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흔적 남기기
2004.10.04 15:04

차름여름학교를 다시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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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선생님, 송수지에요^^
차름에 로그인이 안되서 이쪽으로 원고를 넣었습니다.
너무 늦어서 인쇄가 이미 들어갔을지도 모르겠네요. 죄송합니다.
이번 주말에 뵐 수 있는거지요?
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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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름여름학교를 다시 떠올리며.

송수지

저는 신규교사입니다.
한 학기 동안 근무하며 귀로 눈으로 제도권 학교에 대해 익혔습니다. 여러 가지 공문처리 하는 방법과 결재 받는 요령, 그리고 요새 가뜩이나 드세진 아이들 기선 제압하기 등 학교생활에서 아주 중요한 일들이지요. 그래서 이젠 교무실 들어가는 일도 예전처럼 두근거리지 않고, 아이들이 인사해도 의연하게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법 선생 티가 난다고 할까요? 교사생활의 꽃이라 불리우는 여름방학의 끝자락 즈음 저는 차름여름학교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곳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종종 일어났답니다.

교무회의.
학교에서는 교무회의가 있습니다. 사전에는 회의 주관자가 기안하여 관계자들에게 순차적으로 돌려서 의견을 묻거나 동의를 구하는 일로 나와 있지만 사실 주관자가 특히 관리자가 여러 교사에게 학교 일정을 통보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나머지 교사들은 학교장의 경영의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발 맞추어 나가는 식으로 학교는 착착 돌아갑니다. 그런데 차름에서는 이런 효율적인 방법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일정은 느슨했고, 거기서 꼭 해야 할 일들은 평화롭게 지내기, 재미있게 지내기 정도였습니다. 우리는 추진하고자 하는 일의 가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개인개인의 생각은 달랐지만 그 다름을 즐겼고, 시간은 조금 걸렸지만 그 시간을 통해 모든 이들이 왜 그 일을 해야하는지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다함께 계획하고, 다함께 추진했습니다.
우리의 학교조직을 바라봅니다. 많은 행사들과 행정업무를 선생님들은 잡무라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쏟아져내려오는 불필요한 공문들을 하지 않을 권리나 많은 행사들이 전정으로 어떠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어디로 갔을까요? 중앙집권적인 제도권 학교는 극복할 수 없는 문제일까요? 여름이 지나고 저는 조금 더 열린 교무회의를 바라게 되었습니다.

매너리즘.
젊은 피를 수혈하신다는 선생님들의 말씀이 무색하게 젊다 환호 받았던 저는 맥을 추지 못하고 이내 구석에 놓인 쇼파에 드러눕고 말았습니다. 기력도 좋으신 분들일세 하고 생각합니다. 자세히 보니 아이들보다 더 크게 웃고, 생기있는 사람은 선생님들이었습니다. 경력이 켜켜히 쌓여가면 그에 비례하여 극복하기 힘든 매너리즘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다 그런 것도 아닌가 봅니다. 산을 올라가다 숨이 턱에 차 포기하고 싶다가도 정상에서 들려오는 야호소리에 올라 갈 힘이 생깁니다. 수 백명의 아이들에게 다 퍼주시고도 새로운 아이들과 즐겁게 웃을 가슴이 남아계신 선생님들을 바라보니 이 길 힘들어도 끝까지 걸어갈 용기가 생겼습니다.

평화로움.
이따금씩 ‘저렇게 해서 사회생활 어떻게 해 나가려고 하는건지..’하는 말을 들으면 사회생활이란게 참 차가운 말처럼 느껴집니다.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어서 처음부터 기선을 제압하지 않으면 다루기 어렵다는 말들도 공감은 하지만, 아이들을 적대시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우러져 더 평화롭고, 다양한 아이들을 사랑으로 감싸 안을 수 있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이지요. 그래도 지난 여름 우리는 제법 평화로웠습니다. 시기나 질투, 모함이 없는 조용한 평화로움은 짧았지만 아주 신비로웠습니다.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주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차름여름학교가 끝나고 순식간에 개학을 하고, 각종 학교 행사에 밀려밀려 이렇게 느닷없이 가을이 맞이하고야 말았습니다. 가을에 꺼내보는 지난 여름의 기억은 참 따뜻합니다. 겨울학교에선 또 어떤 이상한 일들이 일어날까? 신규교사는 겨울학교가 궁금하고, 또 이 가을 더 여물어 겨울을 맞이해야지 다짐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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