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179.72.206) 조회 수 4736 추천 수 83 댓글 0
다음은 지난 2001년 23일부터 25일까지 우리 학교의 수련원에서 고등부 아이들이 수련활동을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학급 게시판에 올려놓았던 것을 조금 다듬어서 올립니다.

[아름다운 산과 물과 바람과 별, 그리고 마음]

안녕하세요. 담임입니다.

지금쯤이면 거의 모든 아이들이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잠자리에 들었을 것 같군요.

저도 6시경에 들어와 축구경기를 보면서 밥해 먹고, 상을 치우고 나니 9시가 훌쩍 넘었군요.(남편이 며칠 집을 비워 심심하다고 하기에 올 초부터 이야기하던 처외가에 잠시 다녀오라고 했거든요. 주말엔 처와 아이들 데리러 익산에 내려가야 할 것 같습니다.)
집에 들어오면 늘 그랬던 것처럼 두 아들놈들이 뛰어와 안기는 장면이 연출(?)되어야 하는데, 아이들과 처가 없으니 썰렁한 밤입니다.... 쩝.....

우리 반 게시판을 보니 아이들이 수련원 간 시간동안 어머님들께서 보람있게 잘 보내신 것 같아 기쁩니다. 더욱 기쁜 것은 저도 수련원에서 아이들 덕에 잘 먹고, 잘 쉬고, 신선한 공기를 가득 담아 왔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융숭한 대접을 받으면서 말입니다.
아이들 덕분에 어머님들이나 저나 모두 즐겁고, 유익하게 보냈으니, 우리 아이들은 행복을 주는 아이들인가 봅니다.
"고맙다, 야들아...."

첫날, 약 3시간 정도를 달려 아이들과 '아침고요 수목원'이란 곳에 들러 점심을 먹었는데, 야외에서 먹는 김밥이 꿀맛이더군요. 조금 모자란 감이 있었지만....
아이들과 김밥을 먹으면서 잠시 옛 생각을 했습니다.
대학 다닐 적에 '유네스코학생회'라는 단체에서 주최하는 '조국순례'를 한라산으로 다녀 온 적이 있었습니다. 제주항에서 출발하여 제주를 반 바퀴 돈 후에 한라산을 넘어 다시 제주항으로 오는 코스가 있었는데, 하루는 점심메뉴가 김밥이었습니다.
야영하는 처지인지라 재료가 많지 않아 오이와 단무지만 넣어 만들어 먹었는데, 그때의 김밥 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높이 솟은 솔 숲 아래에서 먹던 그 김밥 맛이란....
이번에 아이들과 먹은 김밥의 맛이 그렇더군요.
그리고, 혹 '아침고요 수목원'에 가 보실 분들 계시면 참는 것이 좋을 듯 하다는 개인적인 소견입니다.
그냥 간단하게 둘러보고 김밥 먹기는 좋았지만 입장료를 내고 들어갈 만큼 잘 해 놓지는 않은 것 같더라구요. 급경사와 급커브, 좁은 차 폭 등으로 들어가는 길도 무지 힘들고(학교 버스가 힘이 달려-우리학교 버스는 원래 힘이 조금 달리는 버스지만-무지 힘들었습니다.) 입장료도 생각보다 비싸서 거의 모든 선생님들이 "돈이 아깝다.."고 이구동성이었으니까요.

점심 먹고, 약 1시간 30분 정도를 더 달려 수련원에 들어가니 약 4시경.
방 배정하고, 아이들 짐 정리하다 보니 밥 먹을 시간이더군요. 저녁 프로그램이 "영화 관람"이었는데, 담당자가 저인지라 급히 밥 먹고, 아이들 이 닦이고, 기타 등등 서둘러 준비를 하였습니다.
영화 제목은 '다이너소어(Dinosaur)'. 작년 어린이나 가정이 함께 보도록 만들어진 월트디즈니의 영화인데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약 1/3 정도의 아이들은 재미있게 보더군요.

'작은 것이 때로는 큰 것 보다 소중할 때가 있다'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영화인데, 대충 주제가 " 꿈과 희망이 있어야 한다. 나 혼자 살려고 하는 자는 살 수 없다. 함께 살고자 할 때 모두 살 수 있다....." 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어떻게 보았을지 알 수 없지만, 저는 마치 우리 사회를 보는 것 같더군요. (어머니들도 한 번 빌려 보세요. 특히, 만화영화 좋아하시는 분은 더욱...)
영화시간에는 OO군이 잠을 자려고 하여 여러 번 씨름을 하였습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좋은 습관이 있다는 정보를 들은지라, 가능하면 다른 아이들이 잘 때 재워, 아침에 다른 아이들의 단잠을 깨우는 일이 없기를 기대하며...
거의 모든 아이들은 잘 자는데, BBB는 까부느라고 안자고, OOO는 잠자는 시간을 놓쳐서 안자고....
겨우 잠을 재웠더니 조금 있다가 AAA가 일어나서 뒤척거리며 깨더군요. 보일러가 조금 덥고, 자리가 좁아서인가?
AAA와 2층 마루가 있는 큰방으로 올라가 자리를 펴고 누워 가슴을 토닥거리니 잠이 들더군요. 혹, 너무 차가울까 싶어 저도 옆에 누웠습니다. 내가 추우면, 아이도 추위를 느끼겠지.... 아주 시원하고 쾌적하더군요. 자리도 넓고.... AAA 덕이 시원하고, 쾌적한 곳에서 첫 밤(?)을 보냈습니다. 단 둘이서.......(여자아이들은 이영선 선생님이 재웠지요~~)

