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광고·기타
2003.06.03 17:50

[re] 선생님 당신이 정녕 선생님입니까

조회 수 3807 추천 수 27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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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보고 한참동안 생각을 했습니다.

주위에서 심심찮게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 가슴 답답함을 느낍니다. 가르치는 자가 가르치는 것 이외 다른 것에 욕심을 부린 다는 것이 보여서 그렇고, 부모들이 함께 힘을 합쳐 고쳐 나가야 할 일임에도 서로 자신의 아이만 바라보며 덮어 두는 것도 그렇고, 아이들 생각하면 부모가 접어줘야 한다는 현실이 그렇고, 교육청 등 교육관료가 결코 부모들의 합리적인 생각을 들어줄 사람들이 아니라는 사실이 그렇고.....

미란님의 글을 읽고 처음 떠오른 생각은
'이 놈(놈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을 확 고발해 버려...'
하는 분노와 안스러움이었습니다.

아이가 일학년이면 아직 담임선생님의 영향력은 대단한 시기입니다. 어쩌면 학교에 대한 생각과 사회에 대한 생각이 그 선생님의 성품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요. 지난 번에도 말씀드렸는지 모르지만, 제 자식(2학년)도 지난 일년간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아침마다 실랑이를 하느라 무척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정말 난감하지요.....

아이에 대한 생각에까지 이르러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문제는 아이입니다.

먼저, 담임 선생님을 만나 진지하게 이야기 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의 생각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서로 대화로 문제를 풀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일 것입니다.(정말 어려운 일이지요. 사람따라 대화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아니면, 편지를 써 보는 것은 어떨까요? 미란님의 경우와는 다르지만, 작년에 여러 문제로(학교의 구조적인 문제와 제 자식놈의 문제,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의 관계에 대한 문제 등) 제 자식놈이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아침마다 힘들게 할 때 담임선생님께 편지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작년에 아들놈 담임선생님께 보낸 편지***********************

<별을 닮은 사람들>

사람들이 있고
별들이 있다.

사람들은 별을 보며 자신의 별이라 말하고
별들은 사람들을 물끄러미 내려보고 있다.

별들은 그냥 별이지만
하늘을 보는 사람들에게 별은 그냥 별이 아니다.
내 별이 되고, 네 별도 된다.

모든 이에게 별은 의미가 되듯
모든 이들은 누군가에게 별이 된다.

안녕하십니까. *** 선생님 저는 규우 아빠 심승현입니다.
아이가 선생님과 함께 배우고 생활한지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새로운 생활을 하게 된 아이와 새로운 아이를 맡게 된 선생님을 생각하면, 일찍 찾아 뵙고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사정이 여의치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 정발산 너머로 쏟아지는 봄볕을 보고 있습니다.
햇살이 따사롭습니다. 정발산의 진달래, 개나리, 그리고 연녹색의 새순들이 아름답기도 하구요. 어김없이 찾아오는 계절과 자연의 변화는 어디에도 비길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가졌습니다. 이렇듯 때가 되면, 자연은 스스로의 아름다움으로 어김없이 자신을 표현하지만, 자연을 닮고 생겨난 사람들에게는 자연의 순리와 아름다움보다 이기적인 마음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닮은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라면 우리 아이들도 아름답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저는 아이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곤 합니다.
처음 교직에 들어섰을 땐 아이들(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을 잘 가르쳐 보겠다고 회초리 하나를 늘 끼고 다녔습니다. 글자 하나, 숫자 하나를 가르치면서도 회초리가 멈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니 아이들을 보는 눈이 달라지더군요.
'어떻게 하면 이 아이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 줄 것인가.....'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몰두하면서 몇 해를 살아오던 제가 '왜 가르쳐야 하는가'로 생각을 전환한 첫 번째 계기가 규우를 낳았을 때였습니다. 아이를 통해 배운 첫 번째 교훈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도 그러시겠지만 학교 생활을 하다보면 많은 아이들을 상대하는 것만큼이나 힘든 것이 많은 학부모들을 상대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일상적인 교육활동 중 발생한 여러 일들로 인해 부모님들의 전화를 받거나 상담을 하다보면
'아이들의 일에 대해 부모님들이 너무 민감하구나....일반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일인데....'
하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이러한 생각을 하면서 지내다가, 올해 규우가 학교에 가게 되고 저 또한 학부모가 되어보니 여러 일들로 상담을 청하거나 전화를 하시는 부모님들의 마음을 조금은 헤아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처음 주신 글에서처럼 부모의 심정으로 아이들을 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저는 근자(近者)에 들어서야 한 것을 보면 꽤나 둔한가 봅니다.

