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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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월간 특수교육에 기고했던 내용인데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과학수업에 관심있는 분을 위해 공유합니다.

구체적이고 재미있는 과학수업 내용은 제가 2013년에 지은 "마음 통하는 교실"을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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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학생 과학과 교수-학습 지도

 

2008년, 10여년간 담임만 맡아 오다가 과학 전담을 처음 맡았을 때, 조금 막막했습니다. 모든 교과가 그렇듯이 과학은 특히 개념에 대한 이해를 기본으로 하는 교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발달장애 아이들은 촘스키가 이야기하는 언어능력(Linguistic competence)과 소쉬르가 이야기한 랑그(langue)처럼 추상적, 본질적이 요소를 획득하지 못했거나 획득한 것이 많지 않습니다. 이런 발달장애 학생들에게 고도의 추상적 언어로 이루어진 과학을 지도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몇 년간 발달장애 학생들에게 필요한 과학과의 모습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다보니 나름대로 몇 가지의 길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은 제가 과학과를 맡으면서 처음 느꼈던 막막함과 질문에 대해 스스로 답하는 형식으로 풀어갈 것입니다. 발달장애 학교에서 과학과를 가르치는 여러 선생님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질문 1. 발달장애 학생들에게 과학을 잘 가르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먼저, ‘사람에 대한 이해’를 다지고 또 다지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몇 년 동안 발달장애 학교에서 과학과를 맡아 고민하고 실천하다보니 발달장애 학생에게 과학을 가르치기 위해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과학적 지식보다 ‘사람에 대한 이해’라는 데서 생각이 멈췄습니다.
교육의 대상인 사람인만큼 ‘사람에 대한 이해’는 ‘사람’을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살아가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기반입니다. 하지만 실제 교육현장에서 사람에 대한 생각 다지고 공유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학교 현장에서 이런 이야기는 아이들의 직접적인 지도와 거리가 있는 공허한 이야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많은 선생님들은 어떤 교육 자료가 좋은지, 어떤 사이트에 읽기나 쓰기 자료가 많은지, 어디에서 교육 자료를 살 수 있는지, 아이들의 문제행동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파워포인트를 어떻게 잘 만들 수 있는 지 등 교육방법에 대하여 더 많은 관심을 가집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좋은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자료의 구안, 수업의 발문, 문제학생의 지도 등과 같은 교육의 방법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지만 ‘선생님 나름대로’라도 ‘사람’과 ‘교육’에 대한 생각을 풍부하고 알차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사람과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이 잘 서야지만 기존의 다양한 교육방법을 자신에게 맞게 소화할 수 있고,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거나 좀 더 창의적인 것으로 창출해 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많은 선생님들이 교육에 대한 관점보다 수업의 방법에만 더 관심을 가진다면, ‘사람’을 만나며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선생님’이 아닌 그저 다양한 교육방법을 아이들에게 전하는 ‘학습 기능공’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런 학습 기능공은 이미 교육방송이나 각종 무슨 무슨 스쿨 같은 인터넷 매체, 영상매체 등 우리사회에 많이 등장해 있습니다.
따라서 사람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야말로 좋은 과학수업(아니, 과학뿐만 아니라 모든 교과에도 해당되는 내용이겠죠.)의 발판이며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두려움 없는 실험정신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립니다.
저는 한 때, 과학 수업을 준비하면서 ‘이렇게 하면 재미있겠다......’고 머리로 생각했다가 이런 저런 이유로 포기하고 그냥 텔레비전만 보고 지나간 적이 많았습니다. 그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재료가 없어서, 위험해서, 실험도구가 없어서, 장소가 협소해서, 우리 아이들은 못 할 것 같아서......
하지만, 실험정신을 가지고 머리에 떠오르는 방법대로 한 번 도전해 보세요. 머리 속의 여러 상황들이 실제 교실에서 펼쳐질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각의 방향을 약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과학수업을 위한 재료는 과학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학교나 가정 등 어디에서나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정전기 수업을 위해서는 재활용 쓰레기장을 뒤지면 되고, 소리의 파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식당에서 약간의 좁쌀을 구하면 됩니다.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가정의 달걀껍질과 식초만 있으면 충분하고요, 산소를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가정의 오이와 오이칼 그리고 보건실의 과산화수소수만 있으면 됩니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고 찾아보면 과학수업을 풍부하게 해 줄 것들은 너무 많이 있습니다. 머리로만 생각하지 말고 직접 실험해 보는 정신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는 과학과 전문 지식을 갖추려 노력하면 좋습니다. 요즘은 특수학교 교과서도 잘 나와 있습니다. 특수학교 교과서를 잘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발달장애 학생의 과학과 지도를 위한 전문지식은 갖출 수 있습니다. 그와 더불어 발달장애 학생들을 위한 도서를 찾아 보는 것도 좋고, 엘지 사이언스랜드나, 제 홈페이지, 그리고 웹 검색을 통해서도 좋은 지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무엇인가 하고자하는 노력만큼 답을 주는 것은 없습니다.