둘째 날, 아침 먹고 고기 잡으러 냇가에 나갔는데, 영인이, 상득이, 병덕이는 덥다고 옷을 입은 채 물놀이를 재미있게 하고, 춘구는 넓은 돌과 작은 돌 사이를 다니면서 무언가 열심히 수집을 하고, 류, 상훈이, 윤용이는 낚싯대 들고 낚시 가고, 윤지, 지혜, 현영이, 재원이, 세홍이는 꼬네기(꺽지의 미끼)를 잡거나, 제가 만든 일명 '어장'에서 고기 구경을 하였습니다. 워낙 고기 잡는 재주가 없는지라(제 처는 낚시를 좋아하는데, 낚아온 고기와 노는 것만 좋아하지 낚는 재주가 없는 남편을 만나 결혼 후 낚시를 한 번도 못 갔답니다.) 남이 잡은 고기로 어장 만든다며 아이들 불러 놓고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신나더군요.
아참, 병덕이와, 상훈이는 탱수(고향에서는 이렇게 부르는데, 표준어가 뭔지 모르겠군요. 조금 주황색인데, 메기처럼 생겼고, 턱의 수염 같은 곳에 침이 있는데, 여기에 찔리면 무지 아픈 고기인데.....)를 한 마리씩 잡아 자랑이 엄청나더군요. 눈꼴실 정도로.... 선생님은 한 마리도 못 잡아 남들 잡은 고기 보며 놀고 있는데... 눈치도 없이.....

어쨌거나, 고기잡고, 개울바람 쐬고, 새 소리 듣는 시간이 지나고 냇가에서 올라오는 길에 모두 작고, 예쁜 돌을 하나씩 주어 왔습니다. 셋째 날 아침에 쓸 재료거든요.(가방을 열어보면 아마, 예쁜 그림이 그려진 돌들을 보셨을 것입니다.)

점심 먹고, 군인들과 명지산 산행을 하였는데, 아이들 모두 "군인 아저씨~~"하면서 좋아하더군요. 상득이와 윤지는 걸음이 늦고, 특히 상득이가 발목을 자주 삐는지라 그것이 걱정되어 정 코스의 1/3 정도만 산행하고 다른 아이들은 모두 잘 올라가더군요.
병덕이, 류, 세홍이는 군인들이 끌려갈 정도로 산을 잘 타고, 재원이는 씩씩하게 산 길을 걷고, 춘구는 군인과 동요를 부르며 신나게 등반하고, 현영이와 지혜는 군인들과 조잘조잘 거리며 걷고, 영인이는 말없이 ' 내 길은 내가 간다....'며 걷고, 윤용이와 상훈이는 군인과 친구인척(친한 척)하면서 걷고.....

산행을 마치고, 돼지고기를 숯불에 구워 먹었는데, 이번 행사 중에 아이들이 가장 흥분(?)했던 시간이었던 같더라구요. 왜냐하면, 너무 맛있어서....

저는 모닥불놀이-캠프파이어- 준비(진행자인지라) 때문에 또 바쁘게 움직여야 했습니다. 학급 아이들은 정재화 선생님께 맡기고....

저의 진행이 조금 미숙하였는데, 아이들은 그래도 좋은가봐요. 모닥불놀이의 여러 활동에 흠뻑 빠지더군요.
모닥불 놀이가 끝나고 이제 샤워를 할 시간.
수련원에 들어오면 개인적으로 몸도 마음도 즐거운데, 샤워시간은 항상 부담스러웠습니다. 많은 아이들을 빨리 씻겨야 하고(다른 반이 기다리니까...), 아이들 옷이나 수건 등 개인용품에 신경도 써야 하기 때문에 더욱.
다행이 정재화 선생님이 도와주셔서 수월하게 끝낼 수 있었습니다.
샤워실에서 아이들의 몸을 보면서, 닦아주면서 참 기분이 좋더군요. 아이들의 새로운 면도 보게 되고, 살찐 아이들은 둥글둥글 귀엽고, 서로의 거시기(?)를 보면서 웃기도 하고.....

잠자리에 들 시간. 마지막 밤이고, 아이들이 모두 피곤한지, 이번에는 금방 모두 잠자리에 들더군요. 첫날과 달리 잠자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마지막날, 아침 먹고, 둘째 날 주워 온 돌에다가 예쁘게 색칠하고, 투명락카를 뿌려 물에도 쉽게 지워지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돌에 그림 그리기가 끝나자마자 도착시간 맞춘다고 허겁지겁.....

버스 타고 조금 졸다 보니, 으악~~ 아쉽게도 학교가 눈에 들어오지 뭡니까.....

여하튼, 재미있는 수련원 활동이었습니다. 저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런 말을 합니다.
"수련원에 5박 6일 있어도 좋은데...."
특별한 프로그램 없이 아이들 데리고 수련원에 들어가 밥 해 먹고, 산과 물 구경하고, 새 소리 듣고, 좋은 공기 듣는 정도의 시간(그냥 친한 친구들끼리 놀러 가는 것처럼....)이라면 5박 6일도 좋겠지요. 정해진 프로그램대로 해야 한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지만....

항상 바쁘고, 답답한 학교보다 몸은 조금 더 움직여도, 마음 편한 도대 수련원이 참 좋습니다. 아름다운 물과, 바람과, 하늘과, 별....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을 만날 수가 있어서......

좋은 시간 되세요. 모든 분들.....


* 영구만세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6-10-1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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