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179.72.206) 조회 수 3722 추천 수 32 댓글 1
현충일 잘 보내셨나요?

현충일의 본(本) 의미와는 달리 현충일의 고마움을 느끼는 하루였습니다.
표시를 내려 하지 않았는데, 마음이 심란하여 그 마음을 감추지 못해 힘든 화요일이었는데...
단지, 하루를 쉴 수 있다는 의미로 다가 온 현충일이 고마웠습니다.

지난 월요일.
상득이로 인하여 학교 버스의 앞 유리에 금이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화요일 아침에 상득 어머니께서 유리 값을 가지고 학교에 오셨다 가셨지요.
교장, 교감선생님은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이야기하고, 특수학교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가지고 호들갑 떠는 상황을 보면서 제 자신도 짜증이 났었습니다. 아침에 교실에 들러 저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신 후, 교문을 나가다 이 교감선생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셨던 상득 어머님도 마음이 많이 상하셨을 것입니다.

저는 항상 그 누구의 편이 아니며, 단지 제 양심의 편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며 살아갑니다.(건방지게도 말입니다.) 그만큼 제 삶에 자신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자아를 가진 다른 개인을 내 마음대로 하려 하지 않으려 했으며, 다른 자아를 인정하며 살아가려 생각하고, 또 노력했다고 말하는 것이 부끄럽지는 않습니다.

학교의 여러 현상 또한 이러한 관점으로 바라보려 합니다.

학교 기물이라는 것이 부서지거나 망가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누군가가 쓰니까 당연한 일이겠지요. 텔레비전이 망가졌을 때, 의자가 망가졌을 때, 유리창이 깨졌을 때 그 비용은 학교 시설 유지비로 나가야 합니다. 어떤 물건이 파손되었을 때, 바로 그 순간의 사용자에게 수리비용을 부담하도록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한 기관에서 개인이 그 물건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다가 파손시켰더라도(학교의 컴퓨터같은 경우에도 하드나, Power 등이 나가면 유지보수비용으로 수리하지요, 학생용 컴퓨터 또한 아이들이 사용하다가 파손되었다 하더라도 모두 유지보수비용을 씁니다.) 특별히, 고의적인 행위가 아니면 그 기관에서 수리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상식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학교 수준에서 이런 이야기가 이해될 수 있을까.
월요일, 통학버스가 들어오자 마자 교실로 찾아 온 기사님들과 행정실 직원, 교장, 교감 선생님의 어투나 어감 등으로 제 스스로 판단하기에

'그래, 이번 일은 그냥, 상득이네에게 유리값을 내라고 해야겠다.'
는 생각을 하고 상득 어머님께 연락을 하였습니다.(물론, 그 전에 어머님이 놀라서 전화를 하셨었지만...) 상득 어머님께서 흔쾌히 유리값을 내시겠다고 하셨지만, 마음은 많이 상하셨을 것입니다. 돈보다 아이를 맡겨놓고도 항상 안심할 수 없는 상황들에 더욱.......
저 또한 유리값을 내라고 이야기 해야 하는 이런 상황들에 화가 나면서, 상득 어머님께도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상득이 일로 교장(감)선생님을 만나 상득어머니께서 요구하셨던 상득이에 대한 안전벨트 착용에 대하여 말씀드렸더니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모든 학생들이 안전벨트를 해야 하는 것은 맞다. 모든 학생이 안전벨트를 하려면 정원 문제로 몇 명의 아이는 추려내어야 한다. 이제 선생님들도 통학지도 해 봐라"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학교의 대응은 너무나 즉각적이고, 유치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문제에 대하여 모두가 수긍하고, 모두가 득이 되는 방향으로 진지하게 논의하기 보다 어떻게 하면,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곤란하도록, 따라서 다시는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을까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상득이의 이번 일을 겪으면서 3학년 하주완의 어머니가 생각났습니다.
언젠가 보았던 행정실과 식당 사이에서 눈물을 감추시던 모습이며, 아이에게 붙잡혀 어찌할 바 모르는 모습들이....

"학교에서 얼마나 힘든지 부모가 알 수 있도록 아이를 가정학습(며칠간 학교 보내지 말라는 뜻이지요.)을 시켜야한다..."
며 징계 운운하는 교육관료나(아이가 힘든 것을 학부모들이 왜 모르겠습니까? 십여년 동안 아이를 키웠는데.... 아마 아이 개인에 대해서는 가장 많은 부분을 알고 있는 사람이 부모일텐테....) 그런 분위기가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학교 사회가 너무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전년도에 우리 반의 김 훈 학생이 문제를 일으킬 때도 똑같은 반응을 보였지요. 아이를 가정학습 시켜야 한다면 얼마나 제게 - 담임이니까 - '각서를 써야 할 것' '징계 위원회를 열어야 할 것' 등을 요구하며 힘들게 했는지 모릅니다.

이번 일로 상득 어머니께서 마음이 많이 상하셨습니다.
맘 상해도 금새 평상심을 찾으시는 상득 어머님을 보니, 항상 밝은 웃음인 우리 상득이가 아마 어머니를 닮았나 봅니다. 저도 이번 일로 어떤 개인을 탓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학교와 학부모가 함께 나가기 보다 상하관계로 나가기를 바라는 학교의 문화가 답답할 뿐....

상득 어머니, 그리고 우리 반, 우리 학교 모든 부모님들 힘 내세요....

들끓는 이처럼 머리를 들쑤시는 생각들에 밀려 잠시 몇 자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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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영 2012.07.20 12:49 (*.251.18.211)
    그러니까 상득이 어머님께서 유리값을 내는 것은 아니었다고 여겨지네요. 상득이가 학교에 피해를 준 것이 아니고 장애 자체가 그런건데... 어머니까지 장애 아들을 둔 것에 대한 아픔까지 안겨주는 것은 좀 그렇습니다. 장애인이 생기면 평생 가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감싸안아주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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