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179.72.206) 조회 수 5874 추천 수 134 댓글 0
나중에 좀 더 손봐야 하겠지만 일단, 올립니다.

지난 3월 초등학교를 갖 입학한 아들놈이 학교를 가지 않겠다고 떼를 써 곤욕을 치른 적이 있습니다.
"규우야, 왜 학교에 가기 싫은데?"
"친구들이 때리면 나도 때려야 하니까.... 그리구 학교에서는 줄도 서야 하구...."
아들놈이 학교를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아이들이 때린다는 것이었습니다. 1월생인지라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어리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나 생각했습니다.

우리학교 고등부가 행신고등학교와 3년째 통합교육을 실시하면서 가끔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일반 아이들 속에서도 차이를 인정하기보다 차이를 차별로 대하는 우리네 문화 속에서 통합교육은 장애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텔레비전 오락프로그램에서부터 아이들 놀이까지 우리문화를 주의 깊게 관찰해 보면 우리 문화는 일면 천박한 모습을 드러내곤 합니다.
외모로 사람판단하기, 힘 없는 친구 왕따시키기, 부를 쌓는 과정의 부도덕성보다 부 그 자체에 대한 동경...... 이러한 우리문화의 천박성은 약자에 대한 배려보다는 약자라도 밟고 일어서 작은 출세나 성공(?)을 하려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출세 지상주의에 근간을 둔다고 생각합니다.(물론, 사람은 다양한지라 약자를 배려하면서 이 사회를 밝고 맑게 하고자 노력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우리 사회의 주류가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어쨌거나, 이러한 문화 속에서 사회적 약자인 우리 장애학생이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통합교육은 사회적 약자인 장애학생이 일반학생들과 섞여 활동함으로써 장애학생은 일반적인 사회의 경험을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일반학생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적 의무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경험이라는 생각을 합니다.(이 글은 통합교육을 실시한 사람의 간단한 수필임으로 통합교육의 이념 등에 대한 것들은 자세히 다루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3년간 행신고등학교와 통합교육을 해 오면서 행신고등학교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했던 것은 인간 자아의 동등함이었습니다.
"내가 타인에게 존중받아야 하는 것처럼 타인도 존중받을 권리가 있으며 그 권리는 장애인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한 개인의 자아라는 것은 우주와 같이 넓고 유일한 것으로 가치를 따질 수 없으며, 굳이, 가치를 따지자면 동등한 것이다......"
매해 초 행신고등학교 학생들을 모아놓고 사전교육시간에 하는 이야기로, 고등학생에게는 조금 어려울 듯한 이야기지만 의외로 잘 이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행신고등학교에서는 특활부서 이름도 "봉사활동반"에서 "통합교육반"으로 바꿀 정도로 우리학교와의 통합교육에 신경을 썼고, 교장선생님과 여러 선생님들께서는 행신고등학교를 찾는 우리학교 아이들과 선생님들께 편안하고 든든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특히, 자원해서 특별활동반에 들어와 헌신적으로 활동한 통합교육반 학생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올해 초 처음으로 활동을 하는 날, 우리 반에 배치된 행신고등학교의 1학년 여학생이 운 적이 있습니다.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을 견학할 때였는데, 우리 반에 배치되어 남학생과 짝을 지어 준 행신고등학교의 여학생이 울고 있더군요. 어찌된 일인가 가 보았더니 우리 반 남학생이 행신고등학교 여학생의 허벅지를 더듬었는데, 행신고등학교 여학생은 놀라기도 하고, 어찌할 바를 몰라 꼼짝도 못하고 울고만 있었던 것입니다.
"괜찮아, OO가 다른 뜻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평소 맨살을 좋아해서 그렇거든....."
조금 이상한 이야기같지만 자폐학생의 경우 특이한 행동이나 특이한 것에 대한 집착이 자주 나타납니다. OO에 대하여 잘 아는 담임이야
"그러면 안돼!"
하면서 혼내주거나 그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재차 지도하는 것이 일상이지만 OO를 잘 모르는 경우엔 정말 놀랄 일일 것입니다.

