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해 -
볕이 따갑고 공기는 차다.
푸른 나뭇잎 사이로
볕에 달궈진 놈들이
하나둘씩 벌겋게 변하며 삐져 나온다.
어제까지 따갑게 몰아치던 해가
차가운 공기로 어르고
부드러운 볕으론 달래며
나무를 단련시킨다.
생각해보니
한 여름 해를 똑바로 본 적 있던가.
눈 부셔였을까.
눈물과 재채기로 범벅될 일을 걱정해서였을까.
청춘의 그 날처럼 뜨거움을 몰라서였을까.
가을 그리고 그 너머 겨울
해.
평생 똑바로 볼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