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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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긍정적 행동지원에 대한 이해


   쇄국정책 탓에 늦게 시작된 서양과의 교류와 우리 것에 대한 일체의 부정만이 살 길이었던 일제 강점기를 겪으면서 이 땅에 사는 사람들에겐 서양 것에 대한 환상이 크게 자리 잡았습니다. 그 환상은 평범한 사람들보다 지식층에게서 더 뚜렷하게 나타나 우리의 현대사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지식인들 대부분은 서양(일본 포함)의 지식을 익혀 자신의 것으로 재해석‧재생산하기보다, 누가 더 빠르고 빠르게 서양의 지식을 들여오는지 경쟁하는데 몰두해 왔습니다. 지식의 효용성을 떠나 오직 서양의 입을 거친 것이어야만 지식인으로서 자신의 위상을 드러낼 수 있는 사회적 토대가 만들어내는 기괴한 현상입니다.
   지난 몇 년간, 다이어트와 먹방 같이 사람의 먹고 싸는 일, 신문과 방송의 흔한 프로그램 등 우리 일상의 거의 모든 부분까지 ‘힐링’이라는 담론이 점령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을 점령한 힐링 담론은, 수입된 그 의도와 상관없이 양극화, 고용불안, 부동산 폭등, 교육 불균형 등 우리 삶 전반에 걸친 질 저하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종종 수입된 지식은 현실을 왜곡하고 대중의 눈을 멀게 할 때가 있습니다. 나는 현실을 왜곡하고 대중의 눈을 멀게 하는 이런 수입지식에 분노를 넘어 처량함마저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세계적 유행(트랜드), 그것도 한 물 간 미국의 그것에 맞춰 옷만 바꿔 입는 특수교육의 여러 담론도 마찬가지입니다.
   15년 전, 새천년을 맞으면서 특수교육의 “패러다임”을 거론하며 패러다임이 바꾼다, 바꾸자고 요란하게 이야기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도 지식 수입상들은 “패러다임”이라는 말만 가져왔지, 우리나라에 특수교육이 생기고 1999년까지 만들어 온 패러다임이 무엇인지를 규명하지 못했습니다. 패러다임 쉬프트(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으려면 반드시 바꿔야 할(바꿔야 할 이유가 명확하고 그 이유가 아주 많은) 기존의 무엇이 있어야합니다. 하지만 지식수입상들이 수입한 온갖 것들로 가득 찬 우리 특수교육에 “특수교육의 규범, 또는 본보기”는 없었습니다. 그저 수입되는 것들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지는 겉옷의 변화만 있었을 뿐입니다.
   “긍정적 행동지원”이란 것도 생활중심 교육과정, 생태학적 접근, ICT, 통합교육, AAC, 개별화 교육 등등 기존의 여러 유행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 첫째 이유는 긍정적 행동지원이라는 담론도 기존의 여러 담론들처럼 장애와 관련된 핵심적인 질문을 비켜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 특수교육의 여러 이슈 중 대다수는 “우리 아이들이 ‘장애’와 ‘배제’가 없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사회‧문화‧정치적으로 어떤 접근이 필요할 것인가.” 와 같은 핵심적인 질문에는 접근하지 못한 채, “어떻게 하면 ‘장애’ 아이들을 교묘하고 정교하게 배제할 것인가.”하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긍정적 행동지원이라는 것이 기존의 특수교사들이 가져왔던 여러 지도방법들에 포장지를 달리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긍정적 행동지원이라는 담론이 수입되기 이전에도 많은 교사들은 학생들 행동의 기저에 있는 관계, 정서, 마음 등을 읽기 위한 많은 노력들을 해 왔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자신의 삶을 학생들과 함께 공유하며 살아가는 특수교사라면 당연한 것입니다. 우리 삶의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점과 해결 노력을 보기보다 그저 미국의 그것을 가져오기에 급급한 이들은 결코 볼 수 없는 것입니다.


항상 열심히 뛰는 것보다 볼 때 뛰는 것이 중요하다.

- "아라한 장풍 대작전"에서 최경장이 남긴 명언.ㅋ


   긍정적 행동지원은 기본적으로 사람이 사람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다는 오만함에 기반을 둡니다. 긍정적 행동지원의 근원이라고 밝힌(Linda M. Bambara‧Lee Kern 공저, 이소연‧박지연‧박현옥‧윤선아 공역 「장애학생을 위한 개별화 행동지원」 26페이지.) 응용행동분석은 파블로프의 고전적 조건형성으로부터 시작되어 스키너의 조작적 조건형성을 관통하는 행동주의에 기반을 둡니다.
행동주의에서 주장하는 행동의 세 가지 기본원리(행동의 이 세 가지 기본원리는 행동주의 기법을 다룬 여러 책에서 등장한다. 여기에서는 앞에서 인용앴던 Linda M. Bambara‧Lee Kern 공저, 이소연‧박지연‧박현옥‧윤선아 공역 「장애학생을 위한 개별화 행동지원」 의 60페이지를 참조했다.)는 아래와 같습니다.


