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사는담(談)
2002.06.07 19:27

오늘 하루는......

(*.179.72.206) 조회 수 3825 추천 수 37 댓글 0
새학년 되고 실질적인 첫날인지라 여러 생각도 들고, 아이들과 저의 생활도 돌아볼 겸 글을 씁니다. 매일 이렇게 긴 글을 쓰지는 못해도 한 달에 두세번 정도는 아이들의 학교 생활을 있는 그대로 보여드릴까 합니다. 개인 홈페이지라 남이 볼까 걱정도 됩니다만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과 함께.(혹, 우리반 부모님들만 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면 연락주세요. 비밀문서로 올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담임입니다.

매일매일 학교에서 해 주십사 부탁하는 것들이 새롭게 보내지지요? 번거러우실 것 같습니다. 예전의 것을 써도 될 것 같은데 말입니다.
혹시, 변경된 것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때문에 인적 사항이니, 통학지도니 하는 가정통신문이 홍수를 이루는 것 같습니다.

저도 너무 정신이 없군요.
오늘 할 일들을 점검해 보니 10가지가 넘지 뭡니까. 집에서 아빠가 오면 아빠의 등에 올라 재미있게 놀 궁리만 하는 귀여운 아이들과 '오늘도 늦는군...'하고 혼자 두 사내녀석들과 고군분투(?)하는 처가 기다리는 집으로 빨리 들어가야 할텐데. 쩝......

그래도 즐겁습니다.
아이들과 정신 없이 부딪히고 있을 때 자유롭거든요. 그 자유를 위해 늦게 남아 준비하는 것들이 즐겁지 않을 이유가 없겠지요.

오늘까지 아이들을 정확한 신상명세를 파악하지 못해 등학교때 조금 고생을 하였습니다. 신통하게도 아이들이 저보다 더 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버스를 찾아가는 덕분에 제 고민이 줄었습니다.

지난 토요일처럼 병덕이는 일찍 학교에 왔더군요. 병덕이 녀석과 아침인사(악수를 합니다. 피부를 접촉하는 것은 기본적인 애정표현(?)이니까요)를 하고 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들을 맞으러 나갔습니다.
지난 토요일과 달리 대부분의 아이들은 교실을 잘 찾아갔습니다. 지난 토요일에 몇몇 학생을 보느라고 대부분의 아이들을 먼저 교실로 들여 보냈더니 교실을 못 찾는 아이들이 있었거든요...

아침 조회를 하고, 수학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아이들에게 수와 세상의 관계에 대하여 그림과 함께 이야기하며 세상을 이루는 포괄적인 수와 논리력이 요구되는 수의 차이에 대하여 이야기 했습니다.(오늘은 2까지 했습니다.) 학생들의 학습요구에 따라 학습을 진행하기란 40분이란 시간이 너무나 짧기에 오늘은 조금 어려운 개념도 이해할 수 있는 아이들을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예를 들면,

1 -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것(지구, 달, 나-Ich 등) : 이를 통하여 세상은 여러 것들이 모여 그 여러 것들보다 더 큰 하나라는 것이 생김을이해하도록....

2 - 두 개가 같이 있어야 하나가 있는 것( 남녀, 위와 아래, 좌와 우, 밤과 낮 등) : 이를 통하여 세상은 한 면이 아니라 다면으로 이루어졌음을 이해하도록....

너무 어렵죠? 아이들에게는.....
아이들이 몇 년 동안 수라는 개념을 공부하였지만 "하나에 하나를 더한다"는 개념을 아직 모르는 아이들이 많기에 조금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해 보았습니다. 최대한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 했는데 몇 몇 아이들은 이해하는 것 같았고 대부분은 그렇지 않더군요. 이번 주에 계속 이런 수업을 해 보고 아이들에게 무리가 간다고 생각되면 바꿔봐야겠지요.....

3,4교시 직업시간이 지나고, 식사시간입니다.
첫 날이라서 그런지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식사시간을 할애하여 개별지도를 해 볼 작정이었는데, 식사시간이 어느정도 안정될 때까지는 보류해야 할 것 같군요.

마지막 시간은 과학 시간이었습니다.
식사 후라 그런지(식사 후에는 생체리듬상 움직임을 요하는 활동을 하여야 하는데, 시간표가 제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닌지라 지루한 과학시간이 되었군요.) 아이들은 설익은 밥처럼 뿔뿔히 흩어졌습니다. 한 학생 찾아 오면, 다른 학생이 없어지고, 다른 학생 찾아오면, 또 다른 학생이 없어지고......

'아이들이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구나.....'

그러던 중 한 학생이 교문 밖을 향해 나가려고 하여 불이나게 달려가 데리고 왔습니다. 지난 토요일에도 교출하려 해서 토요일 오후에 전에 지도했던 선생님들과 여러 이야기를 했던 학생입니다.

'똑똑한 학생이니까, 처음에 조금 무섭게 할 필요는 있지요....'

아이를 데리고 오면서
"**아, 선생님 허락 없이 밖에 나가면 위험해. 지난 토요일도 밖에 나가려고 해 선생님한테 혼났쟎아. 오늘은 정말 손바닥 한 번 맞아야겠구나."

전에 지도하셨던 선생님들의 의견이 생각도 나고 해서 결국 아이는 종이뭉치로손바닥을 5대 맞았습니다.....

이 이야기를 했더니 염모 선생님왈
"기분이 그렇지....."
라며 웃으시더군요....
정말 기분이 좋지 못했습니다. 전년도엔 한 번, 그것도 2학기에 매를 들었었는데, 올해는 3월 초부터 매를 들게 되다니..... 이것도 버릇되면 어떻하나.....좀 더 지켜 볼 껄 그랬나.......

아이들은 모두 집으로 가고, 혼자 교실에서 아이들의 책상을 보았습니다.
' 학기 초니까 그렇겠지. 좀 더 인내를 가지고 보자...... **이 손바닥이 많이 아팠을텐데......'

이렇게 하루가 지났습니다.

내심 저는 부모님들의 관심이 두려울 때가 있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제게 큰 기대를 하고 계시는 것 같아서....
말은 잘난 척 잘 하지만 제 자신도 제가 생각하는 것 만큼 잘 해내지는 못합니다. 수차례 말씀드린 것 처럼 단지 제가 할 수 있는 한 아이들이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할 뿐. 아이들 때문에 즐겁지만 아이들 때문에 성도 내는 평범한 교사일 뿐.

내일 또 아이들을 만납니다. 또 웃고, 화내고, 괴로워하겠지요. 그러면서도 아이들을 맞는 아침은 항상 즐겁겠지요.
있는 그대로 아이들을 만나고, 그 아이들을 둘러싼 여러 관계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9시입니다. 남은 하루도 1학년 2반 학생들과 그 가족 모두 편안한 시간 되시길....


* 영구만세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6-10-1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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