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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0 15:14

[Story_In 37호] 연민이라는 딴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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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이라는 '딴생각'

 

   사람은 누구나 자기 세상을 삽니다. 지구 위에서는 자기가 주인공인 60억 개의 일인칭 드라마가 실시간으로 돌아가고 있는 셈이죠. 그러다 보니 필연적으로 비교하게 됩니다. 시청률 경쟁을 하는 것도 아닌데, 많은 사람이 '나'의 삶과 타인의 삶을 비교합니다.

 

   생명체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나'와 '타자'를 구분하는 건 당연합니다. 그런데 사람에게는 인지능력이 있기에 구분을 넘어 '비교'를 합니다. 인지능력이 있는 동물들이 여럿 있지만 그들과 사람의 인지능력은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개나 영장류 등의 인지능력은 단선적(單線的)이거나 여기에서 더 발달한 복선(複線)의 인지능력이지만 사람의 인지능력은 셀 수 없이 다선적(多線的)이며 불규칙합니다. 저는 이런 사람만의 인지능력을 '딴생각'이라고 부릅니다.

   사람은 한가지 상황에서 한가지 생각과 판단을 하지 않고 반드시 '딴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나의 생각이 올라오면 여러 갈래의 딴생각으로 넘어가거나 금세 예기치 못했던 기억과 연결되어 완전히 다른 세상의 생각에 닿기도합니다.

   사랑하는 이와 이야기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집에 두고 온 강아지를 생각하거나 음식 생각을 하기도 하고, 밥을 먹으면서도 맛있는 간식을 떠올립니다. 맛있는 식사를 앞에 놓고 죽음을 떠올리거나 똥을 생각하는 등 상황에 맞지 않는 매우 불규칙한 생각을 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딴생각은 한 두 가지에서 끝나지 않고 셀 수 없을 정도로 지속해서 올라오며 절차도 규칙도 없습니다. 이는 마치 흐르는 강물 같습니다. 물의 표면을 보면 단선적 흐름이지만, 물속은 수십 또는 수백 갈래의 물줄기와 불규칙한 소용돌이가 흐르고 있습니다. 사람의 인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의 표면 생각(또는 주된 생각)이 하나처럼 보이지만 그 생각 아래엔 수십 또는 수백의 '딴생각'이 흐르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사람은 표면 생각 아래 '딴생각'이 있다."라고 동의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동의하는 사람들도 아마 그 '딴생각'의 수가 많지는 않다고 여길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사람이 언어를 가졌기에 나타나는 착시현상일 뿐입니다. 사람은 언어로밖에 생각할 수 없는데, 세상은 말할 수 없는 것(事象)들과 함께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람은 '딴생각'의 존재입니다. '타인의 삶'과 함께 살아가면서 사람은 늘 '딴생각'이 올라와 '나'와 '타인'을 비교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나'와 '타인'을 비교하는 삶은 하루하루를 너무 힘들게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태어남과 동시에 '버팀의 세계'로 접어드는 게 사람의 인생입니다. 나와 타인을 비교하는 '딴생각'은 사람의 삶을 더욱 피곤하고 불행하게 하지요. 덜 불행하고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구분은 하되 비교하지 않는 삶을 살 수는 없을까요?

   비교하는 삶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 방법 역시 '딴생각'입니다. 타자와 구분하면서 한 번 갈래를 뻗은 "비교"라는 딴생각에서 한 번 더 갈래를 땁니다. 2차 '딴생각'을 하는 거죠. '공감'은 어떤가요? '사랑'이나 '자비' 같은 것도 있지요. 그런데 저는 '생명 있는 것끼리의 연민'이 제일 좋을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는) 모든 생명은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유한한 존재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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