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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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자원으로 키우는 나라]

전년도(2000년)에 우리 나라 정부부처 중 교육부가 "교육인적자원부"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빈약한 천연자원을 가진 우리 나라에서 사람이 유일한 자원이라고 교육받은 제 기억의 첫 반응은 참 그럴듯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물, 석유 등 여러 가지 자원이 있겠지만, 자원이라고 하면 저는 가장 먼저 석탄을 떠올립니다. 광부로 일 해 본 적은 없지만 제 아버님께서 광부이셨기에 어릴 적 탄광촌(강원도 사북의 지장산)의 기억이 강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릴 적 기억으로 탄광촌은 석탄 부스러기들로 새카만 세상이었습니다. 길 가 나뭇잎이나, 제가 살고 있던 집의 지붕, 함께 뛰어 놀던 아이들, 채탄작업으로 산처럼 쌓아진 석탄들.... 심지어 흘러가는 물까지도 검은 색이었습니다.
그 곳에서 몇 해를 생활하면서 어린 마음에 궁금한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마을 어귀(사북역에서 지장산으로 올라가는 길)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석탄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왜 이것들은 팔거나, 연탄으로 사용하지 않고 버려질까'

나중에 나이가 들어 다시 그 생각을 떠올리면, 아마 순도純度가 떨어져 상품가치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나름대로의 답을 합니다. 먹을 수 있는 과일이라도 까치가 쪼거나, 모양이 좋지 않으면 상품가치가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여러 자원들이 상품성을 가지려면 순도純度가 높아야 할 것입니다. 순도가 높더라도 그 자원을 캐거나 기르기 위해 투자하는 자본에 비해 생산되는 양이 적어 채산성이 떨어진다면 그 자원은 의미를 잃게 될 것입니다.(가끔 우리 나라 근해에서 석유가 발견되지만 우리 나라가 산유국이 되지 못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사람이 자원인 나라, 그 자원을 키우는 기업"이라는 광고도 있듯이 우리 나라 곳곳에서는 사람을 자원으로 키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합니다. 그리고, 훌륭한 인적자원이 되면 그럴듯한 직장과 넉넉한 급여가 보장되며, 행복까지도 얻을 수 있다고 많은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따라서, 각 개인들 역시 훌륭한 인적자원이 되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많은 경우 스스로!)

저는 가끔 사람을 자원으로 키우고자 하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직속기관인 국립학교에 다니는 우리 아이들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릴 적 마을 어귀에 쌓여 있던 순도가 매우 떨어져 버려진 석탄더미들을 떠올려 봅니다. 사회의 일반적인 구성원에 비해 재화를 많이 생산할 수 없고, 사회보장비를 더 많이 요구하고, 어떤 경우 평생 보호해야만 하는 우리 아이들. 사람이 자원인 이 나라에서 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들은, 석탄으로 치자면 캐면 캘수록 손해볼 정도로 순도가 떨어지는 자원일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사회는 사람 사회입니다. 누구나 자아가 있고, 삶의 방향과 방법이 다르며, 행복의 조건이 다릅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자신의 자아를 찾아, 자신의 행복을 찾아 삶의 긴 여정을 보내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살아온 경험은 새로운 길이 됩니다. 누구나 새로운 길을 만드는 창조자인 셈입니다. 이렇게 만들 수 있는(가고자 하는) 길이 다른 각 개인에게 순도 높은 자원만이 살 길이라고 요구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모두 같은 길을 가야 이 사회에서 살아남는다면 사람들은 아마 자신의 존재(자아)를 버려야만 할 것입니다. 부와 학력, 그리고 사회적 지위가 순도 높은 자원으로 인정받는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교육이 사람을 자원으로 생각하고 자원의 가치를 부와 학력, 권력 등으로 재단할 때 사회는 많은 경쟁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일류를 위한, 일류에 의한, 일류의 사회가 될 것입니다. 소수를 제외한 많은 2류-일류사회에 의해 어이없게 2류라 낙인찍힌-들은 또다시 일류를 꿈꾸며 경쟁하며 남의 행복을 넘보게 될 것입니다.

교육은 더 많은 재화를 생산하는데 원동력이 되는 순도 높은 자원을 개발하는 공장이 아닙니다. 교육은 자신이 누구이며, 나와 자연(사람을 포함한)이 행복해 지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나와 자연(사람을 포함한)이 어떻게 대화할 수 있는지를 일러주는 나침반입니다. 교육을 인적자원개발로만 이해하고, 교육의 장(場)을 시장이나 공장의 원리로 재단한다면, 많은 사람들은 제한된 부와 학벌(우리 사회는 학벌이 새로운 카스트로 등장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을 얻기 위해 타인의 행복을 무시하는(혹은 빼앗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그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며 타인의 행복을 배려하는 마음을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하는 격(연목구어緣木求魚)과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사람을 자원으로 키우는 나라보다, 자원을 사람답게 이용하는 나라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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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영 2012.07.17 10:22
    그러고 보니 덴마크나 스웨덴에서 자연을 훼손하기 보다 풍경을 살려서 발전을 이루더라고요... 맞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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