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냉이를 먹으며]
터지다만 강냉이 부스러기를 보며
무심코 입맛을 쩝쩝거리는 것은 왜일까.
집 앞 기찻길 너머 아우라지가 옥수수밭 옥수수
진딧물처럼 다닥다닥.
옥수수 대롱을 쭉쭉거리며
해지는 줄 모르고 동무들과 동네를 휘저으면
"밥 먹어라!"
어머니 소리
오늘은 강냉이 밥이다.
막장일 십여년만에 얻은
작은 집과 천여평 땅뙈기에
당신, 십여년 쏟아온 땀만큼
땀을 쏟아 수확한 옥수수.
꿀 맛이실까
자식들 숟가락만 탁탁치며
물끄러미 앉아있을 때
아버지
큰 숟가락으로 강냉이밥 가득
큰 손가락으로 총각김치 하나
맛나게 드신다.
둘째 아들 온 것도 모르고
병상에 잠드신 아버지의 얼굴에서
병상구석 터지다 만 강냉이 속에서
그때의 모습이 떠오르는 건
내가 아직 어려서일까.
* 95년에 썼던 시인데, 생각이 나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