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247.18.75) 조회 수 3687 추천 수 46 댓글 0
“거 봐 이 집이라도 사 놓기를 잘 했지? 아, 그때 32평을 샀어야 하는데.....”

정부의 수치노름과는 상관없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요즘의 아파트 관련 뉴스를 보면서 아내가 하는 말이다.
약 5년 전, 집은 소유의 개념이 아니어야 하고 앞으로 잘 사는 나라가 되면 집의 개념도 달라질 것이라는 남편의 말을 뒤로한 채 집을 사자고 완강히 주장해 1억 가까이 돈을 빌어 미분양 된 29평짜리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집을 산 후에도 여전히 상당기간 기분이 떨떠름했다. 빌린 돈의 이자와 원금 갚느라 허리띠 졸리는 것도 그렇고, 꿈꿔왔던 것과는 정반대로 세상을 흘러가고 있는 것도 마음이 좋지는 않기 때문이다.

재벌과 미국에 주눅 들지 않겠다던 개혁정부도 들어서고, 한때 ‘학생운동’했다던 사람들이 정치판에 많이 보이는 것을 보고 세상이 좀 더 좋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예전보다 더 집 사기는 어려워졌고 아이들 교육은 누가 돈을 더 많이 처발랐느냐로 결정이 되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 젠장.

집값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가 되면 사람들은 누구나 집값이 너무 오른다고 성토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흥분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이야기의 끝은 어떻게 하면 돈을 잘 빌려 투자전망이 좋은 곳에 집을 살 수 있을까 하는 것(집이 없는 사람)과 자신이 사는 아파트가 얼마나 올랐으며 어떻게 하면 부동산으로 돈을 더 벌 수 있느냐하는 것(기존에 집이 있는 사람)이다.
흥분의 종류는 다르지만 관심의 본질은 똑같은 셈이다. 어떻게 하면 부동산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80, 90년대에도 부동산으로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방송과 언론은 ‘몇 억’하는 집을 사는 사람에 대한 뉴스를 뽑아내면서 그들을 “투기꾼” 이라고 불렀고, 그 시대의 정서를 가지고 살았던 사람들의 눈에 그들은 투기꾼이었다.
2006년 지금 그때 정서의 눈으로 바라보면 가까운 이웃은 모두 투기꾼이다. 내 아내도 투기꾼이고, 직장 동료들도 투기꾼이다. 그들은 모두 집 사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고, 이를 통해 돈을 더 벌려고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부동산은 자신들의 삶을 좀 더 나아지게 하는 유일하고 소박한 꿈인 것이다. 이들처럼 도시에 사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시골의 촌로들도 투기꾼이다. 이들에게도 집과 땅은 좀 더 잘 살기 위한 소박한 수단이 되었기 때문이다.
뼈 빠지게 일해 순수한 노동의 댓가로만 돈을 모은다면 ‘몇 천, 몇 억’을 서 너달, 또는 일년 동안 모을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몇 달 새 집값은 ‘몇 천, 몇 억’이상씩 오르고, 전세값도 덩달아 ‘몇 백, 몇 천’씩 오른다. 방송과 언론에서는 어떻게 하면 돈 되는 집과 땅을 살 수 있는지 중계한다. 집과 땅으로 돈 벌지 못한 사람들이 바보처럼 되어버린 현실이다.

한 달 영어학원비가 23만원이란다. 이것도 비교적 싼 영어학원이란다.

토요일에 퇴근하다보면 아파트 입구에서 학생들이 무슨무슨 학원차를 타고 학원에 간다. 그런 무슨무슨 학원은 한 과목당 또 10~20만원사이. 아이가 둘이면 적어도 60만원 정도는 학원에 집어넣어야 한다. 소득이 웬만하지 않으면 자식 기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러니 누가 애를 낳을까.

며칠 전 아내가 큰 아이를 영어학원에 보낸다고 해서 서로 말다툼을 한 적이 있다. 공교육의 정규과정만 잘 이수해도 훌륭한 대학에 가서 공부할 수 있다는 나의 주장에 아내는 어이없어했다. 세상물정 모른다고.
공교육의 정규과정만 잘 이수하면 훌륭한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이야기는 정말 세상물정 모르는 이야기일 것이다.
잘 안다. 눈 뜨고 사는데 어찌 그런 것을 모르겠는가. 세상물정을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미쳐서 돌아가는 이 세상의 흐름에 나 한 사람이라도 조금 비켜서 있어 보려고 하는 이야기였다.
아직까지 아이들을 택견이나 피아노 등 예체능 이외에 학력과 관련된 학원에 보내지 않는 이유도 그런 이유에서였고.
아내와 말다툼이 있은 며칠 후 서울대에서 토익점수 반영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할 말이 없었다. 젠장할..... 결국 큰 아들은 영어학원에 보냈다.
영어학원에 세 번 가고
“나는 이런 식으로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아요.”
라는 큰 아들놈의 말에 그만 보내기로 했지만 말이다.

