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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_In 34호]보호와 감시, 간섭과 인권침해는 종이 한 장 차이

posted Dec 04, 2023 Views 58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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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와 감시, 간섭과 인권침해는 종이 한 장 차이

 

아침이 되면 그는 “나”를 일정한 시간에 깨웁니다. 출근도 해야 하고 일정한 신체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에 좋으니까요. 그리고 밥을 챙겨 주는데 그가 나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음식을 챙겨 줍니다. “나”는 아침에 간단하게 샐러드를 먹고 싶은데, 단백질을 보충해야 한다며 삶은 달걀 2개와 우유 그리고 시리얼을 줍니다. “나”가 싫어하는 기색을 보여도 소용없습니다. 어차피 내 말은 듣지 않으니까요.
“나”가 출근할 때 입을 옷도 그가 준비합니다. 늘 반듯하게 보여야 한다면서 머리는 2:8 가르마를 가르게 하고, 옷도 그의 취향에 맞춰 입힙니다.
‘아, 나 별로인데….’ 이런 소리는 필요 없습니다. 이미 그의 패션 취향은 정해져 있으니까요.
점심이나 저녁 식사를 할 때도 그의 취향은 정확합니다. 어떤 음식은 더 먹어서 안 되고, 어떤 음식은 질겨서 안 되고, 어떤 음식은 그냥 삼키니까 안 되고…. 늘 옆에서 이래라저래라합니다.
화장실에 갈라치면 화장실 안에까지 따라와서 똥을 제대로 누는지, 똥 색깔은 어떤지, 오줌은 잘 누는지 확인하고 도와줍니다. “이게 다 너의 건강을 위해서야.”라면서 말입니다.
깊은 밤 침대에 누운 “나”의 성적(性的) 상상을 그가 알면 그는 “나”를 거의 환자 취급할 수도 있습니다….

   위 이야기는 30년 이상 중증 발달장애 학생을 만나온 경험을 바탕으로 제가 지어낸 이야기입니다. 물론 함축적인 이야기를 하려니 좀 과장된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증이라도 발달장애인의 삶을 "장애"인간이 아닌, “그냥” 인간의 삶으로 한 번쯤은 생각해 볼 일입니다. 물론 발달장애인의 경우 신변자립부터 하나하나 도와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간섭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보호와 감시, 간섭과 인권침해는 종이 한 장 차이랍니다.

 

   중증 발달장애인을 둘러싼 여러 보호자 그러니까, 부모님, 선생님, 활보사, 치료사 등등이 매일 발달장애인에게 행하는 보호 행동에 대해 “일반 인간”인 본인과 처지를 바꿔놓고 생각해 보신 적은 있는지요.

   예를 들어,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식사하는데 매번 누군가 나타나서 “너는 편식 때문에 이 음식을 먹어야 해”라거나, “너는 소화를 못 시키니 이 음식은 안 되겠다.”라고 하거나 “너는 너무 뚱뚱하니까 음식을 더 먹지마.”라고 조언한다면 어떨까요? 선생님, 부모님 등  “일반 인간”들은 매우 불편할 겁니다. ‘내가 감옥에 와 있나?’ 싶을 수도 있지요.

   혹은 부모님이나 선생님인 '나'가 소변을 보고나 대변을 보는데, 누군가가 화장실에 들어와서 오줌 누는 것을 보거가 대변을 잘 보는지 지켜본다면 어떨까요? 물론 목적은 보호입니다. 똥을 닦아주거나 소변을 옷이나 변기에 흘리지 않게 잡아주거나 그러려고 말입니다. 만약 누군가 선생님이나 부모님 같은 “일반 인간”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이렇게 한다면 어떤 반응이 돌아올까요? 그 답은 물어보지 않아도 빤합니다.

 

   발달장애인을 키우고 가르치는 안내서라도 있어서 어떤 때는 이렇게 하고, 또 어떤 때는 저렇게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어디에도 그런 안내서는 없습니다. 누구도 그런 안내서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지표가 있을 뿐입니다. 우리 모두 “그냥 인간”이라는 지표 말입니다. 남자든, 여자든, 발달장애인이든, 지체 장애인이든, 서양인이든 동양인이든…. 그냥 인간이기에 그냥 인간으로 만나면 됩니다.

   판단이 미숙한 어린이나 발달장애인(간)일지라도 잔소리나 행동 제지 등 간섭은 최소화하고 본인의 자유의지를 최대한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 줘야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본인의 자유의지를 꺾거나 그의 수치심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이 만드는 인생 드라마의 주인공입니다. “그냥 인간”은 누구나 자기 인생의 주인공입니다. 자기 이외 주변 사람은 조연(助演)이거나 보조출연자일 뿐이죠. 그가 아무리 부모나 형제, 남편과 아내라도 말입니다. 

   "그냥 인간"인 "나"가 그런 것처럼 "그냥 인간"인 "그"도 그렇거든요. 조연(助演)이면(잘 모르는 분이 있을 것같아 굳이 한자를 풀면, 여기서 助는 아시다시피 도울 助입니다.) 조연답게 그를 잘 도와야지, 그를 대신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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