행동은 법칙이 있다.     행동은 기능적이다.     행동은 상황과 관련이 있다.


   행동주의에서 주장하는 행동에 대한 이런 입장은 셀 수 없는 개별적 인간의 마음과 행동에 추상화 작업을 가하여 만들어낸 개념에 불과합니다.
   특히 이 관점에 의해 문제행동을


배경사건 + 선행사건(Antecedent event)
→ 행동(Behavior)
→ 유지시키는 후속결과(Consequent event)


   로 단순화하는데, 이를 ABC 분석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행동을 양적으로 측정하고 조절할 수 있다고 접근하는 순간 행동주의 내에 숨겨진 파시즘적 모습은 드러나고 맙니다.
   물론, 어떤 사람의 행동은 행동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ABC로 분석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과 행동의 본질적인 양태는 양화(量化)될 수 없는 질적(質的)인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과 행동 대부분은 이성적 사고에 의해 발현되고 측정 가능한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감성적으로 발현되고 측정할 수 없는 질적 가치를 가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질적 가치를 잃고 양화된 인간은 결국 사물화 된 세계 속에서 갇힐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아도르노의 말처럼 주체의 소멸입니다.
   발달장애(특히 문제행동이 있다고 간주되는)인들에게 ABC를 적용하려 노력하는 행동주의자들에게 본인들 서로에게 ABC를 적용하며 상대에게 원하는 행동을 유도해 보기를 권합니다.
   긍정적 행동지원이라는 말이 수입되기 이전부터 특수교육현장에서는 생활지도, 행동수정이란 이름의 “긍정적” 지원은 일상적인 학교생활 속에 녹아들어 있었습니다. 다만, 그런 지원들이 사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토대로 구조화되지 못한 상태에서 산발적으로 이루어졌기에 주목받지 못했을 뿐입니다. 긍정적 행동지원이 사람을 양적 존재로 보고 그 행동(행동은 행동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사고에 기반을 둔 것입니다. 그리고 사고는 언어와 많은 관계가 있습니다. 행동주의의 여러 기법이 인간의 행동기저를 이해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 그 종착지는 행동 그 자체에 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을 조절할 수 있다는 관점에 따라 성립되었지만 학문적, 유기적 구조화를 이뤄 교육현장에 적용되는 점은 눈여겨 볼만 합니다. 따라서 행동주의에만 의존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올바른 철학적 인식’을 공유하고 이를 토대로 학생들의 삶을 지원할 수 있는 구조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특수교육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과 행동주의에 기반을 둔 긍정적 행동지원의 다양한 면을 인식한 후 현재 우리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긍정적 행동지원 개별지원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  학자는 아니지만 특수교육을 25년 가까이 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를 만났습니다. 그 속에서 책을 읽고, 아이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사람(장애인이 아닌 사람.)의 본성과 교육에 대해 알고자 노력했습니다.

   이 정도의 기간, 이 정도 노력이면 전문가라고 인정해도 되지 않을까요? 우리나라는 미국유학을 가지 않고 실전에서 오랫동안 아이들을 만나온 베테랑도 미국 유학파 앞에서는 모두 철부지일 뿐입니다. 현실성과 창조성 그리고 이론적 배경이 어우러지기 어려운 참 더러운 풍토입니다.

   며칠 전 우리학교에 ACC 전문가란 분이 오셔서 강의를 하면서 시종 이런 뉘앙스로 이야기를 하더군요.


선생님들이 ACC를 몰라서, 전략을 몰라서 ....


  그러면서 AAC를 개별화에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참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1995년부터 '지체장애인들에게 디바이스를 이용한 ACC과 어떤 도움이 될까..', '발달장애인에게 컴퓨터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등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작업들을 해 왔습니다. 지난 2011년도 Proloquo2Go와 Pictello를 한글화하기 위해 모 기업과 작업을 하던 중 여러 문제로 그만두기도 했구요. 포기한 이유 중 중요한 하나는 '언어구조가 확립되지 않은 발달장애 학생들에게 과연 이것이 필요한 것인가' 하는 의문점이었습니다. (언어에 대해 이야기하면 이야기가 좀 길어져서.. 생략.^^)

   왜 미국 가서 배운 사람들의 대부분은 늘 그모양인가요...(제가 존경하는 인천슈타이너학교의 김광선 선생님은 제외^^) 미국 가서 자기가 본 것 그 속에서 모든 것을 일반화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하튼, 위 글은 긍정적 행동지원에 대한 간단한 제 생각입니다. 이번에 뭔 보고서를 쓸 일이 있어서 들어가는 말로 적은 것인데.. 너무 적나라한 것이 흠이군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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