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처럼
바람이 차다.
계절이
헤어지던 첫사랑의 매몰찬 눈빛처럼
돌이킬 수 없이 변했다.
바람 앞에서
빨리 눞고 먼저 일어나는
풀처럼
계절 앞에서
빨리 긴 팔 옷 입고
먼저 외투 걸쳐봤다.
곧 계절이 깊어질 태세.
깊어질수록 은근히 지겹기도 하고
딴 계절을 그리워하며
손 내밀기도 할게다.
그냥 풀처럼 조금 빨리.
헌데, 사람은 풀이 아니다.
풀처럼 빨리 눞고
먼저 일어서고 싶지만
사람의 가을 지나고
겨울마저 지나면
그리워할 봄은 없다.
다시 맞이 할 바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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