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초. 아이들과 조금씩 무언가를 이루어가는 수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함께 무언가를 이루어간다.'
참, 막연한 이야기죠. 저도 막연했습니다. 주로 출퇴근길(자전거를 타거나 걷거나...)에 생각을 많이 했는데요, 한 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었습니다.
이름하여 '생각나무'
모든 학급의 구성원이 매일 한 번씩 색칠을 하여 1년동안 큰 그림을 그리는 것입니다. 매일 한 번씩 색칠을 하니 속도는 늦겠지만 조금씩 그림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보면 좋을 듯 했습니다.
그래서 시작했죠.
<중요 규칙>
1. 한 사람이 하루에 한 번씩 붓(색연필)을 들어 칠한다.(한 번 칠한다는 말은 색연필을 화판에 대어 그린 후 색연필을 뗄 때까지를 이야기함)
2. 색칠을 하는 빈도는 모두 평등하다.(교사도 하루에 한 번 터치!)
3. 주어진 그림은 없다. 서로 그림을 보면서 완성해야 한다.
그림을 그리면서 느꼈던 것인데요, 세상에 혼자 힘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없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아무리 의도했던 그림(실은 나무가 풍성하게 자란 그림을 의도했음)을 그리려 해도 아이들이 따라주지 않으면 어렵더라구요.
저 또한 그림그리기의 한 구성원으로서 큰 흐름에 따라 그릴 수 밖에....
사람 삶이 그런가봐요. 혼자 아무리 바둥쳐도 흐르는 물을 거스를 수 없는. 비록 그 물이 흙탕물일지라도 말이예요. 물이 흘러 하류로 가면 좀 더 맑아지겠죠. 좀 더 맑은 물을 만나는 사람들은 그 속에서 또 살고요...
어쨌꺼나 재미있는 활동이었습니다. 그림이 완성되는 시간은 최소 한 학기 정도를 예상했는데, 7주 전후정도 되니 완성되더군요.
혹, 이런 활동 해 보실 분은 참고하세요.
<진행과정>
1. 화판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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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실에 가서 양해를 구하고 가장 큰 합판 하나를 구해왔습니다. 합판의 양쪽 면에 나사못을 박고 현재는 못 쓰게 된 옛 텔레비전 장에도 나사못을 박은 후 철사로 묶어서 넘어지지 않도록 했습니다.
2. 그림 그리기
위 규칙에 따라 매일 아침에 한 번씩 그림을 그립니다.(아래 그림 참고)
<그림이 그려지는 과정>
*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는 장면은 찍지 못했습니다. 아이들 하나하나 봐 주어야 해서....
그림의 변화과정도 매일매일 찍어야 되는데 잊기도 하고 정신이 없을 때도 있고 해서 몇 장 되지 않습니다.
3. 색칠하기
그림이 모두 그려지면 화판을 떼어 바닥에 놓고(왜 꼭 바닥이냐고 딴지거는 사람들이 혹 있습니다. 그냥! 물감은 흐르고, 혼자 그리는 것보다 함께 협동으로 그리는 것이 더 신나잖아요. 그쵸?) 색칠을 합니다.
저의 경우 매번 그러는 것처럼 삼원색(빨강, 노랑, 파랑)만 제공하였습니다. 물과 함께.
<물감으로 색칠하기>
4. 완성
이제 협동벽화가 모두 완성되었네요.
끝입니다. 그림이 좀 커서 사진을 세 장 찍어 붙였더니 그림이 조금 좋지 않습니다. 참고하세요.
* 한 번 더 활동을 해 볼까 생각하는데, 아직 생각만 있습니다.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