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사는담(談)
2024.01.19 11:44

방학엔 뭐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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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입니다.

부모님들이나 선생님들은 요즘 뭐하세요?^^ 저는 요즘 오랜만에 뒹굴거리고 있습니다. 그냥 뒹굴거리는 건 아니고요, 일정한 루틴을 가지고 뒹굴거립니다.
평소보단 늦게 아침 7시 정도에 일어나서 식사 챙겨 먹고, 10시 다 되어서 책과 책상이 있는 방으로 출근. 그리고 점심시간엔 점심 먹으로 주방으로 나왔다가 다시 책과 책상이 있는 방에서 근무. 오후 근무 끝나면 6시 경 거실로 퇴근. 그리고 가끔은 12시까지 야근.^^
무슨 근무냐면.. 몇 년간 생각만 하고 있던 "감정"과 관련된 글을 구상하는 건데요.. 그것 때문에 방학 후 1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여러 문헌을 뒤적이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예전에 읽던 책들도 다시 들춰보게 되었는데요. 그제부터는 바타이유의 '에로티즘', 슬라이보 지젝 등의 '매트릭스로 철학하기' 등을 뒤적이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눈에 확 들어오는 책을 발견했는데요, 『공중부양의 인문학(2020,쿠움)』(이러면 광고가 되나요?^^) .
 

잠시 읽다보니 제가 쓴 글이 맞나 싶어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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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 글 생략)

디자인된 장애인(간)

푸코Michel Foucault는 『광기의 역사(1961)』에서 우리가 정의한 정상인들의 사회로부터 광인이 어떻게 철저히 분리됐는지를 역사적 흐름 속에서 고찰하고 있습니다.
푸코에 의하면, 16세기 이전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엔 광인에 대하여 잘 몰랐기에 '광기'는 사회의 다양한 스펙트럼 중의 한색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심지어 광인은 신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존재로서 인식되기도 했지요. 중세의 그는 미쳤지만, 여전히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중세를 거쳐 사람이 광기에 관해 더 많이 알게 되면서 오히려 광인은 격리와 수용의 시대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광기는 제거되거나 고쳐져야 할 질병으로 낙인찍히지요. 광기에 관해 더 잘 알게 될수록 치료와 배려, 여러 서비스가 발달하면서 오히려 광인을 격리와 수용의 대상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광인은 건강한 사회에서 배제의 대상이 되어버렸습니다.
푸코의 견해로 생각해 보면, 건강한 사회란 우리가 머릿속으로 만들어 낸 사회입니다. 건강한 사회란 대다수 사람이 이성으로 합의한 정상인을 상정해 두고, 그렇지 않은 사람을 하나씩 배제해나감으로써 만들어진 사회지요. 하지만 사람이 만들어낸 사회적 가치와 규범, 정상과 비정상, 그리고 이성의 사람과 광기의 사람, 정상인과 비정상인은 있을지 몰라도 원래부터 그런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는 광인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그에 관한 추상적 이미지만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쉽게 떠오르는 광인은 정신질환 즉,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마음의 병에 걸린 광인과 정상인의 경계가 무엇인가요? 물론, 이것도 엄격한 기준과 경계가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질병 및 관련 건강 문제의국제 통계 분류(ICD) 10차 개정판』에서는 치매부터 정신분열,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강박장애 등 다양하게 정신질환을 분류합니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일상적 삶을 떠올려보면 쉽게 구분이 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누구나 화가 나고 우울하며, 자기망상에 빠지기 일쑤이니까요.

여기 심리학자 세 명과 심리학과 대학생 한 명, 소아과 의사와 정신과 의사, 그리고 화가와 주부 등 여덟 명이 있습니다. 이들은 각각 다른 정신병원에 찾아가서 귓속에 "쿵"하는 소리 또는, 이상한 단어나 명령이 들린다고 호소합니다. 그러자 이들을 면담한 정신과 의사들은 그들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 치료를 시작합니다. 여덟 개 모든 병원에서 말입니다. 이들 중 일곱 명은 조현병(정신 분열증), 한 명은 조울증(양극성 정동장애)으로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병원에 입원하자마자 곧 '정상'적인 생활을 합니다. 더는 다른 소리가 들린다는 이야기도 하지 않고, 간호사, 의사, 간병인 등 병원에 근무하는 여러 사람에게 상냥하고 친절했습니다. 하지만 의사들은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이들이 혹시 정상은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미쳤다'고 생각하며 다양하고 많은 양의 정신과 약을 처방합니다. 심지어 이들 중 일부는 나중에 제출할 실험 보고서를 위해 병원에서의 일과를 기록하고 있는데도 말이죠. 그러나 병동의 다른 환자들은 이들이 자신들과 다르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립니다. 그러면서 길게는 52일에서 짧게는 19여 일까지 정신병원 생활을 하다가 '일시적으로 정신이 회복되고 있다.' 또는 '(미쳤지만) 증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고 퇴원하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데이비드 로젠한David Rosenhan의 유명한 「정신병원에서 제정신으로 지내기(1973)」라는 실험입니다. 각 정신병원에 찾아가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고 했던 사람은 로젠한의 실험을 돕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었죠.
저는 이 실험 내용을 보고 장애와 장애인간(이후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장애인'으로 통일함), 정상과 일반인이 무엇인지 또다시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아, 위 실험의 재미있는 결말이 따로 있는데요, 로젠한이 이 실험 내용을 발표하자 자기들은 정상과 미침(비정상)을 혼동하지 않는다며, 자신들의 경우라면 절대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 주장하는 기관이 나타났습니다. 자기들은 꾀병 등 가짜 환자를 정확하게 가려낼 수 있으니 '우리에게도 가짜 환자를 보내라.'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 요청에 로젠한은 석 달 이내에 당신들 시설에서 실험해 보겠다고 하지요. 그러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병원에 아무도 보내지 않았는데도 그곳 의사들은 자신들이 41명의 가짜 환자를 적발했다고 발표합니다. 이야말로 완전히 '미친' 행동이지요.

