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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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 : 2022_어떻게 도와줘야 잘 도와줄까요?(1)

 

  저는 가능하면 체험학습이나 이동할 때 아이들이 타인(특히 선생님)의 손을 잡지 않고 혼자 걸어가게 둡니다. 신발장에 이름을 붙이지도 않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교과 교실로 이동할 때도 되도록 아이가 혼자 교실을 찾아가게 두고 보는 편입니다. 작은 다툼처럼 아이들 사이의 웬만한 문제에는 아예 개입하지 않으려 하고요.

  이런 모습을 보면서 혹자는 ‘아이들에게 꽤나 관심이 없구나.’하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모진 사람으로 비치기도 하겠죠. 학교 관리자들은 신발장에 이름표 없는 것이 못마땅한지 담당 선생님을 통해 ‘신발장에 이름표를 붙이라.’고 전해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일부러 그리하고자 ‘노력’하는 것입니다. 이런 노력 모두 일상에 필요한 기능들을 아이들 스스로 익히도록 돕기 위함이고요. 아이들의 배움 기회를 박탈하지 않으면서 필요한 도움은 주려는 노력 말입니다.

 

  도움의 방법

 

  배움의 기회를 박탈하지 않으면서 발달장애 아이들이 스스로 해냈다는 성취감을 맛보도록 하려면 어떻게 도와야 할까요? 누군가(또는 무엇)를 도와줄 때, 제 생각에는 일반적으로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도움받는 대상이 혼자 해냈다고 착각할 수 있을 만큼, 도움받는 상대가 느끼지 못하게 도와주는 “그림자 도움”입니다. 두 번째는 도움받는 대상이 도움 주는 사람과 함께 이루었다고 느끼게 하는 “함께 도움”이고, 세 번째는 도와주는 사람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전면적 도움”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어떻게 도와주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움받는 이가 ‘이후 삶을 어떻게 살아갈까?’를 고민한다면 도움의 방법은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도움 받는 상대가 느끼지 못하도록 도와주는 그림자 도움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자 도움을 주면 스스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했다고 믿기 때문에 도움받은 사람의 자존감이 올라갑니다. 다른 도전이 왔을 때도 도전에 응하여 성취할 힘이 생기지요. 다만, 이때 너무 많거나 호들갑스러운 칭찬도 아쉬운 나무람도 좋지 못합니다. 그림자 도움은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칭찬하는 방법’을 획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타인의 칭찬이 아니라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고 스스로 뿌듯해질 수 있도록 돕는다면 최고의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물론 맛있는 간식이나 사랑하는 마음의 전달 등 적절한 칭찬이 있다면 더 좋겠지요.

  함께 이루었다고 느끼도록 ‘함께 도움’을 주는 것도 좋습니다. 함께 도전해 성공했다고 느끼게 도와주면 그림자 도움의 경우처럼 도움받는 이의 자존감이 올라갑니다.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시도할 동력도 생깁니다. 함께 도움의 경우 적절한 칭찬과 충고 등이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돕는 이가 주도하는 전면적인 도움도 그리 나쁘지는 않습니다. 도움이란 것은 항상 소중하니까요. 하지만 돕는 이 주도의 전면적인 도움은 도움받는 이의 자존심을 올리기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도움받는 이의 자존감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전면적 도움은 도움받는 이의 의존성이 강화되지 않을까 늘 경계해야 합니다.

  발달장애 아이들도 위 일반적인 도움의 경우를 생각하며 도와야 합니다. 설혹 장애 아이 주변 어른들(선생님이나 부모)이 주도하는 전면적 도움일지라도 의존성이 강화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가장 좋은 도움은 발달장애 아이가 스스로 성취했다고 느끼도록 도와주는 것일 테니까요.

 

  자주적인 삶을 살 여러 방법과 기회를 빼앗지 않으면서 아이들을 돕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매우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제 경험으로 터득한 세 가지를 제안합니다.

  먼저, 현재 아이의 행동에 관한 이유를 찾으려 노력해 보세요.

