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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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하다면 평화롭습니다.’
지난 『차름』창간호를 보신 몇몇 분들께서 이 말이 인상적이라는 말씀을 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핵무기를 개발하고, 군대를 기르면서 지키려는 것이 일반적인 평화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정신지체·정서장애학생의 교육에 난데없이 평화라니요. 게다가, 평화의 조건으로 평등을 내세우니 좀 의아하셨나봅니다.

보통 우리사회에서 이야기할 때 평화는 전쟁의 반대되는 개념으로, ‘힘에 의한 우위’로 생각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서로의 이해가 다를 때 타 집단(타국, 타인)의 욕구를 잠재우고 자신의 욕구를 관철시킬 수 있는 힘이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평화인 것입니다. 때문에 평화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일들 중 어떤 것들은 결코 평화롭지 못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강대국의 약소국 침공, 위정자들의 돈 잔치, 재벌들의 악의적인 세금포탈 등에 항상 평화와 안정이라는 명분이 따라 붙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처럼 평화라는 의미가 평화롭지 못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크리쉬나무르티의 말처럼 “우리가 명백하게도 인간관계, 재산 및 사상에 대한 관계에 있어 잘못된 가치를 가지고 지녔기” 때문일 것입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기보다 이익을 앞세워 차이를 차별로 몰아가고 차별이 불평등을 낳기 때문일 것입니다.

평화라는 글자가 가지는 속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무심코 생각하는 평화와는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평균, 평이, 평심, 평안 등에서 오는 느낌처럼 고르고 가지런하며 편안한 그 무엇과 밥(禾)이 입(口)에 있을 때의 원초적인 기쁨이 평화라는 말 속에 녹아 있는 것입니다. 평화라는 말 속엔 힘의 차이에 의한 차별보다 균형 있는 삶이 들어 있으며,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원초적인 욕구가 해결된 삶도 들어 있습니다. 평화라는 개념의 바탕엔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 간 차이를 인정한 대화와 이를 통한 평등이 있으며,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사랑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먹고살 만 해 졌지만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고, 그 빈곤감이 격화되어 사회적인 대립을 만들어 내는 등 얽히고설킨 여러 현실 사회 속에서, 평등과 사랑에 기반을 둔 평화로운 삶을 생각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 꿈같은 이야기일 것입니다. 더구나 눈에 보이는 신체적, 정신적 차이를 가지고 태어난 장애인의 경우는 일반적인 힘의 우위에 기초한 평화조차 누리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지난 『차름』창간호는 정신지체·정서장애인의 평등하고 평화로운 삶을 화두로 삼았습니다. 이는 우리 아이들이 누리는 평화의 정도야말로 그 사회가 야만 사회에 서 있는가, 문명사회에 서 있는가를 측정할 수 있는 척도이기 때문이며,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모든 것들은 평화로워야 한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교육은 평화로워야 하며, 평화로운 교육은 다음 몇 가지를 내용으로 가집니다.
첫째, 개인 내면의 조화입니다.
사람은 개인 내에 여러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해와 달, 남과 여, 앞과 뒤, 선(善)함과 악(惡)함, 아름다움과 추함, 동물적인 욕정과 인간적인 이성 등 세상의 일반적인 자연현상이 그렇듯이 사람의 마음 또한 여러 색의 스펙트럼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러 색의 마음 중 주된 것이 주변들의 것들을 가지처럼 모아서 한 인간의 자아를 형성하고, 그 주된 마음이 가고자 하는 지향점에 따라 가치관이 형성될 것입니다.
자아, 가치관이 형성될 때 주된 마음과 주변의 마음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대화할 수 있도록 스스로 성찰할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 평화로운 교육의 첫 번째 내용이 될 것입니다.
둘째는 사람과 사람 간의 올바른 관계맺음 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면서 가지는 조건과 자라면서 가지는 환경의 차이로 인하여 다른 모습을 지니게 됩니다. 사람의 마음이 그렇듯이 사람 사회 또한 다양한 자아와 가치관으로 거대한 스펙트럼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람 사회가 가지는 다양한 문화의 스펙트럼 중 주된 세력이 주변 세력들을 모아 큰 흐름을 만들고, 그 큰 흐름이 지향하는 것은 그 사회의 문화가 됩니다. 다양한 자아들이 서로의 차이를 차별화하지 않고 골고루 만족할 관계맺음을 이룰 수 있도록 대화하는 방법에 대한 모색하는 것이 평화로운 교육의 다른 면일 것입니다.
셋째는 사람과 자연 간의 올바른 관계맺음 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람의 힘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자연은 사람의 행복과 평화를 위해 정복하거나 다스려져야 할 존재로 보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핵발전소를 만들어 인간에게 유용하다고는 하지만 핵발전소 때문에 많은 생명들이 어려움에 처하고, 바다를 막아 농토로 만들어 인간에게 유용하다고 하지만 그로 인해 수 많은 생명들이 죽고, 사라집니다. 결국, 수많은 생물이 죽어가는 만큼 사람의 평화도 깨어지게 되는 것을 많은 사람들은 모르고 있습니다. 이는 사람 또한 자연이 만들어 내는 큰 스펙트럼의 한 색에 불과하다는 간단한 사실을 간과하고 자연과 대화하기를 거부한 결과일 것입니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공존할 수 있도록 대화하고 서로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평화로움 교육의 또 다른 면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 내면의 조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올바른 관계맺음이라는 평화로운 교육의 내용이 정신지체·정서장애인에게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보기에 따라 우리 아이들은 그저 멍청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우리 아이들 또한 그 내면엔 일반인이 가지는 다양한 마음과 지향점이 있으며,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과의 관계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폭과 깊이가 일반인과 조금 차이가 날 따름이지요.
정신지체·정서장애인들의 차이를 이해하고 이들과 대화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장을 마련하고 평화로운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이들에게 평화로운 교육은 결코 꿈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누리는 평화가 이 사회를 좀 더 문명화된 얼굴로 바꿀 수 있음을 확신하며  스스로 우리 아이들과 대화하는 힘을 기르면서 평화로운 교육이 우리 아이들과 함께 하는 날들을 꿈꿔 봅니다.
* 영구만세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6-10-1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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