마음이 안정되지 않죠. 밥 생각도 없고, 그저 멍한 상태가 됩니다. 강아지 장례를 치뤄야 하는데, 하루종일 식사도 안 챙기면 건강을 해치게 됩니다.

반려견이 곧 죽을 징조가 있더라도 사후 대처를 해야하는 보호자는 때가 되면 꼭 챙겨 먹기를 바랍니다.

너무 이성적인 이야기지만, 저는 봉단이가 갈 것 같다는 느낌이 왔던 그날(15일) 일부러 아침과 점심을 잘 챙겨 먹었습니다. 봉단이가 가고 나면 정신이 없을 것도 같고, 밥 맛도 없을 것도 같아서 말이죠. 예상대로 더군요. 봉단이가 죽고 나서는 밥 맛도 없고 정신도 없고....

그러니 반려견이 옆에 누워 곧 죽을 정도로 심하게 앓더라도 밥은 꼭 챙겨 먹어야 합니다.

두번째, 10~15분만 애도하자. 일단!!

반려견이 죽을 때는 입으로 토하거나 항문으로 배출하게 됩니다. 우리 봉단이는 신부전으로 심하게 토하기만 했지만, 다른 강아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강아지가 죽을 때 변을 싸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것을 빨리 처리해 주면 좋습니다.

강아지는 사후 한시간 정도 지나면 완전 사후 강직이 옵니다. 사후 강직이 오기 전에 처리하려면 정신 놓고 애도만 하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가능한 빨리 뒷처리를 해야 하니까, 딱 10~15분만 애도합니다. 일단!!

세번째, 강아지가 오염되었다면 씻기는 게 좋다.

이건 제 경험입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봉단이의 경우 많이 토했습니다. 그러니 그 이물질로 많은 냄새가 났죠. 지방에서 두 아들이 올라온다고 했는데, 봉단이의 깨끗하고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게 아이들이나 애도하는 우리 부부에게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봉단이 사망을 확인한 후 정말 딱 10분만 애도했습니다. 일단!! 그리고 막바로 평소 사용하던 샴푸로 몸을 깨끗이 씻겼습니다. 아직은 덜 강직된 몸이라 부드럽고 말랑말랑했습니다...

봉단이 사체를 씻긴 후에 드라이기로 말리고, 빗으로 털을 빗었습니다.

네번째, 입 눈 등을 잘 확인한다.

약 한시간 후부터는 사체가 강직됩니다. 혹시 혀가 입 밖으로 나오면 이빨 때문에 찔려서 피가 날 수도 있으니 입을 살펴보고 혀가 나와 있다면 혀를 입 안에 잘 잘 넣어줍니다. 봉단이도 혀가 나와서 입 안으로 잘 넣어 줬습니다.

대부분의 반려견은 죽을 때 눈을 뜨고 죽습니다. 씻기고 나서(사후 약 30~40분) 털 고르는 등 정리를 할 때, 눈을 잘 감겨 주면 좋습니다.

봉단이는 털 긴 슈나우져라서 눈썹이 길어 눈을 살짝 떠도 괜찮았는데, 혹시 다른 견종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다섯번째, 반려견 사체를 감쌀 깨끗한 천을 준비하는 게 좋다.

봉단이가 깔고 자는 담요나 항공 담요, 수건 등 봉단이를 키우면서 필요한 천 종류가 제법 많이 있었습니다. 봉단이에게 신부전이 와서 자꾸 토하게 되니, 천들이 계속 오염되었습니다. 이 천들을 계속 빨기 어려우니까 모아서 빨았는데요, 봉단이가 하늘나라로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저는 꼭 깨끗한 담요를 두 장 정도 확보해 두었습니다. 혹시 봉단이가 죽으면 깨끗한 곳에 잘 눞혀 놓고 싶었거든요.

저는 봉단이 죽은 직후 잘 씻긴 다음 평소 준비했던 깨끗한 담요 위에 눞혀 놓고 아내가 손으로 떠서 봉단이에게 줬던 예쁜 천을 덮어 주었습니다.