'광기의 역사'나 '로젠한의 실험'을 보면서 오랫동안 제 삶과 함께 살아온 발달 장애인이라 불리는 아이들을 생각했습니다. 비정상과 정상, 장애와 비장애의 기준이 무엇이고 경계는 어디까지일까요? 과연 무엇이 장애이고 누가 장애인일까요? 그리고 그 기준을 나누는 사람은 정말 객관의 위치에 서서 마치 핀셋으로 가시를 뽑듯 장애인만 골라낼 수 있을까요?
사회 속에서 스스로 장애를 느끼거나 타인으로부터 장애로 분류된 채 살아가는 사람을 우리는 보편적으로 장애인이라고 말합니다. 이들도 광기의 역사 속 광인처럼 건강한 사회로부터 더 많은 배려와 지원, 치료를 받지만 그럴수록 더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사회에서 배제되고 있습니다. 중증일수록 더욱더 그렇습니다.
정상과 비정상이 그렇듯이 장애인도 대다수 정상이라고 합의된 사람이 디자인한 사회의 경계를 벗어났을 때만 드러납니다. 그렇기에 소위 일반인이 정상사회 밖에 있다고 믿는 장애인은 사회가 정상으로 굴러가기 위해 극복해야 할 무엇이 됩니다. 어릴 적 보았던 왼손잡이가 그랬고, 성적 소수자, 노숙인 등이 그렇습니다. 특정 시대나 장소에서는 다른 피부색을 가진 사람조차 그랬지요. 현재는 그렇지 않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도 없지만 말입니다.
인류사 속에서 장애인이 원래부터 장애로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감성보다 이성이 발달하고, 다수의 이성이 합의한 정상인의 정상적인 사회가 정의될 때, 장애인은 이 정상적인 사회에 참여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또는 치료되어야 할 대상으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사람과 사람의 활동(노동력 등), 그 덕에 발생하는 재화 등 모든 것이 상품화되어 돈으로 가치가 매겨집니다. 더 나아가 이를 사고팔며 살아가는 주체인 사람마저도 돈으로 가치가 매겨져 객체화됩니다. 돈이 주도권을 쥔 사회입니다. 돈이 주체인 사회에서는 필연적으로 경제 발전·개발이 선(善)으로 받아들여지는데, 이를 방해하는 것들은 극복의 대상 즉 장애가 됩니다. 현대 자본주의는 경제 발전·개발을 가로막는 장애를 평가하고 분석하여 하나씩 극복하며 성장해 왔습니다. 더 많은 생산을 위해 고안된 테일러리즘(Taylorism), 포디즘(Fordism) 등도 경제 발전·개발의 장애를 극복하려는 방법들이었죠. 이러한 자본의 관점이 사람에게 적용될 때 사람에게도 특정한 가치가 강요되고, 그 가치에 의해 사람은 평가의 대상이 됩니다. 그래서 경제 발전·개발을 가로막는 장애 사람 즉, 극복해야 할 무엇인가를 가진 사람이 선별되고 탄생합니다. 정신 분열, 조현병, 노숙자, 어린이, 장애인 등등.

발달 장애인의 탄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발달 장애인은 생리적 기질과 사회·구조적 관계로 의사소통의 제한을 받음으로 외부세계와 소통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생리적 기질에 의한 제한은 신체적, 정신적, 감각적 다름이 가져오는 개인의 주관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회·구조적 제한은 그 주관적 현상을 정상이라는 디자인의 틀로 재단함으로써 나타나는 대중적(또는 객관적) 현상입니다. 그리고 현시대에서 이 재단의 기준은 '취업 등 최소한의 경제활동에 이바지해야 정상'이라는 대다수 사람의 암묵적 합의에 따라 정해집니다.
장애를, 사람이 지닌 본래의 속성이라고만 이야기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마찬가지로 사회·구조적 관계의 문제라고만 이야기하는 것도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습니다. 발달 장애인이라 불리는 사람의 행복한 삶을 가로막는 장애는 개인의 병리적 기질과 정상이라고 합의된 대다수 사람이 디자인한 사회·구조적 관계가 함께 만들어 낸 산물입니다. 그리고 병리적 기질과 사회·구조적 디자인의 비율은 모든 개인에게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뒷 글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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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부양의 인문학(2020,쿠움)』 의 "장애와 장애인(간)" 중 일부(261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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