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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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 유아들을 대상으로 언어치료, 대그룹, 소그룹 활동 등을 하면서 시작한 저의 특수교육이 이제 30년을 맞았습니다. 그동안 치료교육한다고 어린 유아들을 만나기도 했고,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교육 활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30년의 교사생활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했던 아이들은 고등학교 학생들이었습니다. 22년 정도 고등학생들을 만났으니 말입니다.

많은 부모님이 고등학교를 졸업학교 학교를 떠날 때면 선생님, 나중에 꼭 연락할게요.”라는 말을 남기지만 실제, 아이들의 소식을 듣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졸업 후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내가 가르친 아이들이 졸업 후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파악한다면, 학령기에 무엇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실제 삶에서 도움이 될지 가늠할 수 있는데, 그게 잘 안되니 아쉽습니다.

그나마 직접 연락하는 네 명의 제자와 풍문으로 들어오는 부모님들과 아이들의 소식을 접하면서 중증 발달장애 학생이 많은 특수학교 중학생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생각합니다.

 

2002, 고등학교에 다니던 모 학생이 있었습니다. 제 옆 반 아이였는데 덩치가 크고 힘이 셌으며, 자기가 원하는 것만 하려고 하지만 정작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서 타인을 때리는 등 쉽지 않은 학생이었습니다.

한번은 행정실과 식당 사이를 지나가고 있었는데 자가용으로 하교하던 그 학생이 뭐가 맘에 들지 않았는지 어머니의 머리를 낚아채어 휘어잡고 좌우로 흔들었습니다. 어머니는 마치 볏단처럼 흔들리다가 맥없이 쓰러지고 말더군요.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인 데다 워낙 힘이 세다 보니 담임 선생님과 제가 말렸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의 일입니다. 그런데 졸업 후 이듬해에 그 학생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당시만 해도 학부모와 선생 사이가 그리 사무적인 것만은 아이여서 부조를 했던 기억도 납니다.

힘이 세고 폭력적이고 정말 어려운 아이였는데 지금 어디에 있는지……. 한 인간으로서 존중받으며 살아가고 있는지…….’

지금도 가끔 생각납니다.

2007년에 고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았던 학생은 졸업 후 어머니를 방구석에 몰아놓고 때리곤 했습니다. 제가 담임을 맡을 땐 화가 나면 신발 등을 던지는 등의 모습을 가끔 보이기는 했지만 그리 심하지는 않았는데, 졸업 후 좀 심해져서 의료기관에 입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냥 놀랍다거나, 겁을 주려는 게 아닙니다. 위 두 아이는 "병리적이지 않다."라는 공통점이 있거든요. 이 두 아이 말고도 2008년 담임을 맡았던 어떤 아이는 부모님이나 어른, 심지어 행인을 때려서 애를 먹었는데, 이 아이는 병리적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앞의 두 아이와 다릅니다.

앞의 두 아이는 학령기 때 "왕자"로 자랐습니다. 부모나 주위 보호자들에게 신발장에서 '신발을 신기거라~~' 하는 듯 발을 쭉 내밀고 가만히 있는 아이를 만나곤 하는데 정말 왕족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이런 아이를 우스갯말로 백수(白手)라고 불렀습니다. 학령기 때 "왕자""공주"로 자란 아이들은 손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서 정말로 손이 하얀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아주 오래전인 1993년의 일입니다. 시골의 특수학교에서 서울로 전근을 와 아이들을 만나는데, 같은 특수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인데 느낌이 많이 다르더라고요. 글이나 수를 읽고 쓰며 말도 잘하는 등 인지적인 면에서는 서울 아이들이 시골 아이들보다 뛰어났습니다. 하지만 대·소변 등 신변자립, 집안일(농사일), 청소 등 실생활과 관련된 일은 시골 아이들이 서울 아이들보다 훨씬 더 잘했습니다. 서울 아이들에게 신발을 똑바로 신으라.”고 하면 발을 쑥 내밀고 가만히 서서 빤히 바라보는 경우가 많지만, 시골 아이들은 고개를 숙여서 자기가 신발을 신어 보려고 시늉이라도 하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1993년의 일이니 참 오래전이죠. 요즘은 어떤가요? 요즘은 더합니다. 예전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 씻겨주고, 먹여주고, 닦아주는 등 아이가 직접 해야 하는 것들까지도 대신해 주는 부모님들은 손을 꼽아야 했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이 아이의 삶을 대신 살아주기 경쟁을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아이의 삶을 대신 살아주는 것은 도와주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 아이의 학습 경험을 박탈하는 것이지요. 스스로 할 수 있게 기회를 주는 것이 참 도움입니다. 아이가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이는 부모님과 다른 비장애 형제들의 삶에도 정말 중요합니다. (다음 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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