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시(詩)
2011.06.0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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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냐며 내미시는 손이 여전했다.
링거 주삿바늘이 19년 동안 누비고 다녔는데도
어디 또 꽂을 때가 있는지 바늘은 여전히 꽂혀 있었다.
참 넓기도 하지.
바늘 자국 따라 터지고 아무는 봉우리며 계곡들.
주름은 또 자글자글 왜 그리도 많은지…….

강릉 임곡에서 육이오를 만나 부모 잃고 흐느낄 때
고아로 동생 부여잡고 헤맬 그땐
가늘고 긴 손가락에
부드럽기는 둘째 아들놈 규형이의 손 같았겠지.
아마 사랑스러웠을 거야.
얻어먹고자 벌리는 손이 지저분했겠지만.

정선 읍내 어디선가 옹기 구울 때
고집쟁이 최 씨 영감 첫째 딸의 손을 잡을 그땐
하얗지만,

처자 하나 책임질 튼실한 손등이
첫째 아들놈 규우의 손처럼
믿음직스러웠겠지.

영월 옥동 비리미 마을 촌구석에서
아들, 딸 낳고 처자식 먹여 살리러 광산 나갈 때
상처 난 자리에 연탄이 박혀 문신처럼 물들 그땐
울룩불룩 심줄 돋고 마디 굵어진 손가락이지만
아마 가벼웠을 거야.
두 아들 낳아 날듯이 기뻤던 그날의 나처럼 말야.

부산 대저동 고무 가루 뒤집어쓰며 일 할 때
둘째 아들놈 병에,
자작농의 여유로운 삶의 희망이 무너진 그땐
주름 들기 시작한 생기 잃은 손바닥이
당신의 하루처럼 무거웠을 거야.
한 푼 달라며 내미는 영등포역 노숙자의 손처럼

전화가 왔다.
며칠 전 생신으로 찾아뵙고 집에 돌아와
잘 왔다고 전화 드렸는데,
며칠이 지나 전화를 하셨다.
잘 갔냐고, 손주들 용돈을 줘야 했는데…….

그다음 말씀을 이해하지 못했다.
말씀하시는 전화기 너머 손엔 여전히 링거가 꽂혀 있겠지.

그 노인. 참…….
손이 또 보고 싶어진다.
가능하면 오랫동안.

ths.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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