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시(詩)
2011.06.08 16:59

(*.247.18.66) 조회 수 4905 추천 수 0 댓글 0




왔냐며 내미시는 손이 여전했다.
링거 주삿바늘이 19년 동안 누비고 다녔는데도
어디 또 꽂을 때가 있는지 바늘은 여전히 꽂혀 있었다.
참 넓기도 하지.
바늘 자국 따라 터지고 아무는 봉우리며 계곡들.
주름은 또 자글자글 왜 그리도 많은지…….

강릉 임곡에서 육이오를 만나 부모 잃고 흐느낄 때
고아로 동생 부여잡고 헤맬 그땐
가늘고 긴 손가락에
부드럽기는 둘째 아들놈 규형이의 손 같았겠지.
아마 사랑스러웠을 거야.
얻어먹고자 벌리는 손이 지저분했겠지만.

정선 읍내 어디선가 옹기 구울 때
고집쟁이 최 씨 영감 첫째 딸의 손을 잡을 그땐
하얗지만,

처자 하나 책임질 튼실한 손등이
첫째 아들놈 규우의 손처럼
믿음직스러웠겠지.

영월 옥동 비리미 마을 촌구석에서
아들, 딸 낳고 처자식 먹여 살리러 광산 나갈 때
상처 난 자리에 연탄이 박혀 문신처럼 물들 그땐
울룩불룩 심줄 돋고 마디 굵어진 손가락이지만
아마 가벼웠을 거야.
두 아들 낳아 날듯이 기뻤던 그날의 나처럼 말야.

부산 대저동 고무 가루 뒤집어쓰며 일 할 때
둘째 아들놈 병에,
자작농의 여유로운 삶의 희망이 무너진 그땐
주름 들기 시작한 생기 잃은 손바닥이
당신의 하루처럼 무거웠을 거야.
한 푼 달라며 내미는 영등포역 노숙자의 손처럼

전화가 왔다.
며칠 전 생신으로 찾아뵙고 집에 돌아와
잘 왔다고 전화 드렸는데,
며칠이 지나 전화를 하셨다.
잘 갔냐고, 손주들 용돈을 줘야 했는데…….

그다음 말씀을 이해하지 못했다.
말씀하시는 전화기 너머 손엔 여전히 링거가 꽂혀 있겠지.

그 노인. 참…….
손이 또 보고 싶어진다.
가능하면 오랫동안.

ths.JPG
TAG •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공지 "사람을 잇는 교육"의 모든 글은 저작... 2015.05.29
201 시(詩) 별을 닮은 사람들 2002.06.07
200 시(詩) 별을 닮은 사람들 2002.06.07
199 사는담(談) 변화무상 아름다운 바우길(1구간) 2 2011.08.01
198 시(詩) 벌레잡이 제비꽃 file 2011.12.29
197 사는담(談) 배우고 가르치는 인연 file 2012.12.16
196 책과 영화 배려의 말들 file 2020.06.10
195 사는담(談) 방한시 바이든의 진짜 요구사항은 뭘까. file 2022.05.17
Board Pagination Prev 1 ...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 58 Next
/ 58

  • 교육 이야기
  • 심돌이네
  • 자폐증에 대하여
  • 자료실
  • 흔적 남기기
  • 작업실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