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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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문득 묻어두었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평소 "문제다"라고 생각했던 것인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들으니 새삼 떠오르더군요.

라디오의 이야기인 즉슨,
" 요즘 수해로 온 나라가 힘든 처지인데, 남양주시에서는 9천여의 예산을 들여 공무원들이 수해지역인 강원도에 가서 레프팅도 하고...."
뭐 그러면서 연찬회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국민의 세금을 제 맘대로 쓰는 것은 도둑질과 다름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잡히지 않는 도둑질일긴 해도 말입니다. 그럴리는 없지만, 혹시나 저로 인해 이 글에 오르내렸던 사람에게 어려움이 생길까, 혹은 용기가 없고, 혹은 면전에 두고 이야기하는 것이 예의가 아니란 생각 등으로 잠시 묻어두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잡히지 않는 도둑질(또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도둑질)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인데요....
오늘 그 두 가지의 이야기 중 한가지를 해 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연찬회와 시간외 수당

다른 기관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학교엔 "연찬회"라는 것이 있습니다.
연찬(硏鑽)이란 뜻을 사전으로 찾아보면
"(학문 따위를) 깊이 연구하는 것"
으로 나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에게 연찬이란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언젠가 한 번 이야기한 것처럼 교사에게는 "실력, 노력, 그리고 영성" 이 세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제게 학문따위를 깊이 연구한다는 연찬의 사전적 의미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자신의 학위 획득이나 교직 사회에서의 출세(부장, 교감, 교장으로의 승진)를 위해 아이들의 학습권을 제쳐두고 하는 연찬이 아닌 바에야 연찬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연찬의 필요성에 대하여 이야기하다보면 제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출근하고, 아이들과 어울려 지내고, 수업이 없는 시간엔 담배 한 대 피고, 아이들 간 이후엔 깊이가 얕은 이러저러한 저널을 읽고, 퇴근 후 아이들과 놀다가, 혹은 어릴 적 들었던 옛날 이야기나 들려주다가 아이들이 잠자리에 든 연후에야 책 읽는다고 몇 장 넘기다 잠이 드는 하루.
이런 일과 속에서 아이들의 몸과 영혼이 바르게 살 수 있도록 스스로의 실력을 향상시키기보다 몇 년 전 혹은 십여년 전의 지식과 생각으로 아이들을 만나는 제 자신을 만나기 때문입니다. 마치 고갈될 줄 알면서 불안한 마음으로 끊임없이 파내는 석유처럼 말입니다.


각설하고,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학교 연찬회에 대한 주제로 다시 돌아가보겠습니다.
제가 다녀온 연찬회 중 최근의 두 번을 되집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2001학년도 겨울
겨울 방학식 하던 날 방학식 후, 학교버스와 자가용 1대를 이용하여 충주호 리조트(한국코타)로 출발
충주호 리조트에 도착하여 밥 먹고, 노래방 시설이 있는 곳에서 전 직원이 어울려 노래하고 춤 추고..
잠을 잠.
아침 식사하고, 문경의 "왕건" 촬영 세트장 관람
수안보에 도착하여 목욕하고 점심식사 후 상경

2002학년도 여름
여름 방학식 하던 날 방학식 후, 학교버스 2대를 이용하여 설악산 모(기억나지 않네요...)콘도로 출발
도착하여 짐 풀고 횟집에 가서 식사 후 춤추는 곳으로 이동
다시 콘도로 들어와 노래방에서 노래. 잠을 잠
아침식사하고 오색약수터에 도착하여 온천욕 또는 산책
모 음식점에서 점심식사 후 상경

