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나이테>
출근길 아파트 어귀 느티나무
껍질 켜켜이 쌓일 때
몰아지던 천둥 번개 바람
비와 눈, 그리고 햇빛
미세먼지의 흔적도 함께 쌓였겠지.
가끔 취객의 오물
또 가끔은
아이들의 괴롭힘도 버티며
피할 수도 좌절할 수도 없는 처지였겠지.
세월 지나도록
쓰러지거나 휘지 않고
버텨낸 걸 자축하며
한 해 한 번
치마 한 폭 두른다.
작든 크든
병들든 건강하든
허투루 나이테를 두른 나문 없다.
치마 한 폭씩 쌓으면서
가슴 속 깊이깊이 제 역사를 감출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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