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사는담(談)
2011.06.20 14:14

썬글라스를 끼다.^^

(*.247.18.66) 조회 수 4289 추천 수 0 댓글 3

   우리반 한 아이(고등학교 1학년)가 1주일 전부터 주변사람들을 툭툭 치고, 바닥에 구르고 해서 조금 염려되었다. 예년에 자해를 하거나 타해를 하는 경우가 있었던 녀석이라서.

   지난 토요일 하교하려는데, 몸을 뒤틀고, 짜증과 화를 내기에 평소처럼 그 녀석 볼에 내 얼굴을 비비며

   "왜그려냐?..."

   달래고 있는데, 갑자기 주먹이 눈에 정통으로 날라왔다. 맞는 순간 '아, 눈을 잃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 이녀석이..."

   눈을 못 뜬 상태에서 손을 제지하고 있는데 이번엔 녀석이 머리로 같은 곳을 받아버렸다.... 하교버스를 태우면 주위 아이들이나 기사나 큰일나겠다 싶어 하교를 다른 선생님께 맡기고 그 녀석을 교실로 끌다시피 올라왔다. 녀석을 세워놓고 5분 정도 훈계하고(잘 못 알아듣더라고 분위기는 아니까...) 종아리와 손바닥을 각각 서네대씩 때려줬다.(나름대로의 체벌 원칙에 의거해서.. 2011학부모에게.hwp )

   잠시 후 녀석의 어머니가 미안해서 어쩔줄 몰라 하시며 달려오셨다. 또 연신 미안하다 인사하시며 같이 병원에 가자는 것을 괜찮다고, 혼자 병원에 다녀오는 것이 편하다며 등을 떠밀어 보냈다. 그 녀석 어머니 말씀은 새학기 들어서면서 정서적으로 많이 안정되어서 2주정도 전에 과잉행동을 억제하는 약을 1/2로 줄였단다. 약물을 줄인데다가 요즘 날씨가 덥다보니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많이 불안했나보다.


   안과에서는 별 탈 없다고 했다. 안압이나 외상은 없고 약간의 스크레치가 있어 인공눈물을 넣으면 좋지만 그냥 놔 둬도 괞찬단다. 하지만 집에 돌아온 이후 휴일 내내 머리가 띵띵했다. 그냥 신경을 써서인지, 정말 머리가 아파서인지... 붓고 멍든 눈을 아들과 처에게 보이기 싫어서 집에서도 내내 썬글라스를 끼고 지냈다.


   아이의 종아리를 때려 줬는데, 아이가 맘 상하지 않았을까...

   그 아이의 부모님은 또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며 얼마나 마음이 상했을까...

   스물스물 올라오는 수치감에 기분이 몹시 안좋은데, 국가권력으로부터 고문을 받았던 예전 민주화운동 하던 분들은 어땠을까......

   여러 생각으로 우울하게 주말을 보냈는데, 그래도 오늘 다시 아이들을 보니 기분이 조금 좋아진다. 눈을 때렸던 그 녀석을 보면 화가 날 것 같았는데, 막상 보니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앞선다. 이렇게 정서적으로 불안한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 줄 수 있을까? 기질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과 어떻게 평화를 유지할 수 있을까? 아이가 정서적인 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나는 정말 최선을 다했나.......

 

   썬글라스 낀 담임의 모습이 신기한지 몇몇 녀석은 연신 내 얼굴에 자신의 볼을 부빈다. 다운친구는 불명확한 소리로 "샘, 멋져요~"라며 엄지를 내 보이고...ㅋㅋ 녀석들 눈치도 없이....^^

   점심먹고 아이들은 직업실에 갔는데 녀석 어머니가 오셔서 

   "죄송해요.."

   를 연발하시며 눈물을 흘리시고 가셨다. 마음이 아팠다. 썬글라스를 껴서 녀석 어머니는 몰랐을게다. 나도 울었다는 것을.


   운명인가보다. 이 녀석들 때문에 화나고, 이 녀석들 덕분에 행복하고.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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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어러 2011.06.23 00:10 (*.97.193.191) SECRET

    "비밀글입니다."

  • profile
    영구만세 2011.06.23 15:00 (*.247.18.66)

    누구신지 알지요. 하늘호수님^^

    요즘 스팸이 많아져서 당분간 회원제로 전환하였습니다. 좀 번거럽지요?

    비도 오고... 이런 날에는 부침개 부쳐 먹으면 참 좋겠지요?ㅎㅎㅎ

  • ?
    세어러 2011.06.23 21:17 (*.97.193.191) SECRET

    "비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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