질문 2. 그런 것 말고 발달장애 학생들에게 당장 할 수 있는 실험을 좀 가르쳐 주시죠.

 

발달장애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과학실험이라는 것은 좀처럼 찾기 어렵습니다. 다만, 일반학교의 학생들이 하던 여러 실험들을 우리 아이들에게 좀 더 잘 적용할 수 있도록 수정하고 보완한 것들은 좀 있습니다. 위에서 잠깐 말씀드렸던 여러 사이트(엘지 사이언스랜드, 참과학, 사람을 잇는 교육, 각종 과학사 사이트 등)나 특수학교 과학 교과서(교사용 지도서) 등을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지면상, 많이 소개해 드릴 수는 없지만 당장 아이들과 할 수 있는 실험 한 가지를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산소 만들기

준비물 : 오이, 오이칼, 삼각플라스크(없으면 500ml 생수병), 큰 그릇(보울), 가위, 풍선, 과산화수소수(급히 구할 곳이 필요하면 보건실에 가시면 있습니다. 소독약^^)


가. 실험의 내용을 설명하고 실험 재료를 소개합니다.

나. 학생들에게 오이(또는 감자)와 감자깎이 칼, 그리고 큰 그릇(보울)을 나눠 준 후 오이(또는 감자)를 깎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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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오이(또는 감자)를 다 깎으면 가위 등을 이용하여 감자를 잘게 자릅니다.
- 이때, 칼질을 잘 하는 학생이 있다면 도마를 이용하여 칼질을 시킬 수도 있고, 가위를 이용하여 잘게 자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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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잘게 자른 오이(또는 감자)를 삼각 플라스크에 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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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바닥을 조금씩 가볍게 쳐서 오이(또는 감자)가 삼각플라스크 아래로 내려가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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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학생들이 좋아하는 색의 풍선을 고르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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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과산화수소수를 오이(또는 감자)가 담긴 삼각 플라스크에 붓습니다.
- 이때, 숫자를 아는 학생은 삼각플라스크의 눈금을 읽을 수 있도록 지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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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는, 스포이드를 이용하여 과산화수소수의 일정량을 비이커에 담은 후 그 내용물을 삼각플라스크에 담도록 해도 좋습니다. 학생의 수준에 따라 눈금 읽기를 통한 측량, 스포이드 사용법 등을 익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아. 삼각 플라스크 주둥이에 풍선을 끼운 후 변화를 관찰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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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산소가 발생됩니다. 그 과정을 잠시 관찰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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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뒤에도 관련 실험이 계속 이어지는데요, 그건 나중에 기회되면....

질문 3. 발달장애 아이들에게 산소의 발생 같은 과학적 지식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나요? 별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은 과학시간뿐만 아니라 다른 교과도 마찬가지로 드는 생각일 것입니다. 특히, 과학교과는 그런 생각이 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발달장애 학생의 교과교육은 해당 교과에 대한 지식을 획득하는데 주안점을 두기보다 해당 교과를 통해 참여, 자기결정, 소근육 운동 신장, 지속력의 획득 등에도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중증 발달장애 학생일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저는 발달장애 학생에게 과학교과를 지도하면서 과학적 지식을 전달보다는 참여, 자기결정, 소근육 운동과 과제 지속력의 신장, 순서가 될 때까지 참기 등 기초생활 향상에 더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굳이 비율로 따지자면 과학지식과 기초생활 향상을 2:8 정도의 비중을 가지고 교과활동을 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발달장애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했을 때 사회 속에서 다른 이와 더불어 살아가는 힘이 조금이나마 향상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남을 배려하며 자신의 능력에 맞게 참여하는 것이야말로 말로 사람이 사람 속에서 행복을 누리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니 말이죠.

짧은 지면을 통해 발달장애 학생의 과학과 교수지도방법에 대해 말씀드리려니 미흡한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가장 먼저 말씀드렸던 것처럼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일 수밖에 없습니다.
교실에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이 가르치고 배우며 삶을 살아갑니다. 그런데 가끔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좋은 수업이나 학생들과의 교감 등 모든 것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입니다. 사람의 몸과 마음, 영혼까지 생각하며 학생들을 만난다면 과학 수업뿐만 아니라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선생님의 모든 수업, 그리고 선생님 스스로의 정신적 진보까지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과학수업의 실체는 사람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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