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남기기

샘,

by 지렁이 posted May 14, 201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샘,

오늘 제 맘이, 말이 아니라서요.

요즘 몇주내내  학교 근처 아파트에 사는

자폐 청년이 점심시간마다 나타나

학교 복도를 돌아 다니고 하다가

아이들이 우루루 따라 다니면

흥분해서 마구 뛰어 다니다가

사라지곤 했어요.

오늘도

2학년 꼬맹이반을 오가다

제가 손을 잡으니

상처난 얼굴이

이 친구의 불안한 오늘을 말해주고

힘이 장난이 아니고해서

바지 허리춤을 잡고

내려오는데 실갱이도 하고

함께 질주도 하고

힘도 쓰고 했는데,

결국 학교앞 파출소로

끌려가는 모습을 보며

흐르는 눈물을 어찌하지 못해

그냥 울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제가 허리춤을 잡아서인지

바지를 벗었냐고도 물어오고

그래서 파출소에서 가서

상황얘기를 하고

흥분한 그 친구에게

심호흡도 시키고해서

학교건물안에 들어오면 안되는 이유를 말해주고

주소를 알아내어

엄마께 연락했더니

멀리 일터에 있어

못오겠다 하시고

몇번을 다짐받고 헤어져

돌아오는데

불안한 얼굴이 떠올라

그냥 눈물만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