정말 이 나라는 영어에 능통한 하청노동자를 만들어내는 서방(미국)의 국제기지로 전락할 것인가. 광고를 보면 한글로만 된 광고가 없다. 대중가요에 알 수 없는 영어들이 난무하고, 초등학생들 이름도 영어식으로 부른다. 정부에서도 뭔 일이 있으면 어디에 테스크포스가 생겼다고 하고, 국정브리핑을 하고, 비전이 어떻고 마인드가 어떻단다. 영어교육 연한은 계속 내려오고 이제 일부에서는 돌 지난 아기, 아니 태내에서부터 영어 조기교육이 열풍이다.

창의성은 모어에서 생긴다. 사람은 모어로 생각하고 모어를 통해 사고의 폭과 깊이를 확장하고 모어를 통해 경험을 축적한다.
그 모어가 뭔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생각할 때 쓰는 말이다. 누군가와 말싸움을 하기 전에 하는 생각, 직장상사에게 보고를 하기 전에 체계를 세우는 생각, 잠을 이루기 전에 하는 생각, 헤어진 애인을 만났을 때의 생각... 이런 생각들을 할 때 쓰는 말이 모어이다.
우리의 모어는 한국어다. 아니, 현재 우리의 모어는 한국어다. 하지만 미래에 우리 아들의 아들의 모어로 영어가 자리 잡고 있지는 않을까.

세상 살기가 참 팍팍하다고들 한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다. 특히, 정직하고 착한 이들에게 세상은 잔인하기까지 하다.
부동산투기 하지 않고 정부의 시책을 믿고 따르는 사람에게 세상은 은근히 ‘바보’라는 이름을 붙이는지도 모른다. 국가의 교육정책에 따라 내신을 열심히 준비하는 아이들에게 세상은 배신감이라는 경험을 선사한다. 열심히 공부해 실력을 키우면 회사나, 국립학교, 사립학교 등에 취직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 세상은 뒷구멍과 낙하산의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원칙을 중심으로 융통성(변칙)이 허용된다고 믿는 사람에게 세상은 융통성(변칙)이 중심이고 원칙은 겉치레임을 힘으로 보여준다. 착한 사람이 아름다운 사회를 만든다고 믿는 사람에게 세상은 윗분에게는 한없이 착해야 하지만 아랫것에게는 한없이 불친절해도 됨을 출세 명함으로 보여준다. 착하고 정직한 사람들의 무덤인 사회.

그 사회가 2006년 우리가 만들어가는 세상이다.

『직장생활 5년 동안 번 돈을 잘 모아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결혼을 했다.
결혼 후 10년. 급여의 10% 정도의 돈으로 임대한 집에 살지만 불편함이 없다. 급여가 늘고 나이가 많아져 집이 좁아지면 근 임대아파트로 옮기면 된다.
부동산 투기 하지 말라는 정부의 말이 옳다. 공공재산인 땅이나 집으로 올리는 수입은 물가상승률과 일반 기업체의 평균 마진 정도를 빼고 모두 세금으로 환수하니 개인이 땅이나 집을 사는 것은 엄청난 손실이다. 큰 임대사업자가 아니면 말이다.
두 아들놈은 학교에 갔다 오면 친구들과 놀기 바쁘다. 학교의 정규과정만 열심히 따라가면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도 얻을 수 있으니 아들놈의 공부는 염려가 없다. 아이들은 열심히 놀면서 마음을 키워야 한다.
중학교 때부터 영어를 배우지만 외국 문화에 대한 것과 간단한 말하기 정도이고, 외교관이나 대기업 회사원 등 외국어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경우 외국어고등학교로 진학하여 외국어를 깊게 배우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모어를 중심으로 창의력과 사고의 깊이를 더하는 교육이 이루어지니 좋다.
대학은 평준화되어 수학능력만 인정받으면 어느 대학이나 들어갈 수 있다. 일정 수준이 되기 전까지 졸업이 어려기는 하지만.
공공기관의 취업시스템은 한 곳에서 관리하니 면접 40~50%라는 이름으로 성행했던 공공연한 뒷구멍이 없다. 뇌물을 먹다가 적발되면 뇌물을 준 이나 받은 이 모두 뇌물로 취득한 이익의 100배를 환수하니 가정이나 회사를 파탄내야겠다고 작정하지 않는 이상 뇌물을 주거나 받을 수 없다.』

이런 세상이 올까.  

* 영구만세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6-10-1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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