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사는담(談)
2024.02.23 23:40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139.141.108) 조회 수 60 추천 수 0 댓글 0

송충이

 

이런 속담이 있습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

많은 이는 이 속담이 타인을 비하하거나 희화하거나 존중하지 않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주제껏 살아야지.' 뭐 이런 느낌이라서. 분수껏 살라는 느낌이라서. 그래서 이 속담은 타인의 마음이 상하게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사람은 송충이가 아니라면서 말이죠.
그런데 전 반대로 생각합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송충이는 한 여름에 소나무에서 태어나 솔잎을 먹고 자란 후 뿌리에서 한 겨울을 보냅니다. 그리고 이듬해 번데기 단계를 거쳐 솔나방이 됩니다. 살기 위해, 나방이 되기 위해 일 년을 버텨야 하는 송충이는 소나무를 타고 다니며 솔잎을 먹고 천적인 딱정벌레의 공격을 걱정해야 합니다. 송충이가 매일를 잘 버티며 이듬해 성충이 되기 위해 솔잎을 먹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게 바로 '송충이의 세상'입니다.


사람은 독특한 존재여서, 똑같은 눈과 코잎이 달렸다고 해서 그가 살아가는 세상도 똑같은 건 아닙니다. 사람은 모두 각각의 다른 우주를 품고 있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서로 그 우주를 존중하고 존경하면 좋겠습니다. 나의 세계로 타인을 끌어오려고 애쓰는 사람은 프로크루스테스와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세계를 가지고 살지만, 어떤 이는 종지잔과 같은 세상을 삽니다. 그렇다고 전자가 후자보다 행복한 건 결코 아니죠. 내게 좋은 세상이, 그에게 반드시 좋은 세상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나의 세상에 타인을 끌어 오려면 최대한 그를 존중하고 존중하며 정중하게 초대해야 합니다. 물론, 상대가 싫다면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나의 천국이 그에겐 지옥일 수도 있으니까요. 이렇게 생각하는 저도 이게 늘 너무너무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그렇습니다. 그러니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고 인정해주는 사람이야말로 정말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덧니 : 그리고 내가 가르치려는 대상이 송충인지, 피래민지, 호랑인지 잘 알아볼 수만 있어도 참 괜찮은 교사입니다.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공지 "사람을 잇는 교육"의 모든 글은 저작... 2015.05.29
220 사는담(談) 나도 물욕이 좀 있거든? 2024.03.23
219 사는담(談) AI 사용을 멈추자 2024.02.24
» 사는담(談)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2024.02.23
217 사는담(談) 쳇.... 2024.02.23
216 사는담(談) 방학엔 뭐 하세요~^^ 2024.01.19
215 사는담(談) 주말엔 숨쉬기 2023.12.15
214 사는담(談) 그동안 도대체.. 2023.11.01
213 사는담(談) 일상 2 2023.10.1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8 Next
/ 28

  • 교육 이야기
  • 심돌이네
  • 자폐증에 대하여
  • 자료실
  • 흔적 남기기
  • 작업실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