위 두 번의 연찬회 일정을 보면 알겠지만 그 어디에도 "연찬(硏鑽)"과 관련된 것은 없습니다. 그냥 단순한 교사 친목행사 이외엔....
제가 연찬회 이야기를 하면서 교사들이 방학을 이용하여 놀러 다니는 것을 탓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교사도 인간인지라 혼자 또는 여러 명이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여행을 하고, 직장생활에서 힘들었던 일들을 잊기 위해 노래방이나 나이트를 가고, 온천욕을 가는 것 자체는 나무랄 수 없습니다. 이러한 모든 일들에 대하여 왈가왈부하는 것은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침해일 것입니다. 학교라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여러 선생님들이 재충전을 위해 친목행사를 한다는 것은 아이들에게나 교사 자신에게 오히려 득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문제삼는 것은 연찬회라는 이름으로 실시되는 교사 친목행사의 재원에 대한 것입니다.
지난 여름, 방학이 시작되기 전 어느 날, 도장을 가지고 내려오라는 통보를 받고 행정실로 향했습니다. 보통 시간외 수당이나 숙직수당, 출장비 등의 돈들은 행정실에서 도장을 찍고 받아오기 때문에 그날도 돈 들어올 일이 있는가보다 하는 행복감(누구나 돈이 들어오면 즐겁죠..^^)에 들떠 행정실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무슨 일이예요? 돈 들어올 일이 있는가요.....?"
"돈 들어올 일이기는 한데, 지금 주는 것은 아니예요. 나중에 친목회 행사에...."
내용인 즉슨,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연찬회를 가야 하는데, 돈이 모자라는 관계로 모든 교사들이 실제 근무와 관계없이 일정기간 시간외 근무를 달고 그 돈으로 방학 때 연찬회를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도장만 찍으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시간외 근무를 했다는...
"아니, 시간외 근무를 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도장을 찍어요? 정작, 시간외 근무를 하면 달아주지도 않으면서 실제 하지도 않은 시간외 근무에 도장을 찍으라니...."
저는 도장을 찍지 않고 교실로 돌아왔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국민의 세금이라고 거창하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속여야 하는 것이 속상했고, 정작 늦게까지 학교에서 업무처리를 하는 교사들은 모른 척 하다가 연찬회같지 않은 연찬회를 위해 모든 교사를 범죄자로 모는 학교장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교실로 돌아온 후 교감선생님께서 올라오셨더군요.
"교감선생님, 말이 연찬회지, 선생님들끼리 놀러 가는 거, 놀러 가는 사람들이 돈을 더 내어 놀러 가면 좋지 않습니까. 우리가 술 먹는데, 국가에서 돈을 낼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벌써 몇 번째입니까?......"
"학기 중에 힘들었는데, 함께 모여 스트레스도 풀고 그래야지... 좋게 생각해. 심선생 맘 모르는게 아냐...... 이제 교장 선생님도 다른 데로 가시는데,  그 양반 입장도 생각해야지...."
끝내, 저는 도장을 찍지 않았습니다.
하기야 제가 이런 말을 할 처지는 못될른지도 모릅니다. 벌써 몇 번째 관례처럼 이런 일들이 이루어졌는데, 지난 겨울까지는 눈감고 도장을 찍었거든요. 매번 이런 일이 있을 때 학교장을 찾아가 부당함을 이야기하고 시정을 요구해도 돌아오는 것은
"전 직원의 복지(화합)를 위해 심선생이 참아...."
와 같은 틀에 박힌 이야기였고, 저 또한 학교장에게 부당함을 항의했다는 것을 위로로 삼고 고치려고 더 이상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올해는 학교장께 항의조차 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긴, 누구에게 이런 일들을 바로잡아달라고 부탁하겠나?
교육부에?
감사원에?
이 작은 일로?
괜시리 직장만 시끄러울게고, 엄하게 동료교사나 하위직만 혼날게 뻔 한데......
정작, 책임져야 할 사람은 멀쩡할게고..... 어쩌면 나에게 불이익이 올지도 모르지....'

일은 하지도 않고 월급 꼬박꼬박 받아먹는 국회나, 국민의 세금으로 해외연수한답시고 여행이나 즐기는 정치인, 지방의회 사람들, 연말에 남은 예산 써야 한다며 멀쩡한 보도블럭이나 교체하는 한심한 사람들........ 그리고 이런 일들이 용납되는 사회에 사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사회의 지도자로 군림하는 사회.
우리는 그 속에  살고 있습니다.

<계속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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