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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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교육, 새로운 학교를 제안하면서 뜬금없이 박지원의 한문소설 ‘허생전’의 ‘허생’과 ‘변부자’가 생각났습니다. 

7년동안 은거하던 허생이 종로 네거리로 나가 행인을 붙잡고 서울에서 가장 부자가 누구인가를 묻습니다. 그러자 행인이 변부자를 일러줍니다. 허생이 변부자에게 나아가 인사한 후 이런저런 설명 없이

“내가 집이 가난해서 무언가를 해 보려하는데, 돈 만 냥만 꿔 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변부자는

“그러지요.”

하고 만 냥을 내 줍니다.
허생이 돌아간 후 때마침 함께 있던 변부자의 자식들과 형제들이 의아해 하면서 묻습니다.

“저 사람을 아시나요?”

“모르지.”

“아니, 처음 보는 자에게 그가 누군지, 어디에 사는지, 어디에 쓸 돈인지도 묻지 않고 만 냥을 그냥 준단 말입니까? 대체 무슨 영문인가요?”

이에 변부자의 대답이 재미있습니다.

“대체로 남에게 무엇을 빌리러 오는 사람은 으레 자기 뜻을 대단히 선전하고, 신용을 자랑하면서도 비굴한 빛이 얼굴에 나타나고, 말을 중언부언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저 객은 형색은 허술하지만, 말이 간단하고, 눈을 오만하게 뜨며,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없는 것으로 보아, 재물이 없어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해 보겠다는 일이 작은 일이 아닐 것이매, 나 또한 그를 시험해 보려는 것이다. 안 주면 모르되, 이왕 만 냥을 주는 바에 성명은 물어 무엇을 하겠느냐.”

200년 전의 허구적인 이야기지만 우리는 오늘 허생이고 싶습니다.

새로운 교육, 새로운 학교를 꿈꾸는 차름의 회원들은 일부러 새로운 학교를 만드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더라도 기존의 국・공립학교에서 주어진 환경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월급 받고 생활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럼에도 새로운 길을 가고자 하는 것은, 아직도 세상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어 아름답고, 꿈을 꾸는 사람들로 인해 변화하고 있으며,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어 좀 더 인간다워질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꾸는 예쁜 꿈은 세상을 맛깔나게 하는 천연 조미료이기 때문입니다.

정신지체・발달장애인의 아름다운 삶을 한번이라도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그에게 제안합니다.

정신지체・정서장애인에게 새로운 교육, 새로운 학교(이후 ‘차름학교’)가 필요합니다.

차름학교를 세우는데 필요한 물적 토대를 기부해 주십시오. 차름학교는 차후 이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공동체로 커 나갈 것입니다.

교육은 독립적인 것입니다.

차름은 ‘특수교육은 가장 독립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하기에, 기부는 있을 수 있지만 ‘학교 교육과정과 경영 대한 관여’는 원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누군가 차름학교를 설립하는데 필요한 물적 토대를 제공한다 하더라도 차름이 그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다만, 차름학교를 우리나라 아니, 전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정신지체・정서장애인의 교육시설로 만드는 것이 기부자에 대한 가장 큰 보답일 것입니다. 더불어 기부자의 이름을 학교명에 사용하는 것이나 교육과정에 무리가 가지 않는 한도 내에서 차름학교의 모든 초상권을 제공하는 것도 기부자에 대한 보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뜬구름도 비가 되어 내리면 누군가의 곡식을 갈증에서 구할 소중한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뜬구름같은 꿈도 그 꿈을 볼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면 아름다운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 교육공동체 차름을 모 기업에 제안하면서 냈던 제안서의 일부를 심돌이네 첫 컬럼으로 시작했습니다. 다시 읽어보니 마음이 새롭네요.
** 제가 꿈꾸는 교육방법은 차름의 교육방법이며 꿈꾸는 학교는 차름학교입니다.
*** 차름학교에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 방문해 보세요. 그리고 힘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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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영 2012.07.17 10:05
    언제 한번 가보고 싶네요. .. 제가 계절학교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었는데... 사람의 마음은 우주라지요. 다만 광활한 영역을 발견하지 못 하고 현실을 살 뿐이더라구요....
    그런데.. 범위가 너무 넓네요.. 눈 앞에 바로 있는 것부터 해나가는 것이 맞으련만... 물론 선생님깨서 눈 앞에 바로 있는 것부터 해나가셨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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