<선생님>

언젠가 아버님께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내 어릴 적엔 말이야, 선생님은 똥도 누지 않는 줄 알았어....."

시간이 흘렀습니다.
전쟁통에 "가갸거겨...." 하던 소리도, 먹을 것 없어 허리띠 졸라매던 보릿고개도, "잘 살아보세...." 노랫소리도 기억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이런 기억과 함께, 전쟁통에 아이들을 부둥켜 안으시던 선생님의 모습도, 먹을 것 없어 밥 굶던 아이를 위해 자신의 도시락 대신 수돗물로 배를 채우시던 선생님의 모습도, "잘 살아 보세" 소리에 함께 팔을 걷어 부치시던 선생님의 모습도 사라졌습니다.

시간이 흘러 많은 것이 변했지만, 아이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그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 아이들과 상황은 다르지만, 선생님들의 마음 또한 그때의 그 마음으로 서 있을 것입니다.

아이가 힘겨울 때 부둥켜 안아주고, 아이들을 보며 항상 배부른 듯 흐믓해 하시고, 아이들과 함께 팔 걷어 부치고 함께 뛰는 여러 선생님의 모습에서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과 함께 하는 선생님들의 마음을 봅니다.

선생님들의 마음 속에 아이들이 자라고, 아이들의 웃음 속에 선생님들의 꿈이 자랍니다.


글 처음의 시(詩)는 학년말에 우리 반 학부모님들께 한 해를 생각하면서 써 보낸 것이고, 지금의 시는 아이들의 아름다운 성장을 위해 묵묵히 일하시는 선생님을 생각하며 지은 것입니다.

사람들은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것 같은 별을 보며 의미를 부여하고 희망을 갖곤 합니다. 뿐만 아니라 주위의 사람들을 보면서 별에 의미를 부여하듯 자신의 의미를 부여받고자 합니다. 관계 속에서 자아를 형성하는 것이 사람인지라 남자나 여자, 어른이나 어린이, 장애를 가진 이나 그렇지 않은 이, 한국인이나 외국인 모두 이러한 욕구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합니다.
선생님의 마음 속에서 예쁜 마음을 기르는 반 아이들과 아이들의 예쁜 마음이 자라도록 넉넉한 마음을 펼쳐 주시는 선생님께 지면으로나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1년 동안 규우와 규우반 아이들 모두 선생님의 별이 되고, 규우와 규우반 모든 아이들에게 별이 되시는 행복한 시간이 되시기를....


정발산 자락에서 규우 아빠 심승현 드림
********************************************************************************************

그 후 얼마간은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말을 하지는 않더군요.

만약, 대화(편지를 포함한)로도 변화가 없다면....
글쎄... 저 같으면, 단단하게 준비해서 한 판 붙을 것 같습니다. 제가 교사인지라 운신의 폭이 좁겠지만 가능하면 같은 문제를 가진 부모님들과 함께 개선을 해 보려고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실은, 사회의 천박스러움이 학교라는 곳에 얼마나 많이 투영되어 있는지 일반인들은 동의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작은 예들을 '벽돌공장'에 써 놓았지만 말입니다.

뾰족한 수도 없으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만 하는군요.... 말은 쉽지만 막상 그 상황이면 꼼짝없이 당하는 것이 대부분의 부모들이죠..... 아이를 생각해야 하니까.....

같은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미안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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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란 2003.06.06 02:10
    두가지 경우의 수를 놓고 많이고민했습니다..
    전학을 각오하고 싸울것인가
    아이를위한다는 명분아래 그저 쉬쉬 묻어두고 덮을것인가
    결국 장문의 편지로 아부하고-아주 잔머리써서 구구절절이 선생님의 사랑으로 우리 아이들이 예쁘고 밝게 자람을 감사드린다면서...비겁도하여라..거기다 십만원권 상품권가지 덤으로 ....

    더러운 세상이 학교라는 맑은 곳에 그대로 투영된것에 찔끔찔끔 정의의
    눈물까지 흘린 사람이..그 있을 수 없는 폭력앞에 무릎있는 데로 끓고..민망도 하여라...

    오늘 아이가 신이나서 욉디다
    "엄마 오늘 선생님이 심부름 시켜줬따"

    갑자기 다시치솟는 분노와 전의
    -싸. 우.고.싶.다.
    그러나 게으른 내가 싸우진 않으리라 이만큼으로나마 수습된것에
    가슴쓸어내리며 안도의 숨을 내쉬리라
    다행이 내가 생각했던것 보다 훨씬더 속물적인 그 분이
    이렇게 쉽게 악수할 수 있게 해 주신것에 대해 감사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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