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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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의 간단 배경 정보>

- 스무 세 살. 고등학교 3학년

- (예전 기준으로)자폐 1급

- 글 읽기 불가능, 말로하는 의사소통 불가능. 

  눈치로 상황파악을 하는데 눈치는 나쁘지 않은 편임.

- 이동할 때 늘 보호자의 손을 잡고 가려고 함. 

- 등교해서의 욕구 : 엘리베이터 타기와 엘리베이터 안에서 뛰기, 커피머신 구경하기

- 3·4교시 욕구 : 밥 먹기

- 6교시 욕구 : 빨리 집에 가기

- 자기 욕구대로 안되면 보호자의 손과 목, 얼굴, 팔 등을 꼬집거나 똥이나 오줌을 일부러 쌈.

- 굳이 지능지수를 살펴보자면 '측불'

- 좋아하는 것 : 머리 스담스담, 엘리베이터, 커피머신

 

  등교할 때 버스 안에서 잠에 취했다가 학교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주차장 바닥에 누워버린다. 그냥 멀리에서 위험한 것이 있는지 보고만 있다보면 10여분 지나 혼자 일어선다. 주차장 바닥에 누워서 잠에 취한 눈으로 보호자(학교에서는 나다.)의 눈치를 살피다가 졸린 기운이 조금씩 사라지면 그제서야 일어선다.(춥거나 비가 오는 등 일기 조건이 좋지 않으면 그냥 교실로 들어가거나 누웠다가 금방 일어난다.)

  일어서서 학교 건물로 들어와 엘리베이터를 타면 80킬로그램이 넘는 몸으로 폴짝폴짝 반복해서 뛰거나, 비상벨을 누르는 장난을 하다가 2층에 내려 교실로 온다. 교실에 오면 음악을 틀어달라고 손을 끈다. 그러다가 "조금 기다리자."라거나, 다른 학생들을 돌보고 있으면 손이나 팔, 목을 꼬집는다. 정확히는 손톱으로 손등 껍질을 벗겨버린다.

  음악을 틀어주면 방방거리면 뛰다가 다시 엘리베이터로 뛰어 간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 학교기업엘 들어가려고 얼쩡댄다. 학교기업 안에는 카페가 있는데, A는 커피머신을 좋아한다. 실컷 커피머신을 구경하도록 그냥 둬도 되기는 하는데, 학교기업 카페의 다른 자폐 청년이 A가 와서 얼쩡거리면 불안해서 자해를 시작한다. 게다가 커피머신 구경을 하던 A는 다른 사람들의 손을 잡고 자신의 머리를 스담스담해 달라고 요구한다. 사람들이 놀라서 다른 선생님이 말리면 손톱으로 상대의 손등을 벗기거나 팔을 꼬집어 멍들게 한다. 그러니 가능하면 카페에 들어가지 못하게 사전에 학교에서 학교기업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막는게 상책이다. 다행이 입구가 지문인식이라 길게는 30분, 짧게는 10분 정도 출입자를 통제하면 A는 다시 학교 건물로 들어온다.(그 시간동안 뭘 모르는 학무모나 A를 맡아보지 않은 선생들이 출입문을 열지만 않은다면..)

  학교 건물로 들어오면,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교실로 올라온다. 이렇게 "교실-엘리베이터-현관-학교기업" 돌아다니기를 1·2교시와 3교시 중간까지 수시로 반복한다. 그 이후 3교시 중간부터는 식당으로 달려가 초등학생들 밥 먹는 것을 보면서 손으로 반찬을 집어먹고 다닌다. 배식구 앞에서는 침을 흘리면서..

  하교 때 활동보조하시는 분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나의 손등, 목, 얼굴, 팔 등을 꼬집거나 보란듯이 현관 앞에서 바지를 내리고 오줌을 싸거나 토한다.

 

  1학년때는 이정도가 아니었는데... 1학년 초기엔 똥오줌 싸기, 토하기를 많이해서 정말 고생했다. A를 받고 3월엔 똥은 하루에 거의 5회 정도, 오줌은 10여회를 늘 처리했다. 토하기는 20여회를 넘었다. 남들이 물으면 호기롭게 '별 것 아니'라고 말하곤 했지만, 실제 그것을 다 받아내고 닦고 청소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특히 똥을 싼 후 그것을 자신의 두 손으로 잡아 비비면...... 아...  참 어렵다. 씻기는 것도 어렵지만 씻고 난 이후에도 내 손과 A의 손에서 하루종일 똥 냄새가 가시지 않는다. 퇴근해서도.

