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193.18.178) 조회 수 19 추천 수 0 댓글 0

   아이들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학교 텃밭을 목화밭으로 만들어볼까 생각 중입니다. 목화 모종이 비싸서 직접 만들 요량으로 목화씨를 구입해 포트에 담아 목화모종을 만들고 있습니다.

   목화 모종을 만들다 보니 목화는 발아율이 높지 않습니다. 130개 이상 씨를 심었는데, 현재 싹을 틔운 것은 30개 정도 됩니다.  목화 자체의 발아율이 낮은데다 목화의 속성을 잘 모른 채 너무 높은 기온에서 발아시켜서 그런가봅니다. 여하튼 씨앗이 흙을 뚫고 살며시 나타날 때, 그 느낌은 전율입니다. 기특하고, 귀엽고…


   목화씨는 팥알 크기의 타원형 모양인데, 피스타치오처럼 조금 딱딱한 껍질로 쌓여 있습니다. 그리고 그 둘레를 목화솜이 엉킨 채 뒤덮고 있습니다. 그래서 껍질을 깨고 새싹이 올라와도 목화솜과 껍질 때문에 떡잎을 완전히 펴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대로 며칠을 있다 보면 떡잎이 말라 죽기도 합니다.

   지난주에는 목화 새싹 끝에 붙은 껍질이 거의 일주일째 떨어지지 않아서 제가 손을 써서 억지로 씨앗 껍질을 벗겨냈습니다. 그랬더니 그 떡잎이 맥없이 시들 거리더라구요. 자기 스스로 뚫고 올 수 있도록 둬야 하는데, 괜히 제가 개입하여 자연스럽지 않게 되었습니다. 모든 목화씨가 올라오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제가 억지로 싹을 뽑아 키를 높이거나 씨앗의 껍질을 깨 줄 수는 없습니다. 억지로 키우려고 하면 할수록 그야말로 발묘조장(拔苗助長)이 되어버립니다.

 

   작물이 열매맺기까지 60% 이상은 씨앗 자신의 힘입니다. 그리고 30% 정도는 씨앗을 심은 지역의 날씨와 토양의 도움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10% 정도만 농부의 노력입니다. 그나마 농부가 열매 맺기까지 인위적으로 할 수 있는 일도 별로 없습니다. 농부의 일이란게 적기를 찾아 파종이나 모종을 하고, 때맞춰 물 잘 주고, 다른 잡초들이 침범하지 않도록 잡초를 적당히 뽑아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는 그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응원해 주는 일뿐입니다.

   콩이 필요한데 실수로 팥을 심은 농부가 '아차, 콩이 필요하지!'라고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팥밭 앞에서 콩이 자라기를 기도나 염불, 굿 등 온갖 방법으로 기원한다고 해서 이 밭에서 콩이 나는 건 아닙니다.  농부의 바람과 상관없이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이 납니다. 씨앗이 싹을 틔울지, 틔운 싹이 얼마나 자랄 지 등을 농부가 결정하는 것 같지만, 결국 그 결정은 씨앗 자체에 있습니다. 농부가 아무리 기원하고 기원해도 열매가 호응해주지 않으면, 날씨가 협조해 주지 않는다면 수확이 적거나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이게 자연입니다.

  그런데 사람은 돈으로 사람을 뽑아 올려 빨리 자라도록 합니다. 그가 팥인지 콩인지, 그의 그릇이 큰지 적은지 상관없이 똑같이 돈으로 머리를 잡아 올려 발묘조장합니다. 그리고 사람 사회에선 이런 발묘조장이 어느정도 효과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돈으로 이루어지는 사람의 발묘조장은 간혹 콩을 팥으로 만들기도 하고, 팥을 콩으로 만들기도 하니까요. 슬프게도 말입니다.


  잠시 발묘조장하는 ‘사람 교육’ 속에 씨앗의 자람을 보고, 씨앗의 자람을 보며 ‘사람’의 교육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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