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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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은 고와요, 하얀 햇볕은
나뭇잎에 들어가서 초록이 되고
봉오리에 들어가서 꽃잎이 되고
열매 속에 들어가선 빨강이 돼요

햇볕은 따스해요, 맑은 햇볕은
온 세상을 골고루 안아 줍니다
우리도 가슴에 해를 안고서
따뜻한 사랑의 마음이 되어요


아이들과 수업을 시작할 때 부르는 노래입니다. 벌써 사년째 부르고 있으니 수도 없이 부른 노래이지요. 저는 이 노래가 좋습니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징을 친 후 징소리가 사라질 때까지 마음 속으로 '부디 바라건데 아이들에게 해와 같은 선생님으로 이 시간을 만났으면...'하고 기도할 정도로 저는 이 노래가 좋습니다.(감히, 그 경지까지!)


세상에 완전한 사랑, 완벽한 사랑이 존재할까요? 혹자는 이 질문에 자신이 믿는 신을 떠올릴 수 있지만 신은 일면 주관적이죠.(저도 카돌릭 신자기는 하지만.) 모든 이가 공감할 객관적인 '완전한 사랑'이 존재할까요? 저는 두 가지가 이 세상에 '완전한 사랑'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의 하나는 "해(태양)"이고, 또다른 하나는 "어머니"입니다.

해는 물리적으로도 지구상 모든 것의 어머니입니다. 해가 없다면 아무것도 없지요. 지구에서 일어나는 모든 유기물의 활동과 그 원천인 에너지는 해로부터 옵니다. 해는 상대가 누구이던 가리지 않고 삶의 에너지를 균등하게 나눠줍니다. 그가 살인자이던, 갖난 아기이던, 미생물이던 가리지 않습니다. 그가 해를 탓하고 저주하던, 감사에 숭배를 하던 상관없이 나누어줍니다. 완벽한 사랑입니다.

그리고, 어머니.

논어의 위정편인가를 보면 맹무백이란 이가 공자님께 효에 대해 여쭙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러자 대뜸 공자님은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父母唯其疾之憂(부모유기질지우)"

"(얘, 맹무백아,) 너 부모님은 오직 너가 병들어 아플까봐 그것이 걱정이시란다."

효의 근본이란게, '너 부모님이 오직 너 병들어 아플까봐 안절부절하는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아이를 낳아 길러보신 분들은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저도 두 아이들 기르면서 느꼈던 내 자식이 아플 때 그 안절부절함을 알기에 너무나 공감가는 이야기였습니다. 부모는 누구나 그렇습니다. 그 누구의 어머니던간에 어머니 또한 완벽한 사랑입니다.


부끄러움을 고백하건데, 발달장애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혼인하기 전엔 아이들을 그저 가르치는 대상으로만 보는 바람에 의욕만 앞서서 아이의 마음을 읽을 줄 몰랐습니다. 글자 하나 가르치지고 손바닥을 때리기도 했고, 신변처리를 못하면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혼인을 하고 아이가 생겨 부모가 된 이후엔 단순하게 '저 아이도 한 부모의 귀여운 자식이겠지..'하는 마음에 아이들을 보는 눈이 조금 더 새로워졌습니다. '너는 왜 그러니? 우리 아들이었으면 어떠했을까'라는 질문이 생겼고, '침의 성분은 똑같다.'는 생각에 아이들과 숱가락을 공유할 수도 있었습니다.(콩쥐 엄마는 어떻게 했을까?)

그리고 내 자식이 한 해, 한 해 크고,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과의 만남도 한 해, 한 해 더 늘어가면서 (감히!) 해처럼, 어머니처럼 아이들 마음을 안아줄 수 있는 큰 마음이 생기길 희망하고 기도했습니다.

몇 년전부터 시작한 수업 전 징치기는 아이들에겐 주의집중이지만 제겐 기도입니다.

'내게도 네 어머니처럼 너를 안아줄 수 있는 마음이 더 많이 생겼으면....'

그리고 함께 부르는 '햇볕'은 아이들에겐 노래지만 제겐 희망사항입니다.

'내게도 해처럼 아이들에게 마음을 나눠줄 수 있는 지혜가 생겼으면....,'

"교육"을 하고자 이 길에 들어선 많은 선한 선생님들 또한 폭과 깊이가 다를지는 몰라도큰 방향은 같을 것이라 유추해봅니다. 물론 어느 사회이던지 부족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큰 방향은 그렇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요즘 복잡한 마음으로 "교육", "특수교육"이란 것을 생각해 봅니다.

선생님은 '어머니의 마음'을 품은 따사로운 햇볕이 되고, 아이는 아름다운 해바라기가 되며, 부모는 햇살을 안고 해바라기를 지탱하는 포근한 땅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요즘은 '나는 누구에게 따듯한 햇볕 한 줌 된 적이 있었을까....'하는 자괴감과 함께 좋은 특수교육을 그저 이상으로만 그릴 수 밖에 없는 현실 앞에서 스스로 가슴을 칠 뿐입니다.

"Mea culpa, Mea culpa, Mea Maxi cul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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