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사는담(談)
2002.06.07 18:48

## 어머니와의 이야기

(*.179.72.206) 조회 수 3955 추천 수 92 댓글 0
**다음 글은 2000년도에 학급게시판에 올렸던 글입니다.**

# 학생이 오늘 아침 학교에 식식대고 왔다. 왜 식식대는지는 나도 모를 일이었다. 아이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 한 행동들이지만 그 이유는 신(神)만이 아는 특수학교의 많은 일들이 그렇듯이.....

# 학생은 교실로 들어오자마자 열쇠를 집에 두고 왔다며 교실을 나갔다. 늘 그런 것 처럼 나는 그 아이를 잡지 못한다. 아이의 힘이 너무나 센 것이 첫째 이유고, 완력을 행사하면 서로가 많이 다친다는 것을 아는 것이 두번째 이유에서이다.

# 학생이 우리학교에 입학하여 처음으로 우리 반에 배치되었던 작년 3월이 생각난다. 첫 날인가엔 자신의 이름은 '김#아'인데 '김#'으로 부른다며 직업 선생님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얼굴 모르는 선생님(# 이 말에 의하면 "모르는 아저씨")이 자기에게 말걸었다고 그 선생님을 차고, 식당에서 교감 선생님과 멱살잡이를 하는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었다.
모 선생님은
"저런 아이는 가정학습을 시켜야 해. 고등학교는 의무교육도 아닌데..."
라며 흥분하기도 한 적이 있었다.(개인적으로 교사가 할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보기에 좋지 않아서였겠지 하고 넘어가자.)

지난 12월 방학을 앞두고 학교에 일이 있어 잠시 오신 #이 어머니와 잠시 이야기를 하였다.
"어떻게 지내세요... #이에게 제 약효가 다 했나봅니다. 학기 초보다 점점 좋아져, 이름가지고 시비걸지도 않고, 학교도 잘 다니더니 요즘은 결석이 너무 잦고, 무단조퇴도 많으니....."
날은 추워지는데 무단결석과 무단조퇴 후 사방을 떠돌다가 집으로 들어가는 #이를 걱정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한참을 이야기 하는 도중에 #이의 장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머니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글써, 병원에 데려갔으면......"

아버지도 없는데다가 #이가 말끝마다 시비를 거니 무서우시단다. 그도 그럴것이, 학교에서도 #이가 한 번 화를내면 건강한 성인 3~4명은 붙어야 진정시킬정도인데 혼자 #이를 데리고 사시는 #이 어머니는 어떨까? 아이가 무서우리라.

아이를 정신병원에 넣을 생각까지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알지만, 나도 가끔 #이가 병원에 가는 것이 더 좋을 것이란 생각을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내 생각을 선뜻 말하기 어려웠다. 다만,

"그렇더라도 적어도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나 학교에서 신경쓰셔야지요. 아직 학생인데.... "
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자기 자식을 두려워하는 부모. 그래서 정신병원을 생각하는 부모.
장애학생을 둔 부모 중에 이런 부모가 어디 #이 어머니뿐이랴. 이번에 졸업한 다른 반 학생 중에도 부모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아이가 있다. 부모를 깨물고, 때리고......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개인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사회와 국가는 충분히 잘못이 있다고 생각을 한다.
장애인에 대한 정책은 장애인 개인에게 맞춰져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장애인과 그를 둘러싼 모든 관계(부모, 형제 등)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되어야 한다.
부실은행 살리는데(그것도 남의 나라에 판 은행을) "몇 조"라는 돈을 쓰고, 주인 없는 공적 자금을 조성하는데 또 몇십조를 쓰면서 힘 없고 기댈 곳 없는 이들에게는 인색하기만 한 이 나라에서 장애인은 무엇인가.

# 어머니의 아픔 속에서 장애를 가진 많든 이와 그 가족의 아픔을 생각했다.

* 영구만세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6-10-1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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