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교사-심승현 선생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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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면서 미흡하나마 책을 내 볼까 준비하려 했더니 시간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서론으로 썼던 글의 일부인데, 올려봅니다. 그냥 한 번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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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교육의 미래는 아날로그에 있습니다.(발달장애)

   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의도하지 않았지만 여러 다른 교실의 수업이 눈에 들어옵니다. 
   다른 교실의 수업을 언뜻 보면, 요즘 선생님들은 컴퓨터를 이용하여 수업하시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컴퓨터 화면을 보고 개념을 잡은 후 학습지를 푸는 패턴이 보편적인 것 같습니다. 요즘은 여러 학습 사이트에서 유·무료로 학습내용을 제공되고 있고, 이런 사이트에 들어가면 온갖 학습자료가 있습니다. 교과별, 제재별, 주제별로 잘 정리되어 있어서 선생님들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교육과학기술부나 국립특수교육원의 여러 자료도 컴퓨터에서 사용하기 쉽도록 제공되고 있습니다. 사용하기 쉽고 편하니 당연히 컴퓨터를 이용한 수업이 널리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여러 특수교육 현장을 보면 거의 같은 양상인 것 같습니다. 어떤 선생님은 자료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때도 있는데,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그 “없는 자료”라는 것의 대부분은 학습지이거나 컴퓨터 자료를 말하는 경우입니다.
   일반적으로 가르치는 원리 중의 하나는 "구체성에서 추상성으로!"입니다. 참된 특수교육을 하고자 하는 선생님들은 이 의미를 잘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앞에도 언급했지만, 일반적으로 학급을 오가다 보면 몇몇 분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선생님이 컴퓨터를 이용한 수업 후 학습지를 푸는 수업을 하시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는 이것이 매일의 패턴이 된 경우도 봅니다. 어쩌면 석·박사급으로 올라간 특수교육계의 전반적인 학력을 따라가지 않는 저의 잘못된 판단인지 모르지만, 아이들은 컴퓨터 화면을 보러 학교에 오지는 않습니다.
   “구체성에서 추상성으로!”라는 말 속에는 아이들의 발달이 녹아 있습니다. 왜 수업의 원리는 구체성에서 추상성으로 나가야 할까요? 우리 아이들은 구체적인 수업이 더 적당할까요, 추상적인 수업이 더 적당할까요? 컴퓨터를 이용한 수업은 구체성을 가진 수업일까요, 추상성을 가진 수업일까요?
   몇 년 전, 쓰레기 분리수거라는 주제의 연구수업에 컴퓨터를 이용하여 화려한 수업을 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많은 분은 컴퓨터의 화려함에 칭찬을 했지만 전 '그 시간에 아이들이 종이, 플라스틱, 유리 등을 더 만져보게 구성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역시 석박사처럼 많이 배워야만 컴퓨터를 이용한 수업의 유용성에 동의하나 봅니다.^^

   개인적으로 1993년부터 컴퓨터를 이용한 수업(지금은 ICT-Im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라는 용어로 사용하지만, 당시엔 CAI-Computer Assisted Instruction-라 부름)에 대해 관심을 두고 컴퓨터가 발달장애인의 학습향상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했습니다. 그런 기대로 “우경 복지재단(지금의 파라다이스 복지재단)”에서 도깨비 한글, 생각하기 말하기 등의 학습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발달장애 아이의 언어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컴퓨터가 우리 발달장애 아이들의 인지 발달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컴퓨터를 이용한 수업”과 관련된 많은 책과 논문을 봤습니다. 관심을 두고 봤던 많은 책과 논문은 예외 없이 컴퓨터를 이용한 수업이 발달장애인의 학습을 향상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발달장애 아이들과 함께 교실에서 특수교육을 하면서 내린 결론은 컴퓨터를 이용한 수업이 발달장애인의 학습향상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는 1992년부터 지금까지 120여 명의 발달장애 아이의 담임을 맡으면서 내린 결론입니다. 물론, 어떤 자폐아이는 타자를 잘 쳐서 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는 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타자를 잘 치는 것이 그 아이의 학습을 향상한다거나 삶에 도움이 되었다고 느낀 적은 없습니다. 타자를 잘 쳐서 언어적 표현력이 늘어나거나 수에 대한 개념이 생기는 경우도 드물고, 타이핑을 잘하여 고등학교 졸업 이후 관련된 곳에 취업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컴퓨터가 발달장애 아이들에게 좋은 놀잇거리가 되는 경우는 있지만 좋은 수업도구가 되는 경우는 적습니다. 
   피아제는 인간은 11세 이후(형식적 조작기)가 되어야 추상적 사고가 가능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굳이 피아제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일반적으로 아이를 키우면서 막연하게나마 어릴 적에는 추상적 사고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특수학교에 다니는 발달장애 아이는 웩슬러 지능검사, 스탠퍼드-비네지능검사 등 여러 심리검사의 실행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유아용 그림지능검사나 아동발달검사를 합니다. 검사해 보면 특수학교에 다니는 발달장애 아이는 인지능력이 5~6세를 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추상적인 사고가 가능한 11세를 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이런 발달장애 아이들에게는 컴퓨터를 이용한 학습이나 학습지를 이용한 학습보다 오감으로 직접 느껴보고 만들어보면서 참여하는 학습이 훨씬 더 효율적입니다(단, 지구의 자전, 마이크로의 세계 등과 같은 일반적인 상황에서 아이들이 구체적으로 경험하기엔 어렵지만, 그래도 한 번쯤 추상적으로라도 경험해 봤으면 좋을 것들은 컴퓨터의 힘을 빌리면 좋을 듯합니다.).
   어쨌거나, 저는 몇 년 전부터 컴퓨터를 이용한 수업을 극히 제한해 왔습니다. 올해는 한 번도 컴퓨터를 이용한 수업을 하지 않았습니다. 사람의 오감을 대신할 새로운 메커니즘이 발명되기 전까지 아직 상당기간 특수교육의 미래는 디지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날로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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