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사는담(談)
2006.09.22 11:38

환경을 괴롭히는 환경구성

(*.247.18.66) 조회 수 5944 추천 수 38 댓글 1


* 위 그림은 스츠로폼과 코팅지를 쓰지 않고 아이들의 작품으로만 구성한 환경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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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상 취소되었지만 어제가 우리학교 교내 환경참관일 이었습니다.

며칠 전에 교내 환경참관 때문에 학교지정 문방구엘 들렀습니다. 작은 소품에서부터 커다랗게 만들어 놓은 허수아비나 잠자리 등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색색의 종이도 많고....매번 학년초나 절기에 맞춰 환경판을 꾸몄지만 문방구에 들르기는 처음입니다. 그동안 늘 남들이 쓰던 것들을 써 왔던지라.

아름다운 교실의 모습은 어때야 할까요.
제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교실은 자연스러운 교실입니다. 자연스러운 교실은 천편일률적이고, 인공적인 것들로 가득한 교실이 아닌 좀 더 우리의 자연과 친화적이며,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푸근하게 해 주는 교실입니다.

매 학년초 교실을 배정받아 교실을 새로 청소하다 보면 한 번 쓰다 버린 여러 환경자료들을 봅니다. 학년초뿐만 아니라 교생이 왔을 때, 매 절기 환경 참관이 있을 때 모두 그렇죠. 선생님들이 쓰다 버린 환경판이나 환경자료들을 보면 종이로 만든 것들과 코팅을 하거나 스츠로폼으로 만든 것들이 뒤죽박죽으로 섞여 있습니다.
이런 환경자료들이 매해 한 학급에서 나오는 양도 상당합니다. 아마, 학교 전체로 보면, 아니 우리 나라 전체로 보면 상상을 초월한 것입니다. 학급의 환경을 예쁘게 만들기 위해 지구의 환경을 병들게 하는 쓰레기들이죠. 역설적이게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미적 감각이 떨어져 교실을 잘 꾸며놓지는 못하지만 환경판을 꾸밀 때는 아래와 같은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교실을 꾸미려 합니다. 최소한 한 사람이라도 환경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고 말입니다.

- 썩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스츠로폼이나 코팅지를 사용하지 않거나 꼭 필요한 경우 남이 쓰다 버린 것을 쓸 것.
- 종이나 나무 흙, 쇠와 같이 빨리 썩을 수 있고 자연과 가까운 재료를 쓸 것.
- 자연과 가까운 재료라고 할 지라도 재활용 할 수 있으면 재활용 할 것.

코팅과 스츠로폼. 정말 엄청납니다. 하루 쓸 것도 코팅, 한 달 쓸 것도 코팅, 1년 쓸 것도 코팅......

오늘도 학교엔 코팅지가 반짝입니다.
신발장에 붙여진 예쁜 이름표 위에
벽에 붙은 좋은 말씀 위에

오늘도 동네엔 코팅지가 반짝입니다.
아이들 손에 들려주는
학원 선전 찌라시 위에,
집집마다 붙여진
동네 짜장면집 광고판 위에

오늘도 앞 산에 코팅지가 반짝입니다.
나무에 걸려있는
'입산금지', '자연보호' 안내문 위에.

100년 후에도 이 강산에 코팅지가 펄럭입니다.
땅과 물을 더럽히며 펄럭입니다.

오늘도 학교엔 코팅지가 반짝입니다.
신발장에 붙여진 예쁜 이름표 위에
배름빡에 붙여진 좋은 말씀 위에

오늘도 동네엔 코팅지가 반짝입니다.
애들마다 들고 있는 학원 선전 찌라시 위에,
집집마다 붙여진 동네 짜장면집 광고판 위에

오늘도 앞 산에 코팅지가 반짝입니다.
나무 위 걸려 있는 '자연보호'  호통 위에.
철망 위 붙어 있는 '입산금지'  애원 위에.

100년 후 이 강산에 코팅지가 펄럭입니다.
땅과 물 온 하늘  펄럭입니다.

** 짜장면-자장면?
* 영구만세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6-10-1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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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영 2012.07.21 00:04 (*.45.128.233)
    아이 참.... 열받으시겠어요.. 저도 손으로 다 붙이는데 요즘은 다 인쇄하고 붙이는 시대라.....!! 아이들은 그래도 제가 만들어 놓은 환경판을 유심히 바라보며 신기해 하는 모습.. 정말 보람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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