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사는담(談)
2011.03.09 23:37

본다.

(*.233.104.158) 조회 수 5166 추천 수 0 댓글 2

오늘부터 물리치료를 시작했다. 좀 오래 갈 것 같다고 한다. 오른쪽 팔을 쓰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는데, 그게 말처럼 쉬운가...

'깁스를 할까?'

잠깐 생각을 했다.

'새학년 시작. 줄줄이 달린 아이들이 몇인데... 이제 막 고랑 만들고, 씨 뿌리고, 거름 주고, 물 주어 기초를 튼튼하게 해 놓아야 하는데, 깁스는~'

피식... 조금 더 요령껏 참아보자.


사람들이 본다. 자기 눈을 가지고, 자기의 마음으로 타인을 본다. 유유상종은 아마 사람들의 이런 모습 때문에 나온 말이 아닐까. 같은 눈과 같은 마음을 가졌으니 자연히 모일 수 밖에.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봤다. 그렇다면 플라톤의 '동굴 속 이데아'처럼 흔들리는 그림자가 진실로 보이는 눈을 가지고, 그 마음으로 타인을 보는 사람들끼리 모여 있다면 어떻게 될까.  동굴 속 그림자를 보는 눈을 가진 이와 동굴 밖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진 이가 함께 모여 있다면 분쟁은 없을까.

스티븐 호킹의 '위대한 설계'를 보면 둥근 어항 속에 살아가는 물고기의 이야기가 나온다. 직선으로 떨어지는 물체를 둥근 어항 속에서 보면 곡선으로 보게 된다. 둥근 어항 속에서 물체가 곡선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서 물리적으로 이를 계산하고 예측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어항 속에서 볼지라도, 보이는 세상은 항상 동일한 운동을 하기 때문에 그들 나름대로 계산하고 예측을 정확하게 할 수 있다. 어항 속에서는 진실이 되는 셈이다.


잠시, 우리(나) 삶에서 중요한 것은 '살아가면서 늘 무엇이 진실인지 찾고 갈구하는 것일까' 아니면  '틀린 진실 속이라도 함께 낄낄거리며 기뻐하며 나누는 것일까' 생각했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종국엔 슬퍼졌다. 진실을 찾으며 삶을 살아가려 노력하는 사람도, 조금 틀리더라도 함께 나누며 기뻐하며 살아가려 노력하는 사람도 주위엔 생각보다 많지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시수 하나, 자신이 맡을 아이들의 장애정도, 업무의 많고 적음 등 이런저런 이익(또는 편리)에 눈동자가 흔들리는 직장 사람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아무 꺼리낌 없이 타인을 심각하게 침해(거짓말, 과대광고, 소비자 우롱, 이익을 놓치지 않기 위한 치열함 등등)하는 지난 2월 말 이사하면서 만난 여러 사람들(이삿짐 센타 사장과 노동자들, 벽지 가게 아저씨, 청소 사장과 노동자, 에어콘 수리 노동자, 엘지 에어콘 서비스센타, 열쇠 가게 사장, 아파트 관리소 직원 등등)


봄이 왔다. 그런데 올 봄은 감동이 없다. 살면서 이렇게 설렘이 없고, 이렇게 곤한 봄이 기억에 있었던가. 늘 이맘때면 봄 향기와, 바람. 새로운 사람들에 흥분되고, 가슴 설레었는데....


그래도 산을 보며 즐거워 해야지.

썩은 똥을 거름으로 만들 수 있는 산,

모두 타버려도 새로 싹을 틔울 수 있는 산,

우글우글 벌레부터 아름드리 나무까지 함께 살고 있는 아름다운 산.


낼 아침엔 꼭 산을 다시 볼거야.

그냥,

아무 생각도 없이.

멍청하게라도!!


* 물리치료 한 번 하고 약을 먹었더니 조금 덜 아파, '이때다!' 하고 몇마디 중얼거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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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영 2011.03.10 16:26 (*.206.190.7)

    치료 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유유상종이지요.

    그러니 보다 밝고, 맑고, 사랑스러운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잘 모여서 그 생각을 더 크게 키워나가면 좋겠다고 소망한답니다.

    온통 불행과 불편과 어두움을 하소연 하지만 그걸 이겨낼 힘을 스스로 키우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냥 서로 밝고 맑은 생각들을 키워나가면 될텐데....

     

    저는 어제 그 산의 낙엽들을 모아 텃밭을 만들었답니다.

    정성과 사랑으로 지어보려고요.

     

    선생님의 건강이 아이들을 더욱 밝고 건강하게 하리라 믿으며...

  • profile
    영구만세 2011.03.14 11:15 (*.247.18.66)

    지난 주부터 치료를 시작하니 조금은 나아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관심으로 조금씩 나아져서 정말 다행이구요...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날은 흐리지만 기분은 참 좋군요. 김혜영님도 맑은 날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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