  ‘도대체 이 아이가 왜 이런 행동을 할까?’라는 생각을 먼저 해 보셨으면 합니다. 만약 그 행동이 병리적·생리적 원인에 더 많이 기인한다면 전면적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환경적 요인, 그러니까 상황과 구조 때문이라면 “함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를테면, 환경을 바꿔주거나 상황을 재구조화해 줍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기다림입니다. 쉽게 포기하지 말고 어렵더라도 지속해서 도움을 주면서 일관성을 유지하면 좋겠습니다.

  둘째, 아이들을 이해하려 노력하되,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은 명확히 해 주세요.

  저는 지난 30년간 약 156여 명의 발달장애 학생들의 담임을 맡았습니다. 이 중 최중증 발달장애 학생(약 21%)의 데이터를 보면, 대부분의 문제 행동은 병리적·생리적 원인보다 부모, 교사, 친척, 이웃 사람 등 주위의 인적 환경 즉, 학생을 둘러싼 구조에 원인이 있었습니다.

  발달장애 아이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부모, 교사 등 아이 주변의 일부 어른들은 이를 충분히 관찰하지 않는 채 즉각적으로 대응합니다. 아이가 수업 시간에 벌떡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가면 이유를 생각하지 않고 소리부터 지르거나 일단 앞을 막고 보는 것이지요. 아이는 소변이 마려울 수도 있고, 장난을 치고 싶을 수도 있고, 그냥 교실이 갑갑했을 수도 있습니다. 소변이 마려워서라면 화장실에 다녀오도록 도와줘야 하고, 장난을 치고 싶거나 수업이 재미없어서라면 아이를 이해시켜야 합니다. 문제가 되는 행동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거나 이해시키지 않은 채 아이들을 무조건 억압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그 행동의 강도는 계속 커져 문제 행동이란 이름을 얻게 됩니다.

  반대로 아이의 어떤 행동이든 칭찬으로 일관할 때도 있습니다. 아이가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타인을 때리거나 길에 누워 버둥거려도 칭찬합니다.
  “우리 아이는 장애가 있으니 여러분이 이해해 주세요.”
  라면서 말입니다.

  이런 칭찬은 발달장애 아이가 타인과 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는 행동이 무엇인지 혼동하게 만듭니다. 옳지 않은 행동을 제지하지 않고 칭찬을 계속한다면, 아이는 자신의 욕구를 가장 잘 관철할 수 있는 도구로 그 행동을 되풀이하며 문제 행동을 고착화합니다.

  조건 없는 억압이나 칭찬을 경계하면서 아이들의 행동을 보아야 합니다. 타인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아이의 행동이 어떤 때는 허용되고, 어떤 때는 허용되지 않는 이중적인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충분히 설명하면서 도와주어야 합니다. 처음 어릴 때는 가벼운 떼쓰기로 시작한 행동이 나중에는 타인을 때리거나 머리를 낚아채는 문제 행동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셋째, 올바르게 칭찬해 주세요.
  많은 사람은 모든 칭찬이 좋은 것으로만 생각합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들 하지요. 하지만 칭찬이 아동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은 않습니다. 칭찬은 오히려 사람을 더 조급하고 신경질적으로 만듭니다. 칭찬의 본질이 남과의 비교·평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불가피하게 칭찬해야 한다면 행동의 결과보다 행동의 과정에 더 집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칭찬받지 못할 행동은 칭찬하지 말아야 합니다. 결과에 집중된 칭찬, 칭찬받으면 안 될 상황에서의 칭찬은 옳고 그름, 해도 되는 일과 하면 안 되는 일 등을 파악할 기회를 빼앗아버립니다. 그뿐만 아니라 무절제한 칭찬에 노출된 아이 대부분은 어떤 과제를 접할 때 끈기와 지속성이 현저하게 낮아집니다.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자주성을 기르는데도 심각한 오류를 가지게 되지요. 어찌 보면 그냥 아이를 믿고 지긋이 지켜보는 것이 그 어떤 칭찬보다 더 좋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사랑을 표현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사랑의 표현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아이를 위해 내 마음의 옆자리를 슬쩍 내어주는 것이어야지, 무절제한 칭찬과 상(賞)이어서는 안 됩니다. 무절제한 칭찬과 상으로 아이들 스스로는 무엇 하나 할 수 없는 노란 버스 속의 왕자나 공주를 만드는 것이 가장 좋지 못합니다. 제발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잘 도와 주세요.(다음 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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