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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_In
2023.04.10 17:17

[Story_In 28호] 농부는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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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경사회인 동양에 가장 중요한 덕목은 농사 잘 짓는 것입니다. 농사를 잘 지으려면 언제 씨를 뿌리고 언제 거두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농경사회 사람들은 오랜 세월 날씨의 변화에 대한 경험이 쌓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씨뿌리고 거두는 시기를 예측하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월력으로 나타냈고, 월력을 축약한 것이 24절기입니다.

  다 알다시피 우리가 평소 말하는 '철들다'는 말의 '철'은 '농사의 무엇을 할 시기', 즉 24절기를 말합니다.  농경사회에서 철을 몰랐다가는 굶어 죽을 수도 있기에 '철든다'는 건 대단히 중요합니다.

 

  '철든다'는 말은 동양사상의 중용(中庸)과도 연결됩니다.

  혹자는 중용을 이것과 저것의 중간이라고도 하지만, 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절제와 균형이란 의미에서 두 극단의 중간지점을 찾고자 했죠. 이를테면 "용기는 비겁함과 무모함의 중간이다." 와 같이 말입니다. 하지만 동양의 중용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과 완전히 다른 의미입니다.

 중용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려면 참 길지요. 1장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부터 읽다 보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중용을 잘 읽다보면 중용은 한마디로 '시중(時中)'임을 알 수 있습니다. 시중(時中), 여기에서 중(中)은 상형문자로써 과녁의 중앙을 맞힌 형상입니다. 즉 '정확한 시기'라는 이야기죠. 중용의 시중을 농사로 비유하면 '철을 아는 것'입니다.
  그러니 철을 놓치지 않고 적절한 시기에 씨뿌리고 수확하는 우리의 농사꾼이야말로 철이 단단히 든 훌륭한 철학자인 셈입니다.

 

 오늘 모종을 심기 위해 학생들과 함께 텃밭을 일궜습니다. 물론 아이들은 잠시 거들고 98%는 선생님들이 했지만, 어쨌거나 학생들의 손이 스쳐갔습니다. 학생들과 저, 그리고 일을 함께한 선생님들 모두 생명을 기르며 조금 더 철들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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