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사는담(談)
2011.02.13 21:24

이 동영상 좀 보세요!

(*.177.219.23) 조회 수 5614 추천 수 0 댓글 3

오랫만에 쓰는 글인데, 지난 1월말에 있었던 좀 우낀 이야기입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지난연말, 갑자기 인쇄할 것이 있어서 컴퓨터 앞에 앉았더니 잉크가 다 떨어져서 출력이 되지 않았다. 큰아들이 꼭 필요하다고 해서 밤늦게 이마트에 갔다.

   프린터가 HP 제품인지라 HP 정품 잉크를 사려고 했더니 프린터 파는 아주머니가 리필잉크도 좋다며 권했다. 가격을 보니 약 5천원 차이.

   '음... 이 정도면 칼국수 한 그릇 값이군. 이거 왠 횡재!^^'

   속으로는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리필잉크를 사 왔다. 프린터에 꽂고, 테스트를 한 후 큰 아들 출력물을 출력해 보니 만족스러웠다. 5천원이나 싸게 산 잉크에 대해 아이들과 아내에게 마치 영웅당처럼 자랑하다보니 마음이 뿌듯했다.


   약 한 달정도 지난 1월말에 인쇄를 하려보니 인쇄가 되지 않았다. 프린터에서는 계속 잉크가 다 되었다고, 카트리지를 바꾸라고 빨간 불을 껌뻑거리며 내뿜었다.

   '이런, $%#*&$^@&&#$%....'

 정품보다 싸고 품질엔 문제가 없다더니 중요한 시점에서 인쇄가 되지 않는다고 궁시렁 거리면서 작은 아들을 불렀다.

  " 아들아~ 너, 스마트폰좀 가져와라~"

  " 왜, 아빠?"

  " 응~ 이 프린터 리필잉크가 불량이야. 산 지 한달이 지나서 안 바꿔준다고 할 지 모르니 동영상 좀 찍어가서 보여주고 바꿔야겠다!"

   연말에 아들에게 스마트폰을 사 주었는데, 동영상이나 사진의 질이 아주 좋았다.

   아들 스마트폰으로 프린터의 증상과 카트리지의 모습을 동영상과 사진으로 찍은 후 카트리지를 비닐에 넣어 이마트로 달려갔다.

  '기간이 오래 지났다고 안 바꿔주면 어떻게 하지?... 먼저 프린터 증상을 찍은 동영상을 보여 주고, 강력하게 항의해야지... 그리고...'

  이마트로 가면서 어떻게 하면 카트리지를 잘 바꿀 수 있을까 곱씹어 생각했다.


  이마트 환불코너에 갔더니 프린터 잉크는 잉크매장에서 확인을 해 와야 환불해 줄 수 있단다. 역시, 환불이 쉽지 않군.. 하면서 2층으로 올라갔더니 그날따라 매장엔 사람이 없었다. 옆 가전매장에서 일을 처리할 수 있다고 한다.

  아, 잉크를 판 사람도 없고 시간도 지나서 환불이 어렵나... 내심 걱정하면서 생각하기를

   '음... 처음부터 프린터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강력하게 환분해달라고 해야겠다... 강력하게...'

   가전매장에 가니 여직원(아가씨같은) 두 분이 있었다. 프린터 카트리지 교환때문에 왔다고 말했더니 역시

  "시간이 오래되었고 지금 담당직원이 없어서...."

   라며 머뭇거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재빨리 둘째 아들놈의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러지 말고 이 동영좀 보세요! 내가 동영상을 찍어왔는데...."

  하면서 주섬주섬 동영상을 켜는데...

  이런,..... 야동화면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순간 머리에 땀이 쭉 나면서 정신이 혼미해지고 말았다. 재빨리 정신을 가다듬고 화면을 넘겨 원 화면을 찾았다.

  "여..기.,, 여기 보세요... 이렇....게 ...."

  이런 젠장... 정말 젠장이란 말이 가장 정확한 표현이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시선을 어디로 보내야 할지... 머리엔 땀이 나고, 등으 따끔거리고, 눈은 팽팽해졌다가 풀렸다가...

  매장 아가씨도 당황하고 손님인 나도 당황하고...^^

  아마, 그 매장 아가씨가 속으로 이렇지 않았을까 싶다.

  ' 뭐 저런 변태가 와서, 이게 뭐하는 짓이야, 얼굴도 소박하게 생겨가지고...'

  어쨌거나 사람이 무서워 보였는지, 아님 변태를 빨리 내쫒으려 했는지 환불은 손쉽게 되었다.

  집에 와서 아내와 아들놈에게 이마트에서의 이야기를 해 주고

  "아들, 너땜에 아빠가 변태가 되었다....OTL...."

  그랬더니 아들은 예전에 야동보다가 아빠한테 혼나서 지웠는데, 그 이후로는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12월 크리스마스 이브에 선물로 스마트폰을 사 주었는데, 며칠 지나서 야동의 흔적이 있어서 잔뜩 협박해 놨었다. "아들, 계속 이렇게 믿음을 못 주면 스마트폰은 압수다...")

   그래서 확인해봤더니 안드로이드가 가진 일종의 에러로 동영상이 지워저도 초기의 정보가 살아있어서 새로 촬영한 동영상의 아이콘에 이미 지워진 동영상의 정보가 남아있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어쨌거나.. 그 이후, 이마트는 더 이상 가고싶지 않다...^^  그 이후 아내와 같이 이마트엘 한 번 갔는데, 고개를 푹 숙이고.....ㅋㅋㅋㅋㅋ가전매장의 아가씨덜 만날까봐... 후덜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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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호수 2011.03.15 21:52 (*.97.193.191)

      정말  한 편의  코믹 영화를 감상 한듯 단숨에 읽었습니다.

    시를 쓰시고  글을 쓰시는  휴머니스트인샘께서   그런 황당한 일이요^^

    까르르 까르르....

    우리집 아이도 한창 사춘기라 그런지  알수 없는 묘한 행동을 많이 하지요.

    아무리 질풍노도의 시기라 하지만  돌아오는 댓구는 엄마를 늘  화나게 하는 말만하니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대처해야 하는지  아이들을 가르치시는 샘께서는  뭔가 좋은 조언이 있을것 

    같은데요.  부탁 드릴께요^^

    샘!  잘 지내셨지요.  아이들은 여전히 이쁘고요?

    문화 센타에서  재미있는 강좌도 듣고  난타를 배우고 있어요.

    아직은 기초부터 배우지만 리듬을 타면서 쿵따 궁따  배우고 오면 내마음속에 스트레스를 다

    날려  기분이 한껏 고조 되는걸  느껴요.

    샘! 글 솜씨도 기대만큼 재미있었습니다.

    답례로  따뜻한 미소  보냅니다.^^

  • profile
    영구만세 2011.03.16 15:23 (*.247.18.66)

    문화강좌도 듣고, 난타도 배우시고, 신나게 보내시는 것 같아 좋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기는 하지만, 위 일 이후로 이마트엔 잘 가지 않는답니다. 휴우~ ^^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
    하늘호수 2011.03.16 21:17 (*.97.193.191)

     

    샘 홈피  구경 하다 보니까  건강이 많이안좋으셔서  병원 다닌 다는 글귀를 읽었는데

    저 혼자 신나있어서  죄송 스럽네요^^

    아프지 마시고  힘내시고...

    언제나  화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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