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Story_In
2022.03.22 16:35

[Story_In 15호] 쑤~욱

(*.193.18.178) 조회 수 140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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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분이 지났습니다.
  산에, 거리에, 집 앞에, 그리고 아파트 화분 안에도 싹이 나왔습니다.
  아침 산책을 하며 손가락 하나만큼 삐져나온 쑥을 보고 아이들에게 말했습니다.
  "얘들아, '쑥'이 왜 '쑥'인지 아니? 봄볕에 '쑤~욱' 올라와서 '쑥'인거야."


  '쑥'이라는 말의 어원을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쑥'의 어원을 '쑤~욱 올라오는 것'으로 보는 설도 제법 있어요. 어쨌든 쑥이란 놈은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볕이 조금씩 따듯해지는 그 어떤 때, 불현듯 땅을 뚫고 '쑤~욱' 올라와 있습니다.
  쑥만 그런가요? 대자연의 봄 여기저기에서 쑤~욱 올라오는 게 있습니다. 새싹들, 꽃들, 아지랑이……. 사람 인생의 봄에도 '쑤~욱' 올라오는 것이 있죠.
  그런데 이렇게 '쑤~욱' 올라오는 놈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놈들 모두 사람이 보지 않을 때 '갑자기' 쑥 올라옵니다. 사람들이 보지 않을 때를 골라 '쑤~욱' 자신의 모습을 보이지요.


  이렇듯 남몰래 쑥 올라오는 건 부끄러움 때문일까요? 글쎄요…. 저는 두려움 때문일 거란 생각을 합니다. 자라기도 전에 얼어버리나 꺾일 것 같은 두려움 말이죠. 그래서 긴 겨울 동안 아무런 표정 없이 추위를 인내하면서 양분을 먹고 공기와 물을 마시며 에너지를 축적합니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보지 않을 때를 골라 '쑤~욱' 올라오지요. 마치 개구리가 뛰기 전에 잔뜩 움츠리는 것처럼 말이죠. 언뜻 보기에 쑥은 쑤~욱 올라오는 듯하지만, 그 뒤엔 견디기 힘들었던 인내와 숨 가빴던 노력이 숨어 있습니다.


  한순간 나타나는 개인과 사회의 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쑤~욱' 이루어진 변화는 긴 시간의 고통을 참아내고 쉼 없이 노력한 사람(들)의 몫입니다. 비교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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