  관찰하고 분석해보니 아이들의 문제행동이 모두 그렇듯이, 똥과 오줌 토하기 모두 의사소통의 기능이다. 아이를 좀 더 편하게 대하면서 시간을 정해놓고 화장실에 데리고 갔고, 똥이나 오줌을 싸면 화장실에 데리고 가서 언어적 표현을 자제하며 뒷처리해 줬다. 야단도 칭찬도 없었다. 그랬더니 4월 정도부터 스스로 화장실에 가서 소변이나 대변을 보기 시작했다. 스스로 대·소변을 보면 A가 좋아하는 머리 쓰다듬기를 해 줬다. 5월 중순부터 똥과 오줌 싸는 횟수가 확 줄더니 1학년을 마칠 때는 똥 오줌을 싸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토하는 것도 A의 의사소통이었다. 자기가 기분 나쁘거나 자신의 욕구대로 되지 않으면 토했다. 중학교까지는 너무 토하니까 식사량을 매우 적게하고 물도 적게 먹였단다. 일단, 먹는 양을 적당히(배가 찰 정도로 많게) 제공하고 식사 직후에 물은 줄였다. 대신 식후 1시간 이후엔 원하는 만큼의 물을 주었다. 그랬더니 토하는 횟수도 눈에띄게 줄어 1학년이 끝날 무렵에는 토하지 않는 날이 더 많았다. 지시따르기도 잘 되어서 자신의 자리에 앉아 협동과제(같이 그림그리기, 모형집 만들기 등)에 참여하기까지 했다.

  1학년 마칠 때는 정말 좋았다.

 

  그랬던 A인데....  1년의 공백을 뒤로하고 3학년에 만나니 영 딴판이다. 물론, 환경의 변화가 있었겠지만.. 안 되도 정말 너무 아무것도 안 된다. 완전히 되돌아갔다.

  1교시부터 4교시 중에 담임인 내 시간에는 그래도 어느정도 컨트롤이 되지만, 교과시간에는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교과시간에 A가 식당이나 학교주변을 배회하면, 하는 수 없이 담임인 내가 출동해야 하고... A에게 묶여 오전 내내 시간을 보내다보면 업무는 밀려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특히 식당에서 초등학생들 밥을 손으로 집에 뺏어 먹는 것은.. 그냥 두자니.... 그러면 안될 것 같고, 억지로 데리고 오자니... 누군가 몰카를 찍으면 9시 뉴스에 날 것 같고... 

  점심시간이 아닌 때 식당으로 내려가 어슬렁거리거나 초등학생의 반찬을 뺏어 먹으면 교실로 데리고 와야한다. 그러면 A는 '밥은 점심시간에 먹을 수 있구나.'라거나 '다른 사람들 반찬을 손가락으로 집어 뺏어 먹으면 안되는구나.'라는 것을 배울 수 있다. 그래도 이 녀석, 눈치는 좀 있어서 어느정도 상황파악을 할 수는 있으니까. 그러려면 억지로라도 끌고 와야한다. 1학년, 그리고 반년 더 담임을 맡아봐서 A를 잘 안다고 생각한다.

 

  이 시점에서 자존심이 팍, 상했다. 아이가 어떤 상태이며, 인권이 무엇인지 나름대로 깊이 생각한다. 평소 사람의 삶이 무엇인지 알고자 고민도 한다. 그리고 이 아이를 어떻게 지도하면 좀 더 사람들 속에서 어울려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어떤 방법이 A 가정의 평화와 A가 졸업 후 행복한 삶을 살게 하는 것인지 더욱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아이를 억지로 끌고 올 경우 돌아올 일들이 두려워 망설여야 하다니. 보고싶은 것만 보는 하이에나 언론이 무서워 망설이고만 있었다니. 정말 자존심이 팍! 팍! 상한다.  아니..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지.. 또 스스로 묻는다.

 

  어쨌거나, 오늘은 공익보조원을 불러서 둘이서 함께 A를 끌고 왔다. 식당에서 교실로 두 번, 교실에서 체육관으로 한 번 끌고 왔다. A의 손톱이 지나간 손등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게다가 체육관 앞에서 똥을 싼 후 그것을 두 손으로 비벼 범벅을 만들어 놨기에 어떻게 하든 치워야 했다. B 선생님이 지나가면서 "그러다가 뉴스에 나와요. CCTV 다 있는데.."라면서 걱정스럽게 이야기한다.

'어떻게 하라고.. 그냥 두면 방치인데다가 모든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데..... 그래, B 선생님 말처럼 끌고 가면 폭력교사라고 뉴스에 나올 수도 있겠지?...'

갑자기 짜증스런 말이 확 올라왔다. 

"그냥, 내가 감옥에 가지 뭐!"

그리고 또다시 아이를 끌다시피해서 화장실로 갔다.

 

  A의 일뿐만 아니라 여러 이유로 한심하고 자존감이 한 없이 떨어지는 하루다.

  또 특수교사라는게 싫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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