그렇게 놀라고 힘든 일을 겪었지만 지난 여름 공주 유스호스텔에서 통합교육캠프를 하면서 보니 그 여학생이 가장 눈에 잘 들어오더군요. 아이들을 친구처럼, 때로는 보호자처럼, 때로는 교사처럼 대하는 모습이 말입니다. 자주 만나고 자주 부딪히면서 너희들이 장애학생을 알아가는구나, 장애학생을 이해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부분의 행신고등학교 학생들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솔직히 장애학생의 경우엔 어떤 것들이 도움이 되었을까 하는 정리가 되지 않습니다. 일부 장애학생(일반학생들과 대화가 되는)의 경우 행신고와의 통합활동을 기다리지만 대다수 장애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않아 속을 알 수 없으니 말입니다.

통합교육을 몇 해 실시하면서 통합교육이 "학교"에만 멈추지 않고 넓은 사회까지 확장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우리 사회가 개인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문화풍토가 정착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는 우리 교육, 문화, 정치, 경제 등 전반적인 문제이기에 학교나 일개 교사가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그럼에도 장애인과 일반인의 통합이라는 것이 잘 이루어지기 위해 "교육"에서 할 수 있는 일(또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생각해보면 약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에 대한 이해가 아닌 듯 합니다.

사람의 자아는 어떻게 확장되며, 각 연령에 어떤 특성이 있으며, 자아가 성숙되는 과정에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하는 것이 통합교육을 일반 사회에 확장, 정착시키는 가장 중요한 기반일 것입니다. 무원칙하게 공간적으로 함께 한다고 반드시 통합은 아닙니다.
하나의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나와 세계를 동일시하는 5세 이하 아동들에게 통합은 어떤 방법으로 다가가야 할까요. 아직 나와 타인(세계)과의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 공간(가정과는 다름)에서의 물리적인 통합은 일반 아이에게 장애인을 "나와 다른 한 인간"으로 이해하기 보다 "도움을 줘야 하는 존재"또는 항상 손을 잡고 다녀야 하는 "귀찮은 존재"로 비춰지지는 않을까요.
농업 공동체(또는 마을 공동체)의 성격이 강하며, 사회가 다원화되지 않았던 농경사회의 경우, 굳이 통합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공동체 자체가 통합이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태어남과 동시에 만나지 않음으로써 장애인 자체가 나(我)이지 못한 아이들(유아들은 자신이 만나온 환경 속의 환경과 나를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슈타이너의 발달론에 의하면)이 대부분인 분화된 산업사회 속에서는 조금 다릅니다. 통합교육을 하면서, 자신과 하나였던 세계와 다른 장애인이 들어옴으로 인해 아이는 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통합은 아이들의 자아가 확장되는 시기를 보아 그 질과 양이 비례하여야 합니다. 세계와 자아를 명확하게 분리되지 못함으로 타인의 자아를 느끼지 못하는 유아의 경우 예체능 등 특정한 부분과 적은 시간을 통합에 할애하여야 하고, 자아가 세계와 분리되어 타인의 자아를 느낄 수 있는 사춘기 이후에는 통합의 양과 질을 확대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는 평소 통합교육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끼는 한 부분입니다.

또 하나는 장애학생의 행복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자기를 표현할 수 없는 장애인(주로, 정신지체, 정서장애 학생)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일반인의 자를 들여대는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모든 장애인은 일반 사회와 물리적으로라도 통합되면 행복해 할 것이다"라는 일반인의 자로 자신을 표현할 수 없는 장애인을 통합이라는 공간에 함께 모아놓고 있지는 않는지 말입니다. 사람은 자원이라는 생각이 팽배한 문화 속에서 노동력이 전무하여 소위 "자원"이 될 수 없는 장애인에게 통합은 실패와 좌절의 연속이 아닐까요.

어쨌거나, 지난 3년간 행신고등학교와의 통합활동을 통하여 일반학생은 또다른 자아를 느끼고 배우는 기회를 배울 수 있고, 장애학생은 보다 많은 경험을 배울 수 있는 장이 열렸다는 것은 너무나도 소중한 자산일 것입니다. 이 속에서 통합교육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과 그 질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나오리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지난 3년간 통합활동을 지원해 주신 행신고등학교의 여러 선생님과 교장선생님, 그리고 실제 아이들과 함께 했던 통합교육반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 영구만세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6-10-1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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