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반을 넘기면서 학교의 여러 일에 관심이 별로 없다. 정확히는.. 학교 일에 관심이 있지만 입을 닫고 사는게 그 관심을 표출하는 것보다 훨씬 속이 편하다. 그런데 이번에 '학교장 전용 주차장' 지정과 관련한 일이 있으면서 대다수 인간들의 '자신만의 행복추구 욕구'가 도대체 어디까지인지 또다시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어딜가도 또 소수가 되나보다..' ㅎㅎ 웃었다.

 

  공공기관은 차량 5부제를 한다. 우리학교도 차량 5부제를 했다. 대다수 사람들은 '차량 5부제'라면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우리학교의 경험을 바탕으로 유추해 보면, "주차공간 부족", "불편함"이 대다수였다.

  차량 5부제 초기엔 차량 두 대를 번갈아타면서 출근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차량 5부제가 정착되면서 대부분의 교직원은 5부제와 상관없이 차를 몰고 출근해 학교 밖에 주차했다. 그러면서
  "학교 주차장이 협소해서 차를 밖에 대느라고 출근이 늦었다."
  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했다.

  작년에 새로 온 학교장이 차량 5부제를 없앴다. 학교 공간의 차 댈만 한 곳은 모두 주차장이 되었다. 그리고 대다수 사람들은 환호했다.(나만 빼고 모두 환호했을 듯.ㅋ) 이젠 편히 차를 가지고 출근할 수 있다고.

  그런데 난 불편하다.
  차량 5부제가 꼭 그렇게 나쁘기만 한 것인가.
  차량을 운영하면서 나오는 수 많은 환경오염 물질을 내뿜는다. 전기차는 친환경이라고 강변할 수 있지만 아직은 그 전기를 만들기 위해 또 얼마나 많은 석탄연료가 사용되는가. 미세먼지 많다고 투덜대면서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자신의 차량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환경보호, 기후위기 뭐 그런 걸 생각해달라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런 생각 자체가 없이 사는 사람들이 태반이니.

 

  아침에 걸어서 출근하다 보면 일산은 백석에서 주엽 정도까지의 공간에 산다면, 우리학교까지 충분히 걸어올 수 있는 거리다. 예전에 풍동 살 때는 35분 가까이 걸렸는데, 마두동으로 이사오고 난 이후에 출근시간이 20분 정도로 줄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고양시 관내에 사는 거의 모든 사람이 30분 이내 출퇴근이 가능하다.
  기후위기로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는데, 후손들을 위해 1주일에 한 번의 불편함이 그렇게 견디기 어려운가?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차로 출퇴근하지 말고 걷자는 건 아니다. 원시생활을 하자는 건 더더욱 아니고. 나도 병원 가고, 출장 가고 볼 일이 있으면 차를 가지고 출근한다. 누구에게나 아침부터 차량을 이용할 일이 있을 수도 있다. 서울처럼 먼 곳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왜 타인을 강제하겠나. 내가 하는 것처럼 당신들도 똑같이 하라고 하는 건 절대 아니다.

 

  다만, 좀 적당히 하자는 얘기다. 적어도 남을 가르치는 교사라면, 좀 지각이 있어야하지 않겠나. 최소한 환경위기에 대한 관심이라도 있어야 하는 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