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사는담(談)
2011.10.17 14:24

내 속에 마음 기르기

(*.247.18.66) 조회 수 5046 추천 수 0 댓글 1

   약 한 달 전의 일입니다.

  오랜만에 일찍 집에 들어갔는데, 그 날 따라 아내의 퇴근이 늦어졌습니다. 아내가 퇴근할 때까지 그냥 기다리자니 가족의 저녁 식사 시간이 늦어질 것 같고, 늦게 들어온 아내가도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것도 힘들 것 같아 앞치마를 두르고 저녁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쌀을 씻어서 밥솥에 앉혀놓은 후 설거지를 하려고 싱크대 앞에 섰습니다. 가족들 모두 급하게 출근하여서 아침 식사를 한 그릇들이 싱크대에 쌓여 있었습니다. 그릇들과 수저를 모두 씻어서 식기 건조기에 넣은 후 주위를 둘러보니, 아침에 먹다 남은 국이 약 한 그릇 정도 남아 있었습니다. 다시 데워서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설거지하는 김에 버리고 씻어 놓으려고 수돗물을 넣었습니다. 

  수돗물이 반 컵 정도 들어갔을 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 국을 다시 데워서 먹을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해 보니 이 국은 다시 먹을 수 없었습니다. 아침에 먹던 국에 물을 조금 넣었을 뿐인데 말입니다. 보통은 먹다가 식어버린 국에 약간의 물을 더 부어 데워 먹기도 합니다. 상황은 똑같은데, 왜 데워먹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까요?

  상황은 같지만, 마음이 다릅니다. 마음의 문제입니다.

  내 마음은 이미 그 국을 버렸기에 내 마음속에 그 국은 음식물 쓰레기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 국을 데워 먹겠다고 생각하고 물을 조금 부었다면 그 국은 맛있는 음식이었겠지요.


  마음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것을 가슴으로 느끼고 깨닫기는 처음입니다.

  마음이 중요하다고 해서 객관적인 사실을 마음으로 바꿀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죽은 이(것이)나 , 엎어진 물 앞에서 

  '아, 저것은 죽은 것이 아니야.' 

  라거나

  '아, 저 물은 엎어진 것이 아니야.'

  라고 한들 죽은 이가 살아나고 엎어진 물을 담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객관적인 사실은 언제나 피할 수 없는 객관적인 사실로 존재합니다. 

  다만,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은 마음먹기에 따라 죽은 이와 영원히 이별하지 않을 수도 있고, 엎어진 물로 인해 소중한 사람을 엎어버리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음이란 놈이 보이지는 않지만 내 속에서 좀 더 예쁘게 자라도록 쓰다듬고, 북돋으며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마음이 마음을 기르고, 마음이 마음을 내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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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영 2012.07.20 15:18 (*.251.18.211)

    선생님에게 배우고 싶은 것들이 정말 많네요...

    다양한 경험이 있으시고.. 저는 항상 굴레를 맴돌기 때문인지..

    앉아서 마음을 삭히고 닦고 하는 것이외에 새로운 경험도 없어서...

    조바심 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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