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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과의 일년, 참 좋았습니다.

by 형우母 posted Feb 1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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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입춘 무렵 추위가 매섭더니 어제 오늘은 꽤나 포근합니다.
이렇게 겨울이 가고 봄이 오길 바래보지만 아직은 꽃샘 추위가 남았지요.
이래서 한 시인은 겨울을 '싫다싫다 해도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이미 정이 멀어진 愛人'이라고 표현했나 봅니다.
계절이 가고 오고... 그러다 선생님과의 일년도 다 갑니다. 그래도 왜 이리 세월이 더딘지요, 아침에 문득 눈을 떴을때 제 몸조차도 가눌 수 없는 노파로 변해있다면 하고 세월을 재촉해 봅니다.
그저 막연히 세월이 빨리 지나가기만 바라면서도 시간시간마다 그래도 형우가 있어 아주 행복합니다.
우리 집은  학예발표회때의 시낭송이 자주 있습니다. 침대 위에 올라서서 화일을 들고 긴 시를 외우죠.
"선생님, 고맙습니다. 아버지, 고맙습니다. 어머니, 고맙습니다" 이렇게 끝내기에는 시간이 영 이상하다 싶었는지 다시 "선생님, 또 고맙습니다. 아버지, 또 고맙습니다. 어머니, 또 고맙습니다. " 이래도 부족하다고 생각되었는지 그 다음부터 아는 친구들 이름이 다 나오죠. "누구누구 어머니, 고맙습니다.......
그러다 얼쭈 시간이 맞다고 싶으면 절을 꾸벅하는 저 녀석, 우리가 침대 위로 올려주는 천원짜리 지폐를 보고 그 큰 입이 더욱 커지는 그 모습이 어찌나 이쁜지요. 그런 형우의 모습에 우리 가족은 형우보다 더 행복해하곤 합니다. 제가 볼 때 우리 가족이 형우와 수준이 너무 비슷한데 남편은 굳이  형우와의 눈높이를 맞춘다는 고상한(?) 표현을 쓰지요.  졸업후(고등학교)어떡하지?
나 죽고 나면 어쩌지? 이런 평생해도 다 못 할 근심에 사로잡혀 살지는 않으렵니다.
형우와 우리 가족과의 관계가 이렇게 건강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