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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Story_In
2022.04.18 16:42

[Story_In 19호] 좋은 선생

(*.193.18.178) 조회 수 233 추천 수 0 댓글 0

 

  상상 초월의 장풍과 권법이 난무하는 무협 만화나 영화, 좋아하세요? 모두는 아니겠지만 많은 남자가 한 번쯤 무협 만화나 영화에 빠져본 적 있을 것 같습니다.
  20대 중반 혼인하기 전까지 저는 이재학 만화가의 무협 만화를 좋아했습니다. 촉산객이나 검신검귀, 백사풍, 흑사풍 같은 무협 만화를 빌어서 자취방에 쌓아 놓고 보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승남의 무협 만화도 재미있었지만, 이재학의 만화를 더 많이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수많은 무협 만화를 보면 공통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무협 만화 대부분은 「천재적 재능을 모른 채 살던 평범하거나 좋던 시절-악당에 의한 재난(또는 가족의 불행)-시련과 죽음 직전까지의 좌절-좋은 스승(선생)을 만나 단련-악당에게 복수-모두 행복」이라는 구조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디즈니의 ‘쿵푸팬더’도 마찬가지죠. 국숫집 아들 ‘포’는 ‘시푸’라는 스승을 만나 진정한 ‘용의 전사’로 재탄생됩니다.
예전엔 이런 부류의 무협 만화나 영화를 특별한 생각 없이 봤는데, 요즘은 ‘스승(선생)’이라는 존재가 거슬립니다. 무협 만화나 영화처럼 ‘좋은’ 스승을 만나면 누구나 성공적인 변화를 할 수 있을까요? 도대체 “‘좋은’ 선생은 어떤 선생일까요?”

  쿵푸팬더의 '시푸'나 수많은 무협 만화·영화 속 스승들처럼 세상 이치에 통달하고 제자를 고수로 훈련할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있을까요? 제 생각에 실재 세상엔 무협 만화·영화처럼 비법을 전수하여 단숨에 한 인간을 성숙시킬 수 있는 단 한 명의 좋은 선생은 없습니다. 현실 세계에서 한 인간을 성숙시키는 단 한 명의 '좋은 선생'을 콕 집어낼 수는 없지요. '좋은' 선생을 콕 집어낼 수 있다면 아마 그것은 스스로 만들어 낸 환상일 것입니다.
  우리가 평소 '좋은 선생'이란 말로 존경하거나 좋아하는 고유명사 김 선생은 왜 "좋은" 선생이 되었을까요? 고유명사 김선생이 내 아이(또는 나)를 더 많이, 효율적으로 가르치기 때문에 존경하거나 좋아할까요? 아니면 그 선생의 가슴엔 KS마크라도 살짝 찍혀 있는 걸까요? 그렇지는 않을거예요. 고유명사 '김선생이 좋다.'라고 할 때, 그건 그 선생이 나나 내 아이와 더 많은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일겁니다. 나에게 좋은 선생은 나를 더 알아주거나 나를 인정해 준다고 믿고있는 선생이죠.

  그런데 '홍길동'이 좋다고 믿는 선생을 '전우치'도 그렇게 믿을까요? 전우치에게 김선생에 대한 느낌은 아마 다를 겁니다. 심지어 전우치에게 김선생은 '나쁜' 선생일 수도 있지요.

 

  학생은 선생의 자극에 의해 새로운 환경에 나설 결정을 합니다.  '나'의 경쟁심을 자극하거나, '나'의 자존심을 건들거나, '나'의 비루함을 드러내게 하는 선생. 또는 '나'가 잘 할 수 있다는 메세지를 주거나, '나'의 장점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선생 등 다양한 선생이 '나'를 자극합니다.

  이렇게 학생을 자극하는 방법과 자극의 종류는 천차만별이지만 우리는 보통 이를 제공하는 선생은 ‘단수(單數)’일 것이란 환상을 가집니다. 하지만, 실은 학생이 어떤 자극으로 자신의 삶을 결정할 때, 그 결정의 배경엔 수많은 선생이 연결되어 관여하고 있지요. 우리는 그 많은 연결을 보지 못한 채 ‘좋은’ 선생을 찾습니다. 깊이 생각하면 ‘나’와 연결된 선생치고 좋지 않은 선생은 없습니다.


  나무는 다양한 성격의 햇볕, 바람, 비 모두와 연결될 때 건강하게 자랍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죠. 사람은 각자 다른 색의 타자(사람 또는 사물 모두 포함)와 많이 연결될수록 (정신적, 신체적으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습니다. 많은 이와 연결되어 많은 색의 선생(들)을 만나 배우며 자란 사람과 초록이나 빨강, 파랑 선생만 만나 배우며 자란 사람은 세상을 보는 폭과 관점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나’를 성숙하게 하는 진짜 선생은 '나'의 환상 속에 자리한 '김 선생'이라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존재하지만 실재 콕 찝어서 볼 수 없는 '선생'이라는 보통명사입니다. 그러니 현실 속에서 진짜 좋은 선생은 찾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나무'라고 쉽게 말하지만, 그 누구도 진짜 그 나무의 실체를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행복한 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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