여섯번째, 한여름이라면 뾱뾱이와 얼음을 준비해두면 좋을 듯합니다.

봉단이가 가던 날은 4월 15일. 아직 덥지 않은 시기라서 그냥 거실에 담요 위에 눞혀놨습니다. 하지만 여름이라면 좀 달라질 것 같아요. 여름엔 혹시 부패할 수 있으니 반려견이 사망할 기미가 보인다면 물건 택배로 배달시키면 오는 뾱뾱이와 얼음팩을 준비해 두시면 좋을 듯 합니다.

반려견 사망시기가 여름이라면 바닥에 습기가 내려가지 않게 뾱뾱이를 조금 두툼하게 깔고, 그 위에 얼음팩을 골고루 깝니다. 그 다음에 담요를 깔고 그 위에 반려견 사체를 눞혀 놓으면 길게는 48시간 정도는 안심될 것 같습니다.

일곱번째, 반려견 화장시설을 확인해 둡니다.

반려견이 아파서 곧 사망할 것 같다고 판단되면 미리 반려견 화장시설을 확인해 둬야 합니다. 저는 봉단이가 가기 이틀 전에 화장시설에 전화해서 위치와 가격 등을 미리 조사해 뒀습니다.

보통 반려견 화장시설은 24시간 운영하니까, 반려견이 죽으면 24시간 안에 예약을 잡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물론 가족들과 충분히 애도한 이후여야겠지요..

여덟번째, 반려견이 들어갈만한 종이상자를 준비해 두세요.

반려견이 눞기에 충분한 크기의 종이상자를 준비해 둡니다. 나중에 사체를 반려견 화장터로 옮길 때 필요합니다. 반려견 화장시설에 "사람들이 반려견 사체를 옮길 때 무엇에 담아 오느냐?"고 물었는데, 그냥 담요로 싸서 오거나 종이상자에 담아 오거나, 여행용 가방에 넣어서 오기도 한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사전에 깨끗하고 튼튼한 종이상자를 미리 구해놨습니다. 반려견 사체를 옮기는 방법은 여러가지 있겠지만, 제 생각에 깨끗한 종이상자가 좋을 듯 합니다.

아홉번째, 기타

- 봉단이 화장비용은 20만원 이었습니다. 사망 후 목욕시키고 몸무게를 쟀을 때 6.3kg. 반려견 화장시설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5kg 이하는 15만원이었는데, 조금 더 무겁다고 더 받더라구요.

- 우린 봉단이를 화장시킬 때 기본 화장을 했습니다. 다른 분들은 수의를 입힌다. 무슨 관을 준비한다고 하던데.. 봉단이는 가장 아름다운 털을 그대로 입고 갔고요.. 그냥 기본 관(화장 시설에서 제공하는 기본 상자)에 눞혀 보냈습니다.

- 화장 후 유골을 받았습니다. 한 줌이 되려나... 처음엔 평소 잘 다니던 산책길에 뿌려주려 마음 먹었는데, 좀 더 가지고 있을 예정입니다. 아직은 마음이 좀 그래서요..

<정리>

  • 반려견 사망이 감지될 때 준비물 : 담요, 뾱뾱이와 얼음(여름이라면), 반려견을 옮길 상자, 반려견 화장시설 연락처
  • 반려견 사망 직후 할 일 : 오염되었다면 씻긴다. 입과 눈 등을 잘 확인한다.
  • 반려견 사망 한시간 후 할 일 : 가족들과 화장시간을 논의한 후 반려견 화장 시설에 전화로 예약한다.
  • 반려견 사망 24시간 이내 : 충분히 애도하고 장례를 치른다.

 

정리하다 보니 또 마음이 찡하면서도 만나고 헤어짐을 준비하는 것은 어쩌면 반려견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보낼 때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행복하시길.

 

<다음 이야기>

  • 강아지 신부전증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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