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사는담(談)
2003.02.21 14:42

교실을 비우며....

(*.179.72.253) 조회 수 3287 추천 수 38 댓글 0
오늘 학교에서 업무분장이 발표되었습니다.
저는 새 교실로 가게 되었구요.

기존에 쓰던 고3-2반 교실을 비우면서 가슴 속에서 뭉글뭉글 올라오는 안타까움은 뭘까요. 졸업식때 마냥 즐겁게 사진을 찍고, 상을 받아 좋아하던 아이들과 이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가야할 길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지네요.

대다수 우리 아이들에게 고등부를 졸업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저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하나의 생명만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부모님의 생명력과 자연의 생명력, 신의 기운이 자연적 생명을 탄생시켰다면, 자연과의 관계,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인간의 2차적 생명인 "사회적 생명"이 탄생되고 자란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자연적 생명은 계속 자라겠지요. 그들의 영혼이 계속 자라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고등부 졸업과 동시에 우리아이들의 대부분은 사회적 생명이 더이상 자라지 못할 처지에 놓이거나 눌림을 받게 됩니다.

아이들의 이후 삶을 유추해 보면 대다수의 아이들이 주간보호센타같은 곳을 거쳐 부모님이 나이들거나 병들거나 혹은 여러 이유로 시설에 보내질 것입니다.
관계 속의 사회적 생명을 생각할 때 일반 사람들과 유리되고 많은 관계들이 잘라지면서 사회적 생명이 더이상은 자라지 못하겠죠...

교실을 비우면서 곳곳에 스며있는 아이들의 숨결을 생각했습니다.
간질로 애를 태웠던 경림이가 간질 후 누워있던 카펫
학교에 들면 제일먼저 "식당, 식당"을 외치며 원일이가 서 있던 뒷문 앞
아프지도 않은 눈을 깜빡이며 양호실에 가고싶다던 가람이가 않아있던 책상과 의자
의자를 수도 없이 빼고 넣고 하면서 시커멓게 변해버린 용우의 자리
나의 눈이 마주치는게 부끄러워 항상 수업시간에 엎드려 시선을 끌고자 했던 선경이의 자리
일찍 시설로 가버린 효조의 빈 자리
직장생활로 1주일에 한 번씩 보이던 건우와 정훈이의 자리....

많은 숨결을 느끼면서 또다른 숨결이 이 곳에 스밀 것이란 생각을 합니다.

일년간 정들었던 아이들의 마음은 빨리 비워야겠죠.
또다시 맞아야할 아이들을 생각하고 그 아이들의 상상력으로 기쁜 마음을 채워야겠죠.

아이들이 졸업한 다음날 일을 멈추고 잠시 생각해 봅니다.
* 영구만세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6-10-11 16:39)



***** 처음처럼님에 의해서 게시물 카테고리변경되었습니다 (2006-10-12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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