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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_In 21호] 자본주의 사회의 공감능력

posted May 20, 2022 Views 184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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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살다보면 '나'와 가까운 존재에 공감하는 사람과 '나'와 먼 존재에도 공감하는 사람을 만납니다. 저는 이를 줄여서 "가까운 공감"과 "먼 공감"이라고 표현합니다.(여기에서 나와 가깝다, 멀다는... 글로 표현하기 어려우니 아래 그림 1로.)

가깝다멀다.png

<그림 1. 가깝다, 멀다>

 

  어린 아이는 ‘나’와 가까운 존재와는 잘 공감하지만, ‘나’와 먼 존재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일단, 나와 먼 존재를 인식하기도 어렵거니와 감정은 생명 탄생 초기와 가까울수록 생명 유지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생명 초기, 삶과 죽음으로부터 시작된 감정은 생존을 위해 기쁨과 두려움(화남) 등 단순한 감정을 가집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다양한 감정들 그러니까, 슬픔, 즐거움, 사랑, 미움.. 등을 가지게 됩니다. 어린 아이가 자기 중심적인 것은 그런 연유입니다.

  요즘 공감이 없는 세상이라고 합니다. 또 한편에서는 어른이 없는 세상이라고 하죠. 이 두 말이 서로 다른 말 같지만 같은 이야기입니다. 자본주의가 극대화된 요즘 사회에서 많은 사람의 삶은 ‘나’로 귀결됩니다. ‘나’의 삶을 사는 것이 당연하지만, ‘나만’의 삶은 사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죠.

  주위를 둘러보면 생각보다 많은 사회 구성원들이 ‘나만의 삶’을 추구하며 살아갑니다. “표준화의 신화*”로 자란 근대자본주의와 달리 현대 자본주의는 “타자와의 이질감**”를 자양분으로 자본을 축적하니까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나만의 삶'을 살아가는 사회에서 구성원 개개인의 공감은 ‘가까운 공감’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많은 이가 서로에게 진정한 공감의 대상은 아닙니다.   가까운 공감을 하는 사람은 감정도 풍부하지 않아서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 정도로 단순합니다.

* 표준화의 신화 : 제가 자주 예를 드는 건 포디즘인데요. 포디즘에 대한 이야기는 제 책 '공중부양의 인문학'에 잘 나와 있습니다.(중간 광고^^)

** 타자와의 이질감 : 가장 대표적인게 애플의 "Think different" 캠페인이죠. 애플은 수천만대의 같은 기기를 팔지만, 정작 애플 기기를 사는 사람들은 생각하죠. "Think different."라고. 틀뢰즈나 데리다 등 현대 철학자들의 생각도 단순화해 보면 "타자와의 이질감"을 극대화하는 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위 그림을 예로 이야기하면, 현대 자본주의 사회 구성원의 공감 능력은 “나”와 “가족” 좀 더 멀리 가 봐야 “반려동물” 정도입니다. 자본주의가 점점 발달할수록 그보다 더 멀리 공감하기 어렵죠. 예를 들어,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을 넘어 사람 이외의것(곤충, 식물, 우주, 지구..) 까지 공감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멀리 공감할수록 필연코 자본주의의 꽃인 ‘부자’의 영역에 들어가기 쉽지 않죠.
 자본주의가 극에 달할수록 필연적으로 '먼 공감'을 하는 이가 적어지고, '가까운 공감'만 하는 이가 많아집니다. 그렇기에 서로에 공감이 적어지고, 감정표현도 제한적이며, 성숙한 어른도 보이지 않는 거죠. 자본주의 사회란게 '나밖에 모르는 단순한 감정의 아이같은 어른'만 득실대는 세상이니까요.

* 아, 어쩌면 페이스북도 그런가요? 초기엔 "좋아요"만 있다가 요즘은 일곱개로 늘어나긴 했지만.. 페이스북도 사람의 감정을 일곱개로 제한합니다. 실제 디자인은 단순하지만 사용자는 다르다고 느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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