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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담(談)
2012.08.10 10:21

아내의 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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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잠을 못 잤다고 말하는 약간 푸석한 아내의 얼굴이 예뻤다. 나 보고는 코까지 골며 잘만 자더라며 싱긋이 웃는다.
그렇겠지. 난생 처음 병실에서 링거를 꽂고 자려니 잠이 오지 않았겠지. 나야 어릴 적 천일 가까이 병실에 있었으니 병원의 냄새며 환자나 보호자의 울음 소리, 간호사들 발자욱 소리 등이 그리 낮설지 않지만 아내는 그 모든 것이 낮 설고 두려웠을 것 같다. 동그란 눈을 가진 겁쟁이에겐 더욱.
수술실로 들어간지 한 시간이 넘은 것 같은데, 시간이 길다. 짧지만 긴 시간동 안 아내와 내 삶에 대한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연애하던 그 뜨겁고 푸르던 날들. 혼인할 때의 맹세. 두 아이를 가지며 느꼈 던 무거움과 기쁨. 같이 살면서 위로하고, 기뻐하고, 때론 미워하며 함께한 많 은 시간들.
아내가 수술실로 들어가며 내게 묵주를 건내줬다
"기도해.^^" 라며.
성인이 되고부턴 스스로 우러나는 기도를 한 기억이 없어 서툴고 낮선 묵주. 크게 염려되는 수술은 아니라고 하지만 암은 암. 아내의 묵주를 잡고 짧은 기 도를 했다.
"하느님, 아내와 함께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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