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193.18.178) 조회 수 209 추천 수 0 댓글 0

 

  많은 이들이 맛이 절대적 감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맛이라는 감각도(맛뿐만 아니라 다른 감각도) 주위 환경과 구조접속을 통해 변화하는 상대성이 존재합니다. 이는 여러 문화와 환경의 '맛있는' 음식을 보면 알 수 있지요.

 

  저는 아프리카를 엄청나게 좋아합니다. 그래서 두 번에 걸쳐서 남아공, 에스와티니(옛 스와질랜드), 모잠비크, 세이셜, 잠비아, 짐바브웨, 에티오피아 등 여러 나라를 여행했습니다.

  아프리카의 음식은 진한 향신료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2018년에 방문했던 에티오피아의 음식이 기억납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다양한 음식을 테프 인제라로 싸 먹는 음식가루를 발효한 ‘인제라’로 싸 먹습니다. 에티오피아 음식은 아프리카의 다른 음식보다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서 먹기 곤란할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너무 맛있게 먹더라구요(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렇게 에티오피아 시민들이 맛있게 먹는 음식이지만 그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사람에게는 당황스럽거나 무서운 음식이 됩니다. 마치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번데기나 낙지회를 먹는 것처럼 말입니다. 문화에 따라 맛이 달라집니다.

  임진왜란 당시 선조는 궁궐과 백성을 버리고 피란길에 오릅니다. 고된 피란길에 "묵"이라는 생선을 먹게 되었는데, 너무 맛있었죠. 그래서 선조는 너무 맛있는 "묵"이라는 생선 이름이 촌스러웠는지, 아니면 허기를 채워줘서 고마웠는지 "은어"라는 이름을 하사합니다. 전쟁 후, 궁궐에서 그 험난했던 피란길에 먹었던 맛있는 "은어"가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선조는 "은어(묵)"를 밥상에 올리라고 명합니다. 편안한 궁궐에서 그 생선을 맛본 선조. 많은 사람이 알다시피 그 생선은 선조의 "맛있는 기억"을 무참하게 짓밟았고, 짜증과 함께 "도로 묵"이 됩니다. 같은 생선이지만 고된 피란길과 편안한 궁궐에서 느끼는 맛은 달랐던 거죠. 환경에 따라 맛이 달라집니다.

 

  저는 제 자식들에게 꽃길“” 가라고 응원하거나 기도할 마음이 결코 없습니다. 꽃길만 걸으면 꽃길이 사라집니다. 사람의 삶은 필연적으로 타자(사람, 환경 등 ‘나 아닌 것’)와 소통하며 걸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끊임없이 타자와 소통하며 서로 변화하는 인간의 삶에 꽃길만 있을 리 만무합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서로 자신의 꽃길만 찾는다면 그보다 더 큰 비극은 없을 것입니다.

  다만, 저는 제 자식들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오르막과 내리막, 꽃밭과 가시밭이 있는 인간의 길을 허리 펴고 뚜벅뚜벅 걷기를 원합니다. 자신을 믿고 사랑하며 걷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쁨과 슬픔, 서러움과 환호, 빛과 어둠 속에서도 늘 함께하는 사람이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 말입니다. (부부일 수도 있고, 선·후배·직장 동료 등 친구일 수도 있고)

 

  꽃길만 걸으면 꽃길이 사라지지만, 나를 알아주는 사람과 함께 사람의 길을 걸으면 생의 많은 날이 꽃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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