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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_In 16호] 소중한 사람

posted Mar 28, 2022 Views 131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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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백 '황지연못'에 가 본 적 있나요? 전 몇 해 전 겨울에 가 본 적 있습니다. 태백 시내의 작은 연못으로 주변 건물이 반사되어 보일 정도로 맑습니다. 예전엔 태백이란 지명이 없었고, "황지"라고 불렀지요. 제가 1970·80년대 초 사북에 살 적에, 그땐 모두 황지라고 불렀습니다. "황지연못"에 옛 지명이 남아있네요.

   많은 분이 아시겠지만, 황지연못은 낙동강의 발원지예요. 황지연못에서 출발한 물은 천 삼백 리를 쉼 없이 흘러 남쪽 바다로 갑니다. 남해로 흐르던 물은 자신이 태어난 황지연못으로 결코 돌아갈 수 없어요. 지금 물이 지나는 곳의 지형, 오염도, 사람들의 행태 등이 어떻든지 그냥 묵묵히 낮은 곳으로, 바다로 흐를 뿐이죠.
   사람이 그런 것 같아요. 개인 시간의 발원지(어머니의 자궁)를 떠나 흐르고 흐르며 많은 이들을 만나고 헤어지고 또 만나지만, 결코 예전의 그 지점으로는 돌아갈 수 없습니다. 심지어 예전 그 지점을 명확히 기억하지도 못하죠. 우리의 기억은 구성되는 것이니.

   사람이 나이 들어 닿을 곳이 물의 목적지 바다처럼 넓고, 풍부하고, 때론 거친 곳일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사람도 삶의 끝을 향해 전진하기만 합니다. 우리가 지금 만나는 사람은 '추억할 수 있지만, 영원히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인 셈이죠. 그러니 지금, 바로 여기에서 만나는 사람이야말로 정말 소중한 사람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소중한 사람을 매일 만나지만 그 사람의 소중함을 매번 잊은 채 만납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길가에 아무렇게나 피는 들풀 싹처럼 대책 없이 쑥쑥 올라오는 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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