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사는담(談)
2010.06.22 15:34

뚫어 뻥

(*.247.18.66) 조회 수 6525 추천 수 0 댓글 2

좀 되었는데, 집 화장실 세면대의 물빠짐이 좋지 않다.

머리카락이 많이 들어가서 막혀 있는 것도 같고...

아내가 그것좀 어떻게 하라고 해도 건성으로 듣고 있었다.(난 불편함이 없으니까^^)


그젠가... 아내와 가까운 마트엘 갔다. 생필품을 사던 중 아내에게 기분이 사알짝 나빠졌다.

아내가 뚫어뻥을 사야 된다는 것이다. 내가 아래쪽을 스패너로 열어서 청소해 준다고 해도 꼭 사야겠다는 것이다. 주방에도 써야 되고, 누가 그러는데 뚫어뻥을 부어 놓으면 머리카락이고 뭐고 다 녹아 내려간다고 하더라며 뚫어뻥을 찾는다.

"때론 조금 더럽게 사는 것도 세상 전체를 깨끗하게 하는 것이야."

몸을 씻을 때, 빨래를 할 때, 주방에서 설거지를 할 때... 이래저래 쓰는 여러 세제들을 어쩔 수 없이 쓰지만 그나마 조금이라도 환경에 부담을 덜 주려는 생각을 가지고 사는 나에겐 그 독한 뚫어뻥이 탐탁치 않다.

"충분히 더럽거든요~"

아내의 말에 결의가 차 있다.

아내가 이야기할 때 건성으로 듣지 말고 조금 일찍 스패너로 관을 열어 청소해 줄 것을... 예쁜 아내의 결의에 찬 말은 다 내 탓이다.


살다보면 생각으로는

'이렇게 해야지....'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좀 더 욕심없이 살아야지.. 하면서 무언가에 욕심을 내고

좀 더 자연에 빚지지 말아야지... 하면서 걸을 거리를 자가용타고 가기도 하며

좀 더 나눠야지.. 하며서도 꼭 쥐고 있는 것이 있다.


삶의 무게가 어깨를 눌러 숨이 막힐 때 삶의 답답함을 뚫어 줄 뚫어뻥은 없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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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lleh 2010.06.22 20:38 (*.193.29.154)

    저도 제 게으름을 늘 "조금 더럽게 사는 게 차라리 세상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라 하여 남편을 기함시키는데, 선생님 저랑 비슷한 점이 은근히 많네요. 죄송합니다.

  • profile
    영구만세 2010.06.23 21:01 (*.177.219.103)

    olleh님도! 현대사회와 격리되어 살자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만 더 나와 우리를 담고 있는 세상에게도 깨끗함을 나눠줬으면 좋겠네요.

    위 이야기가 그렇다는 이야기지, 실제로 제 아내는 저보다 더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랍니다. 성당 행사에서도 일회용품이 많이 나오면 걱정하는 사람인데... 뚫어뻥은 제가 하도 건성으로 들으니 약올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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